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뭘 바꾸려고 했던 생각 자체가 변화에 덜미를 잡혔다. 도로아미타불.. 불교의 가르침대로 어떤 집착은 번뇌의 순환고리를 만든다. 그냥 나를, 나의 마음을 놓아버리자고. 강물이 흐르듯 실체가 없는 이것들에 모양과 이름을 만들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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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나눴던 이야기 중에, 이 영화가 말해졌다. 아 딱 지금쯤 다시 이 영화를 볼 타이밍이구나. 얼마전엔 영화 르누아르를 보고 혹해서 그 영화의 촬영 감독이 화양연화를 찍은 사람이란 걸 알고, 집에 있는 화양연화 디비디를 넣으니 자꾸 뱉어냈다. 그래서 아쉬운 찰나에 이 영화라도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명배우, 장만옥의 대표작 아닌가! 아마도, 20대 초중반 무렵, 본 '아비정전' 이나 '첨밀밀' 등에서의 장만옥의 이미지가 나도 모르게 무의식에 각인 되었나 보다. 당시. 배우 추상미를 좋아했었고, 복학 하자마자 본 어느 후배에 반하게 되었는데 장만옥과 추상미를 섞은 듯한 얼굴이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끌렸던 얼굴형은 턱이 작아 동그랗거나, 정 반대로 길쭉한 얼굴형의 여인들을 번갈아 가면서 좋아했던거 같다. 직구와 변화구의 엄청난 차이만큼, 내 이상형의 기준 같은건 들쑥날쑥 폭투에 가까웠다. 단지 웃는게 예쁘면 그게 다였다. 




 장만옥과 여명의 오랜 사랑이 주된 이야기지만, 그 주변부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방식도 꽤 감동적이다. 세월의 흐름속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다양한 사랑을 나누고 지켜가는지.. 장만옥과 살게 되는 조직 보스의 남자다움이 유독 마음에 들었다. 미키 마우스 문신, 다 알면서도 받아들이는 포용력 등. 그리고 중국의 발전하는 시대상 속의 욕망을 엿볼수 있었다. 대륙에서 홍콩으로 그리고 뉴욕으로 이어지며 좀 더 잘 살기 위한 사람들의 인연. 아무리 돈이 최고라 해도 힘들때 진심으로 곁에 있어주며 마음을 내주는 사이가 진짜 사람이다. 


 한참 후에 다시 볼 만한 영화였다. 그나저나 화양연화를 봐야 하는데.. 


 등려군의 그 노래와 자전거 타는 장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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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커트 코베인 사후 20년이 된 해라 유투브에서 너바나의 공연을 틈틈히 감상하고 있었다. 유투브는 대단하다. 개인 소장의 비디오 테잎 영상이라도 전체를 감상할 수 있다. 역시 네버마인드 앨범이 뜨기 전과 바로 그 해 (1991)년 까지의 공연이 더 열정적이고 커트의 보컬 상태도 더 좋은 거 같다. 그 후로는 급격하게 마약으로 무너져 갔지만, 그래도 커트의 보컬은 경이롭다. 노래를 한다기 보다 온몸으로 절규한다가 맞다. 너바나의 곡을 카피하기는 쉽지만 절대 커트 코베인의 늬앙스를 흉내내기란 불가하다. 어찌 이렇게 순수하고 절박한 자의 영혼을 따라 할 수 있겠는가. 


 요즘 세월호 사건의 슬픔과 맞물려 너바나의 정규 3번째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인 인 유테로(자궁 속) 음반은 묘하게도 격정의 위로를 건넨다. 절규와 자조섞인 음률이 뒤섞인 이 앨범은 고등학생때 내내 꽉막힌 욕구의 분출구 였다. 커트의 처절한 외침은 대리 경험으로 기능했다. 불안한 자의 심리가 이 음반의 노래와 함께 상호 투영 되었다. 20년전. 이 음반이 나왔을때, 종로 3가의 YBM시사 영어사 지하층의 뮤직랜드란 대형 음반 가게에 너바나의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있던게 생각난다. 여전히 메탈리카의 엔터 샌드맨이 흘러 나왔지만, 내 마음은 송두리채 너바나의 모든 것에 쏠려 있었다. 


 한 동안 잊고 있었던 너바나의 음악은 또다시 슬픔과 불안의 자조에 뒤섞여 내게 말을 건넨다. 노랫말은 의미심장하다.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역설이 분명한 그의 노랫말은 삶에 대한 푸념과 분노가 뜨겁게 타오른다. 첫 번째 곡인 serve the servants (하인을 섬겨라) 부터 예사롭지 않은 정서가 흐른다. 역시나 미묘한 멜로디 진행은 싱글 히트곡은 아니었지만 이 앨범의 첫 노래로 딱이다. 히트곡 '하트 모양인 상자' 와 '날 강간해.' '멍청한.' '페니로얄 티.' '모든 사과' 의 가사는 충격적으로 요절한 커트와 세월호의 참혹함에 맞물려 감동을 자아냈다. 


 좌절감 속의 한낱의 위로로 슬픔을 집어 삼킨다. 볼륨을 높여 자궁속으로..


 


 93년 어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rape me (날 강간해)를 연주하려다 주최측의 반대로 처음 기타 부분만 연주하다가 리튬을 연주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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