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의 달리기가 이렇게 황홀한지 몰랐다. 산속에 평탄한 길들이 이어진 이 산에는 도심의 공해와 소음을 벗어나 숨이 터질듯 나무들이 내뿜는 산소를 들이마시게 된다. 등산이나, 동네 운동장의 달리기와는 다른 차원이었다. 여러차례 해오고 있지만. 조금씩, 시간과 거리가 늘어난다. 

 몇주에 걸쳐, 가을이 가는 모습을 몸소 느꼈다. 공기의 밀도는 점점 낮아지고, 폐에 당도하는 산소는  날카롭다. 폐부를 요동치게 하는 날선 호홉이 생소하지만 그것이 안정될 때, 느끼는 희열은 행복이다. 













얼마 있으면 눈쌓인 저 길을 달려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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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을 생각해보니, 너무나 알차게 놀았다. 잘 놀아서 주중에 계속 아무생각없이 놀고픈 마음이 굴뚝이었다. 이것도 잠깐이지만 놀기에 너무 좋은 날씨다. 누구 말마따나 봄,가을이 없어지고, 덥고 졸라 덥거나, 춥고 졸라 추운날씨 만으로 변해가는 기후에 원통해 하며 오늘을 즐긴다. 




 자전거를 타고 인천 아라뱃길을 달렸다. 위 사진은 돌아가는 길에, 한강과 아라뱃길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 길을 달리면. 자전거로 서울에서 인천까지 채 2시간이 안걸려 당도한다. 여차하면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 먹고 월미도에서 바람쐬다 올 수 있는.


 요즘 아웃도어 활동을 많이 해서인지 식욕이 왕성해졌다. 많이 먹고 보자는 심리는 이기심의 발로인가. 식탐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야외 활동을 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크나큰 행복이다. 우리가 가게된 식당은 묵밥, 칼국수 집이었는데, 메인 메뉴 나오기전 주문한 만두, 해물파전은 맛이 황홀했다. 우연히 찾아 들어간 검암역 근처의 이 식당은 실로 맛집이었다. 맥주까지 곁들여 애피타이저, 메인 디쉬를 먹은샘인데, 일인당 만원정도였다. 그리고선 옆에 있는 커피숍에서 디저트 까지, 6명이 주문했는데, 차 가격이 만원이 안 넘었다. 에스프레소 더블이 1500원 이었나. 


 서울과 비교해서 밥과 커피 가격의 체감물가가 어마어마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고, 나름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소비를 소박하게 해서 기분이 좋았다. 우린 마트에서 캔맥주를 사들고, 오다가 목격한 그것을 감상하러 다시 발길을 돌렸다. 절로 신이 났다. 자전거를 타고 이렇게 외곽으로 나오는 것도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 드는데, 하릴없이 그것을 구경하려자니 설레였다. (여지없는 한량의 자세)ㅎ


 나, 아니 우리를 설레게한 것은 아래 영상이다. 광각렌즈래서 실제보다 멀리 보이게 찍히는데, 실제는 바로 머리위로 순식간에 꽤 큰 제트 엔진 굉음을 내며 지나간다. 



 바로 뒤에 있는 김포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는 비행기들을 보며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감탄했고 신나했다. 서른 중반과 나이 마흔의 사내들은 흥분으로 도취되었다. 영상으로는 못 전달되는 크고 강렬한  것들의 기운이었다. 당시 영암에서 열리고 있는 F1 자동차 경주가 부럽지 않았다. 밤에 열리게 될 불꽃축제보다 장관이었다. 


 비행기는 우리의 꿈을 대리한다. 낯선 세계에의 동경과 여행의 기대는 무수히 뜨고 내리는 비행기들의 연료이다. 

 




 2002년에 방영했던 명작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에서, 이나영과 양동근이 공항으로 데이트 가던 장면이 생각난다. 공항버스를 타고 와서 그냥 로비의 벤치에 앉아서 우리 데이트 너무 잘하는거 같다고 순수하게 자화자찬 한다. 그게 다다. 아 얼마나 낭만적이었는지.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커플은 돈이 없어서 한명만 미술관 관람을 하고, 밖에서 기다린 애인에게 그 느낌을 전달했다고 한다. 번갈아 가면서. 너무나 가난하지만 오히려 그들의 돈독한 애정은 낭만적으로 만든다. 


 나는 이곳에서 이 짜릿한 순간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낭만적인 데이트일거라고 생각한다. 비행기에 내포된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상상의 나래를 한껏 가슴에 담아 서로에게 펼쳐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흥분을 같이 만끽하려면 나이가 어려야 될지도 모른다. 마음이 순수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어디서건 여행의 설레임을 느낄 것이다. 한라산의 정취도 느껴지고, 하네다씨와 아키코씨의 야릇한 눈빛도 감지된다. 서로의 상상을 탐하는 일이 진짜 데이트 일 것이다. 


 우린 저멀리 햇빛에 반짝이는 작은 점을 발견한다. 정해진 항로를 찾아 일직선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작은 은빛 점이 어느 순간 거대한 쇳덩이로 변해 머리위를 순식간에 지나간다. 백년 과학의 역사가 함축된 비행기. 시간의 역사와 갖가지 여행의 사연을 가득 품은, 땅으로의 귀환을 환영한다. 




 돈이 없어서 이성을 만나 데이트할 엄두를 못낸다는 젊은 학생들에게 권한다. 자연속에서 돈 안드는 싱싱한 우연을 건져올리라고. 이날 여의도에 불꽃축제로 10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는데, 안양천에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러구선 이 행사의 후기들을 듣게 되었는데, 다양한 사건,사고가 공공의 질서와 양심을 헤쳤다는 이야기. 


 신도림 근방에 다다르자. 신비로운 색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이내 사그러들 아름다운 노을에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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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느긋한 평화를 만끽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장소다. 육욕의 욕망을 내려놓는다. 



2011/06/09 - [산 과 자전거] - 계룡산 남매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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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부터 산행을 시작했기 때문에, 조금은 서둘러야 했다. 예상했던 코스의 길이는 총 15키로 였고 왕복 8시간 걸리는 코스였다. 법주사-문장대-천왕봉-법주사. 그러나 하산 도중 해가 질 각오를 하고 헤드 랜턴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깜박 놓고 왔다. 심지어 차에서 카메라도 안 가져와 아이폰으로 찍었다. 


 처음 와본 산은 왠지 신고식 치르듯이 좀 버거운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이 날의 산행은 너무나 가뿐하였다. 왕복 5시간 반이 걸려 내려왔는데, 법주사 까지 이어진 길을 걸을 때는 이미 깜깜해졌다. 어둠은 거리감을 훨씬 길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문장대의 유래는 세조와 관련된 것이었다. 안내 설명을 읽었는데 잊어버림, 소원을 빌었고, 저기 위에 책 한권이 놓여 있었는데, 거기서 다 읽었다 해서.. 암튼 그런.. 나는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를 흥얼거리며, 저 바위 꼭대기를 올라가니, 이런 풍경이 펼쳐졌다. 



문장대에서 바라본 속리산 천왕봉. 저기 까지 가는 능선은 백두대간 길이다.  지리산, 소백산 이후로. 대간길을 걷는다.

참 볼품없는 헬리콥터. 


완만해 보이는 천왕봉 정상.



천왕봉에서 바라본 문장대. 내가 걸어온길.

 첩첩산중. 


 밤이 되어서 법주사에 도착했고, 어둠속에서 아주 커다란 금불상을 보았다. 밤에 보니 더욱 웅장하였다. 대웅전에서 염불외는 소리가 들렸다. 찌르레기 소리의 밤 벌레들이 내는 소리와 어울려 듣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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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8살에 처음 북한산을 와본 이후로 틈틈히 북한산의 주요한 능선 코스 들은 다 다녀봤다. 얼마전에 장쾌한 북한산의 마지막 백미라고 불리는 (가장 위험 구간) 의상능선을 탔다. 사실 험하고, 위험한 산행 코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겁많고 몸사리는 내게 북한산 의상능선과 설악산 공룡능선은 경외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그냥 안 가봤던 코스를 가자는 단순한 심리에 그냥 뭣도 모르고 의상봉으로 가는 길을 나섰다. 의상능선을 따라. 대남문 까지 와서 구기동으로 하산하는 코스만 머리속에 그리고 묵묵히 오르락 내리락 걸을 뿐이다. 


 이렇게 험준한 여러 봉우리를 거치게 되는 산행은 암릉 등반의 짜릿한 스릴을 엿보게도 한다. 초반부터 봉긋 솟은 의상봉은 만만치 않았다. 등산화가 오래된 비브람 창이라, 가파른 바위면을 발등을 꺽어 남들처럼 릿지 등반하는 스킬을 못한다. 등산의 묘미는 마치 인생의 축약판 처럼. 한번 산에 들어왔으면. 앞에 어떤 길이 닥치던 어떤 위험한 암릉 구간이 존재하던 끊임없이 신중하게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내 앞에 산이 있어서, 걷다 보니. 오르락 내리락 잠시 평평한 능선을 걸으며 숨고르다 또 오르락. 내리락.


저 산을 어떻게 넘어왔지. 아찔하군. 


저 암릉의 능선 사진만 봐도, 험해 보이지 않나. 오! 내가 저 길을 걸어왔다니..



 의상 능선에서 바라본. 북한산 백운대 정상. 북한산의 원래 이름은 삼각산 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삼각 봉우리.. 백운대. 인수봉. ?  이렇게 세 봉우리를 일컽어 삼각산이라 불렀는데, 일제 시대 이후로 북한산으로 표명 한다. 아직도 북한산 일대의 절에선 예를 들어 삼각산 화계사 등등으로 말하는데, 현행 표준은 북한산이다.


삼각산과 나.


향로봉과 서울 시내. 사진에는 표현이 안 되었지만. 저 멀리 서해 바다 까지 보였다. 

보현봉과 서울 시내.


 한강에서 바라보이는 북한산의 모습은. 보현. 문수. 항로봉과 비봉 능선 구간등이다. 그 뒤로 산세들이 이어져 의상 능선의 봉우리들. 산성주능선과 백운대 등이 있다. 험하기로는 칼바위 능선도 있고. 매우 완만하고 편한 등산로인. 진달래 능선도 있다. 


 사랑이 찾아올땐 봄에 진달래 능선을 걸으면 좋고, 실연이 닥쳤을땐. 겨울에 칼바위 능선을 타면 좋다. 친구나 부부의 우애를 위해선 형제봉 능선을 타고 평창동으로 내려오면 좋고. 홀로 인생의 길을 느끼고 싶다면. 빡시게 의상능선. 짝사랑 중이라면, 사모바위가 있는 비봉 능선. 여자가 그리우면 족두리봉..ㅎㅎ



 이 험준한 산세에. 북한산성을 쌓았는데, 이것은 임진왜란.병자호란을 겪으면서, 만든것이라 한다. 한마디로, 백성들이 어찌되건 나라가 풍지박산 되어도 임금이 저 살기위해 나몰라라 깊은 산속으로 도피하기 위한 성이다. 참 서글씁쓰래 하다. 남한산성의 비애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 백성들의 노역이 이런 깊은 산중에 시행되었다. 



비봉 능선. 


대남문과 보현봉.


성문.



대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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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의 현충사를 드디어 방문했다. '칼의 노래'를 인상깊게 읽고 나서,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작은 오해가 있었다. 현충사래서. 스님들이 있는 절에서 충무공을 모신지 알았다. 절들이야 흔하고 대부분 비슷한 배치나 구조니,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래서 언제 한번 가보지 여유부리고 있었는데, 어느 블로그의 탐방기를 보고, 절이 아니라. 그를 추모하는 사당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 나는 좀 일찍 이곳을 찾지 않은걸, 후회하는 심정으로 이날의 영묘한 심정을 되새긴다. 분명 거룩했다. 그분의 삶의 행적과. 이곳에서 느낀 기운은.. 그 어느 위대하단? 왕들의 왕릉에서 절대 못 느꼈던 겸허한 숭고함 이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분 만큼 위대한 인물은 우리 역사에 없으니까. 그가 죽고 나서 예나 지금이나. 그의 행적은 추호의 의문도 없이, 칭송돼왔다. 난중일기는 이제 유네스코 국제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세계의 유산이 되었다. 


 너무나 완벽한 유적지였다. 넓게 단정되어 조성된. 현충사는 그분을 기리는 애틋한 심정이 절로 나왔다. 늦여름의 비가 내려 더욱, 운치가 있었다. 



 안에서 나갈때 바라본 정문.



 난중일기 초본. 진짜 보물중 보물. 


 정문을 들어서면. 본당터에 들어가기 전에 기념관을 둘러보게 되있다. 기념관은 딱 적당한 전시 규모였다. 본전에 가기전 너무 진을 뺴지 않도록..다만 11분 짜리 3D 입체 영화, 마지막 타임을 운좋게 시간이 맞아 보게 되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내용을 너무 압축시켜놓아서, 재미가 반감됐고, 쓰리디 영화이면서. 좌석이 진동과 함께 움직이고, 바람도 막 나오는, 이런 극장을 뭐라고 하지?  암튼 그런건데, 영상의 내용과는 너무 동떨어졌다. 너무 형식적이고 인위적인 진동, 영상의 싱크에 맞게 그럴듯한 체험이 아니라. 난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 유적지의 격에 안맞게 이상한 쪽으로 상상이.. 성인 전용 극장을 이런식으로 만들면 꽤 장사가 잘 되겠구나란..ㅜㅜ






넓직하고 너무나 잘 정돈된 잔디. 오래되고 기풍있는 소나무 들을 감상하며 걷다보면, 본전에 들어서게 된다. 웅장하고 기풍있다. 그는 죽어서 이렇게 좋은 땅에 자신을 기리는 후세들에게 어떤 기분이 들까. 또 나는 작게나마 이 세상의 공간을 점유하는 몸뚱아리로 무엇을 해야하나. 유익한 삶을 살 수 있을까나.. 그가 없었더라면, 우리중의 많은 일부는 이 세상에 태어나질 못했을 것이다. 




본전에서 바라본 전경. 


 본전을 감싸고 있는 대나무 숲은 바람이 불면 참 좋은 소리가 나겠구나.

 

 오랜 우물을 한 모금 떠 마셨다. 장군의 기운이..




 너무나 아름다운 집이었다. 여기서 문무를 닦던 그의 정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되게 총명했다는 이면 공.의 무덤은 소나무 숲이 둘러쌓여 있었다. 

색이 고운 아름다운 꽃. 


이렇게 넓고 한적하니, 고즈넉하다. 



 

 거룩한 기분으로 주차장으로 나오니 너무 배가 고파서, 번데기를 사먹었다. 어릴적 맛 그대로 였다. 덤으로 오뎅 국물과 같이 한컵 먹으니, 한끼 식사가 되었다. 좀 징그러울순 있어도, 단백질 덩어리..ㅎㅎ


 여기는 한번 와본걸로 끝이 아니라, 두고두고 다시 찾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다들 꼭 가보시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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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인것 같다. 산에서 짜증과 스트레스를 만땅으로 겪어보긴,, 여긴 산이라기 보단 그냥 관광지 였다. 그것의 원인은 케이블카에 있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몇분만에 산에 오를수 있지만 그만큼   사람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자연의 넉넉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멋진 봉우리를 갖추었지만 사람들의 욕망때문에 편하게 오른 산위에서 왁자지껄 찌든 술냄새 풍기는 사람의 냄새가 싫었다. 산위에 술파는 가게가 있는 것도 놀라웠다. 케이블카 구간 위에 정상까지는 꽤 가파른데, 분명 음주실족사고가 빈번해 보일듯 했다. 케이블카가 있는 산은 이 산만으로 충분해 보인다. 산은 산이어야 한다. 산 위가 관광지가 되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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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커뮤니티에 아리따운 아가씨 4명의 신록이 생동하는 소백산 산행기를 보고 가을엔 소백산을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소백산의 정상은 여성의 품처럼 포근해 보였다. 1400미터급의 산이지만 정상의 능선은 부드러움의 극치였다. 산의 모양새 만큼 힘들지 않은 오르막 길이 편하게 펼쳐졌다 매우 고즈넉한 산행이었다. 차분하고 기품있는 산 과의 호홉이었다. 



산의 능선을 타고 흐르는 바람의 결은 몸과 마음에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걷고 또 걸어서 하늘의 태양을 향해 마주섰다. 




 이제는 산의 정상은 완연한 겨울이리라. 


 단풍은 낙엽이 되어 산을 덮을 것이다. 비가 오고 눈이 오면 차츰 잊혀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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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석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니 가림이란 곳이었다. 내려오는 길은 험하진 않았지만. 4시간 정도는 걸린것 같다. 폭염속에서 뜸하게 오는 진주행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1시간여를 달려서 진주에 도착했고, 콩국수와 야채 만두를 먹고, 다시 통영행 버스에 올랐다. 그냥 지리산만 갔다가 올라가기에는 아까워서, 통영엘 들렀으나. 너무나 더워서, 돌아다닐 엄두가 안났다. 모텔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조금 돌아다니다가, 나중에 차를 가지고 와서 제대로 돌며 여행해야겠다고 다짐하며 통영의 맛뵈기만 봤다. 다음에 통영에 올때는 둘이 와야지..


 모텔에서 빨래도 하고 글 좀 쓸까했더만은, TV만 멍때리며 보다가 거북선 구경하고. 열대야의 사람 풍경 구경하고, 몇일 동안의 피로에 지쳐 배고픔도 잊고 잠에 빠져들었다. 거리엔 충무김밥집과 꿀방집만 수두룩 보이고.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벽화마을의 제일 맘에 들었던 그림은 저 손자국 얼굴 이었다. 





 저 팥빙수 너무 맛있었다. 나중에 다시 꼭 먹어봐야 겠다. 너무 더워서 더욱 꿀맛이었던 듯. 




 중앙시장에서 세병관을 가다가 미용실이 있어서 그동안의 덥수룩한 머리를 자르려 들어감. 미용실 이름이 엘레강스 였던거 같은데, 서울 얼뜨기가 큰 배낭메고 들어와. 할머니 두분과 중년의 미용사가 조금 재밌어 하며 놀랬다. 역시 현지 사람은. 통영이 뭐 볼게 있다고.. 이 더운데..고생하냐며.. 한평생 여기서 산게 답답하신 투로 얘기했다. 뭐가 맛있냐고 물어봤고, 우묵과 우모의 중간 발음으로 말했는데, 경상도 사투리는 우묵을. 우모와 가깝게 발음한다는 걸 시장에서 이것을 주문할 때 확인했다.

 사진속 어쿠스틱 기타의 나무 무늬가 예사롭지 않다. 경상도 아줌마 답게..두피 마사지 하는게 억척같이 예사롭지 않았다.  




 다시 시장으로 와 물어물어 이것을 먹었다. 일반 관광객은 알지도 못할 이 음식은 콩국수 국물 비슷한거에 묵이 국수처럼 든.. 시원하고 담백한 별미 음식이었다. 





 시외버스터미날로 가는 시내버스를 25분째 기다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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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물수건으로 몸을 닦고, 침상에 누우니 속에서 할배의 끄응~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참고로 산속의 저 세석대피소가 보기에 그럴싸해 산장이나 콘도로 생각하시면 절대 오산입니다. 세면실이나 취사장이 없고..단지 내 몸뚱아리 폭의 잘 공간과.. 재래식 화장실 밖에 없습니다. 땀에 쩔은 몸을 서로 냄새 풍겨가며 그저 누워 잘 수 있는 좁은 공간에 감지덕지 해야 하는 상황. 귀마개를 가져갔는데 정말 유용했다. 사람들이 부산거리는 9시에 누워 12시까지 내리 잤다. 의식이 드니, 산공기가 쌀쌀하게 느껴졌고, 귀마개를 빼니 여기저기서 우렁창 코골이 소리. 다시 끼고 눈을 감으니 또 얼마간은 자고, 깜깜한 새벽. 사람들은 일출을 보기 위해. 부산하게 또다시 움직인다. 몸과 정신이 떨 깬 상태에서 옷을 입고. 신발끈을 동여매고 길을 나선다. 바로 옆의 촛대봉으로부터 어둠이 깨이고. 나는 서둘러 일출을 맞이 하러 몸이 덜 풀렸음에도 부랴부랴 올랐다. 그 와중에. 뒤돌아 보니 하룻밤 묵은 세석대피소가 벌써 아득하다. 참 아름다운 장소에 있는 집이다. 




 8월 1일의 태양은 이렇게 떠올랐다. 여름의 한복판 태양은 어김없이 뜨거운 더위를 선사할것이다. 지금 이곳은 선선한 가을향취가 나는 바람이 불었지만 저 태양의 힘은 콘크리트의 도시에선 가공할 열기를 뿜어낼 것이다. 일출을 보며 나는 무슨 생각을 했나.. 어떤 다짐이나 소원의 기도보다는 그냥 오늘은 더 이상 가기 싫다. 가 정확했다. 태양이 떠오르는 걸 한참 동안 앉아서 보았다. 시시각각 변화는 만물의 변화는 드라마틱했다. 검푸른 뿌연 띠가 태양에 의해 와해되며 밝은 빛으로 세상을 채우는 그 순간순간을 오롯이 만끽했다. 차가운 바람과 따듯한 태양. 어제의 최악의 자연환경과는 극과 극인. 어제의 고생을 보상받는 듯 했다. 




 햇빛이 쏟아지는 와중에 어느 아마추어 사진가는 잘 찍은 사진한장을 건져야 한다며 위험한 바위 위에 여친내지 여자동료를 위험한 곳에 세워놓고 무수히 셔터를 눌러댔다. 디지털의 폐해라고 생각된다. 막 눌르다. 하나 건진다는 심보.. 필름 시절에는 일단 적정 노출로 찍혔을까. 노심초사하며 셔터의 누름에 심사숙고해 지거늘.. 자신의 사진실력을 탓하기 보단, 모델에게 강압적 강요를 하면서, 사진 한장에 왜 그리 목메는지.. 사진은 이 공간의 느낌. 이 분위기를 기록으로 증거할 뿐이지.. 사진 자체로는 전달하지 않는다. 나중에 그 사진을 보며. 그때의 감각과 감흥을 환기하고, 소환하는 동기로써만 기능할 것이다. 그러니 이 순간에 몸과 마음을 완벽히 자연과 동화시키는 자유를 누려보시라고..




 오늘 목적지였던 저 멀리 보이는 천왕봉을 마주보며 사과를 베어 물었다. 그런데 멋들어진 철학적 상념보다는 왜 인사돌이 생각나는 거지.. 스티브 잡스도 아니고 말야. 베어문 사과 속살에 피가 안 묻어나니 내 잇몸은 건강하군..

 5키로만 더 가면 지리산의 정상인 천왕봉인데, 지금 여기가 너무 완벽히 좋아. 갈 생각이 안 들었다. 사람들이 이 촛대봉에 올라 왔다갔다, 사진찍고..금새 갈길을 가는 것을 보며, 오늘은 이만 그대로 내려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산은 맹목적으로 목표를 기어코 성취할려고 하기 보단. 그냥 즐기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냥 자연속에서 걷는 과정이 좋았다. 어젠 너무 힘들었지만. 오늘은 더 고생하면 정말로 산에 진절머리가 날 것 같다. 바위 위에서 허연 허벅지를 드러내고 뒹굴었다. 이 높은 곳에서의 일광욕은 덥지도 않고..따사로왔다. 




 해는 빠르게 대지를 비추고, 만물은 오늘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산에서 내려가면 오늘은 내게 어떤 선물의 시간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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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 하루의 목적지인 세석평전(위사진)을 보기위해서 장장 14시간여를 악전고투속에 걸어왔다. 가운데 세석대피소와 평전이 펼쳐지자, 마음속에 기쁨의 희열과 안도가 뿜어져 나왔다. 3년전의 종주 경험 과는 천지차이인 이날의 산행은 최악의 산행기라고 각인될 것이다. 능선으로 부는 한점의 바람도 없이, 막 비가내리려고 후덥지근한 환상적인 습도가 마치 2차대전의 과달카날 섬에 끌려온 조선인 청년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연하천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벽소령..까지도 무척 길고 힘들게 느껴졌다. 3년전엔 이렇게 까지 힘들지 않았는데, 그때도 힘들었지만, 과거의 기억은 미화되는 경향 때문에 좋았다고 느끼는 건가.. 아니다. 분명 그때는 가을의 쌀쌀함이 능선을 타고 넘나들며 몸의 열기를 식혀주었다. 초심자에 대한 행운의 친절도 있었을 것이고, 나름 대비를 했었던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지리산을 얕봤다. 뭐, 세석 까지 하루에 갈 수 있겠는걸..  생각보다 널널하던데.. 하는 자만심이 문제였다. 


 습기에 미끌미끌해진 바위는 등산화의 접지력을 무마시켜 시도때도 없이 미끌어졌다. 아마도. 무릅과 발목의 힘이 풀어져 점점 다리가 제멋대로 휘청이고, 머리위에 분수대라도 달렸는지. 땀이 쉴새없이 떨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배낭속에 든 식량이 고갈되면서 무게가 가벼워져야 하거늘, 더 무거워지는 것은, 땀이 배낭의 어깨와 등판의 패드에 스며들어, 전혀 가벼워지질 않았다. 그래서 고가의 배낭은 이런점을 개선시켜서 나오는 것인가..써보질 않았지만 왠지 비싼게, 장땡이구나. 라는 생각.


 연하천에서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내 또래의 젊은 남자가 다리에 깁스를 하고 발가락은 시퍼래져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이어 헬기가 이들을 찾으려 상공을 한참동안 선회했다. 남의 불운 속에 경각심이 정신을 깨웠다. 실족하면 안돼.. 산에서의 한 순간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간다. 


 벽소령 까지, 힘겨이 도착했다. 3년전에는 여기서 1박을 했는데, 4시간 정도의 길을 더 가야 한다. 근데 이미 지칠대로 지쳤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너무나도 힘겨워 했다. 바람한점 없는 날씨가 몇 배는 더 체력을 고갈 시켰다. 다시는 한여름에 이런 장거리 산행은 절대 하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 벽소령 부터 세석 까지는 더욱.. 꽤 많이 걸을 것 같은데도.. 표지판에는 겨우. 0.6 키로 밖에 안 왔네.. 예전 같으면 이미 목적지 까지 다왔을 체력을 쏟았음에도. 채 절반도 못 오고, 아아.. 산신령님의 장난이 너무 심하시군요.. 그러다 다리에 힘이 다 풀릴 무렵, 오후 6시 반. 위 사진의 세석 평전이 펼쳐졌다. 땀을 너무 쏟아서..나올 눈물도 메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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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31일을 생각하면, 내가 미쳤지. 미친놈이지.. 그 폭염속에 지리산 종주를 하다니.. 

 산에 다니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듯이, 이날 오후부터 난 내가 얼마간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산을 저주하며 길을 걸었다. 향후 한 2년간은 산에 가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내 몸의 모든 수분이 후두둑 이마로 떨어져, 반바지와 팬티까지 홀랑 다 적시는 축축함 속에 넋을 놓고 걷고 걸었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 땀을 하루에 쏟아도 죽지 않는다는걸 알았다. 새벽 4시 40분 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걷는 동안,  대략 4리터의 물을 마시고. 그 만큼의 땀을 흘린것 같다. 


 위 사진은 막 동이 트고 있는 와중의 노고단 대피소에서의 본격적인 종주 길을 알리는 거리 표지판과 나의 장비들이다. 천왕봉까지 25.9 키로미터. 오늘 내가 자야할 세석 대피소까지는 약 20키로 미터. 3년전 가을에 2박3일 코스로 종주를 처음 해봤었는데.. 생각보다 쉬워서 이번에는 1박2일로 축소 시켜, 새벽에 성삼재에서 시작해..세석까지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런식으로 산을 얕보면 이날과 같이 생고생길이 열린다. 그것도 한여름의 산은 더더욱, 역시 산은 어떤 가르침을 준다. 만만히 보거나 경솔하지 말라고..스텝 바이 스텝의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원래는 등산을 하지 않는 친구 2명을 데려가려 했으나 대피소 예약문제와 이런저런 장비문제로, 좀 급작스레 나혼자 구례구행 심야기차를 타게 되었다. 데려가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인지. 아마 내 계획에 동참시켰더라면 향후 몇년간은 욕을 솔찬히 쳐드시고 수명이 더 늘었을 것이다. 

 여수 엑스포의 영향인지 밤 10시 40분에 용산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영등포에서 만원기차가 되었고, 자정을 가르며 남쪽으로 달렸다. 아주 오랬만에 기차를 타서 잠을 제대로 못자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거지에 눈길이 갔는데, 어느 건장한 남자의 등산복 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옷과 신발을 최고급으로 두른것은 둘째치고, 대형 배낭의 크기와 포스가 라인홀트 메스너를 생각나게 하는 것이었다. 다 쌔삥. 체격의 건장함과 장비의 번쩍번쩍함에도 불구하고..  어슴푸레 동이트는 와중의  노고단 대피소에서 주먹밥과 사과를 먹는사이, 이 남자가 올라오는걸 보았는데, 털퍼덕 앉는 모양새가 그 큰 배낭의 무게에 벌써 지친 모습이었다. 성삼재에서 시작한 사람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보게 마련인데..이 남자는 그 후 한번도 못 봤다. 


 이삼일을 버틸. 식량과 물..등을 꾸리다 보면. 배낭 무게가 어깨를 거쳐 폐를 압박해 온다. 그래서 이번에는 하루를 단축하며, 버너와 코펠을 안 꾸리고. 하루치 먹을 주먹밥을 만들었다. 사실. 대피소 취사장에서 밥을 해먹는것도 몸이 힘드니까 귀찮음. 여럿이서 가면 밥을 지어먹는것도 재미고 추억이겠지만, 난 산에서 삼겹살에 진수성찬 반찬을 꾸려와 해먹는 아저씨들 보면 좀 이해가 안됨. 지금은 더더욱 산에서 풍기는 삼겹살 냄새는 증오스러움. 내가 준비한 식량은 야구공 크기의 현미 주먹밥 7알. 사과 4개. 에너지바 4개. 홍삼엑기스 4봉. 햇반 4개, 물 2리터. 구운검은콩 한되. 말린 현미쌀. 한되. 3년전 처음 배낭을 꾸릴때 보단, 훨씬 가벼워졌다. 여름이라 옷도 많이 챙길필요도 없고, 취사장비가 없으니..오전까지는 뭐 이까짓거..하며 널널한 심정이었다. 



 7월31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본 일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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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에 찐감자 몇알을 먹고  후다닥. 반바지와 널부러진 아무 티셔츠를 걸치고 나왔다.  어제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아직 내리고 있었지만, 이미 그 빗줄기는 많이 약해져 있었다. 그동안 가뭄의 실상을 안양천 자전거 도로의 말라가는 풀들을 보며 심각함을 느끼고 있었다. 5년여동안 다니면서, 풀들이 밑둥부터 누렇게 말라가는걸 처음 보았다. 작년만해도. 이맘때 물살을 가르며 집에 오던 기억이 생생하다. 


 자는 동안 내내, 아침에 일어날 즈음에도 창 밖으로 시원하게 빗소리가 듣기 좋았다. 오전에 빗소리와 함께 소일거리를 하다,  숲속 나무의 기쁨들을 같이 느끼고 싶어졌다. 올해는 산엘 2번 갔을까..  예전엔 비오는 날 산에 가는걸 즐기기도 했다.  비오는 숲속은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고즈넉하고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숲을 만끽할 수 있었다. 비내리는 숲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것은 언젠가 내면의 상처를 입었을 때, 숲속에서 위로와 치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비와 안개의 산. 고요속에서 내면은 정적의 춤을 춘다. 수분에 동화되어 증발하듯 내 존재가 무위의 자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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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일절 휴일. 햇살 따듯한 봄날의 전령이 만개한 가운데 춘천의 호수와 먹거리에 즐거움이 가득했다. 
 언제부턴가 춘천으로 가는 전철이 개통이 되어 많은 인파가 춘천으로 하루 여행을 간다는 걸 알았다. 전철비가 공짜인 노인들은 서울 상봉역에서 출발해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춘천에 자주 간다고 한다. 노인뿐이겠는가.. 경춘선 전철은 평일이나 휴일이나 몸살을 앓는다고.. 예전에 춘천으로 가는 기차나 자동차 국도는 크게 맘잡고 가야하는 루트 였다. 



 춘천에 대한 기억은 한 번 뿐이었다. 차가 생기고 친구랑 하릴없이, 괜히 운전하고 싶어 갔던 곳이 춘천이었다. 정말 춘천의 명동거리만 걷다가. 관광객 상대하는 닭갈비집에서 먹고 온게 다였다. 정확이 얘기하자면 춘천으로 가는 몇번?국도 드라이브 여행이었던 거다. 이 길은 막히지 않으면 꽤 멋진 국도일텐데.. 서울로 들어오는 길은 심각히 막혔던 기억이 난다. 서울의 북동쪽의 국도들은 차막힘의 두려움이 어떤 트라우마처럼 존재한다. 

 전철에 자전거를 싣고 가는 이번 여행은 그런 면에서 마음이 너무 편하지만.. 대림역에서 상봉역 까지 가는 7호선 라인에 사람이 많을까 하는 걱정이 내심 앞섰다. 내 비치 크루저 자전거는 너무 크고 핸들이 쫙 벌어져 있어, 다른 승객에게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휴일에 전철의 맨 앞이나 뒤에 자전거를 실을수 있다지만..사람이 많을때, 자전거는 타인에게 걸리적 거릴게 다분하기 때문에.)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부랴부랴 7호선 플랫폼으로 내려갔더니. 다행히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내 자전거가 시선을 끌었다. 승강장 제일 끝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가려했으나 누가 사진이라도 찍어 지하철 용자 같은 제목으로 올릴까봐.. 그냥 끌며 뛰었다. 한쪽 벽에 세워뒀는데, 출발할때 관성으로 한번 꽈당 넘어지고 나서 좌석이 많이 비웠음에도. 서서 자전거를 붙잡고 갔다. 서울의 대각선 끝과끝의 노선이니 아침부터 힘들었다. 

 상봉역에 도착하니 춘천으로 가는 인파들이 조금 과장해서 인산인해였다.  새로 표를 끊어야 하는 게 아닌. 그냥 수도권 전철 환승하듯.. 나갈때 체크 하면 되었다. 1시간 가량 가는 전철 바닥에 옹기 종기 앉아서 대화가 펼쳐졌다. 

 
 아침부터 이동하는 수고와 말을 많이 했기 때문에 허기졌다.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위한 힘을 비축하기 위해 역전앞의 뻔해 보이는 닭갈비 막국수를 들어갔는데. 기대보다 막국수 맛이 좋았다. 소양강 막걸리와 궁합도 좋았고.. 카메라가 있었지만..맨날 음식나오면 찍어야 한다는 생각은, 다먹고 난 그릇을 보며 아차 하는 후회막심.. 그래서 앞으론 그냥..식후 식탁 풍경을 찍어야 겠다는..생각이 들었다.  사진은 미래에 도래할것보다..지나간 것에 대해 더 치중해 있으니까..

 
 자동차 도로상에 있던 김유정 문인비 자동차로는 그냥 지나칠께 뻔한 위치에 있는데, 자전거 여행이기 때문에 잠시 멈춰서 구경하고 김유정의 시를 기억에서 들추어볼 계기가 되었지만,  결국 괜한 공교육 탓만 하게 되었다. 교과서에 실린 시중에 나는 조지훈의 승무가 가장 가슴을 찔렀는데,  동백꽃도 그에 못지 않다. 

 
 산속의 저 집은 무얼까.. 그 밑에 호수위 파란 난간의 자전거길이 보인다. 그 위쪽 사진 배경의 콘크리드 구조물은 다시 보아하니 영화 의뢰인에서. 결적적인 사진 단서로 나왔던 배경의 그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봄날을 연상케하는 따듯함. 따사로운 햇살속에서 비타민 D, 세로토닌. 엔돌핀. 페로몬등은 왕성히 발생하고 있었다. 근데 써먹을데가 없구나. (여로모로 인생의) 선배는 지금 이 자전거 여행이 아무리 좋아도 여자한테 같이 하자고 그러지 말라고 했다. 보통 영화속에선 시간의 한 단편만 보여주기 때문에 이런 하루 여행의 최고의 좋은 (낭만적인) 모습만 보여주고 넘어간다. ( 더 리더의 한장면을 연상해 보시라..) 하지만 현실은. 그 낭만을 만끽하기 위한. 전. 후의 고생? 이 따른다.. 나한테는 그 조차 즐겁지만..
 

 
 이 여정의 백미였던 길이다. 물위에 나무로 굽이굽이 만들어진 길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자전거가 지나갈때. 바닥의 나무들이 도로록도로록 내는 소리도 듣기 좋았고, 호수의 푸르름이 아름다웠다. 선배는 우리가 가는 자전거 길의 이름을 박*준 루트라 불렀다. 왜냐면 반년전 혼자 이 길들을 개척했기(찾아냈기) 때문에, 월맹에 호치민 루트가 있다면. 춘천에는 박*준 루트가 있다. ㅋ

 
 폐 경륜장. 자전거 트랙의 기울어진 경사가 그렇게 심한지 몰랐다. 사진속 오른쪽 끝으로 보이는 경사는 직접 가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거의 90도 벽이 세워져 있는 느낌.. 아무리 속도와 관성으로 질주 한다고 해도. 꽤나 무섭겠다.

 
 춘천 시내를 들어와서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명동 거리를 걸었다. 여전히 배용준. 최지우의 겨울연가 싸인물들.. 간간히 일본말이 들려오는걸 보니. 아직도 춘천시는 이 드라마의 덕으로 많은 수입을 이루고 있는듯.. 그러고보니 춘천은 이렇다할 산업 기반도 없고..공기와 자연적 향취 빼면 내세울게 없다.. 그나마 문학..예술..이 있을까.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고, 덜 오염돼, 예술가들이 많이 살 것 같다. 

 
 춘천에서 제일 유명한 집이라는 저 곳에서 저렇게 줄서며 기다려서 먹었다. 역시 맛있었다. 30분 정도 기다려 먹을만은 하다. 하지만. 그 이상은..좀 고려해 봐야 한다. (우리는 그랬지만)
 저곳에서도 음식 사진을 못 찍었다.  포만감에 줄서 있는 사람들이 안쓰럽게 보였다. 나도 그랬으면서..

 해가 떨어져 가고 있었고. 자전거에서 식탐여행으로의 끝은 편육과 막국수로 마무리 되고 있었다. 여기선 막국수를 비비던 찰나에 깨닫고 사진을 찍었다.

 
 닭불고기로 배불렀음에도 거의 나 혼자 저것을 다 먹었다. 가카가 여기서 쳐먹었다니..좀 께름직한데, 어쨌거나 솔직한 좋은 맛이었다.  그 뒤 너무 배불러서 머리와 폐가 아닌 배로 숨쉬는 기분이었다. 열라 한심한 사람은 졸라 쳐먹고 소화제 먹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 절반을 했다. 
 자전거 거리계로 움직인 거리는 36킬로미터 지하철 계단을 자전거로 들거나 끌며 오르락 내리느라 칼로리 소모나 섭취가 컸다. 지금도 오른쪽 팔이 뻐근하다.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니 피부가 햇빛에 그을려 벌겋게 상기되 있었다.  기분좋은 광합성 이었다. 에너지의 방전과 충전은 매우 즐겁다.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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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 저녁에는 장어구이를 먹었고, 어제는 친구 결혼식이어서 영양 보충이 과하게 됐었다.  
관악산 말고 일전에 알아두었던 집에서 가까운 근교의 산 중에 구름산이 떠올랐다. 산이름이 참 이뻐서 관심이 갔다.
 그 전날, 광명시에 사는 친구에게..일단 점심에 차나 한잔 할까 하고 물어봤다. 오전에 2시간 정도 구름산에 갔다 올거라고 은근히 떡밥을 던졌다. 굳이 같이 안가도 된다고, 200미터급 산이래서..오전에 잠깐 뒷동산 마실 갔다 오는 정도래서..내려와서 보면 된다고.. 등산이 별거 아닌투로 유인했다.  결국 9시 반쯤에 광명보건소 앞에서 만났다. 자주 못본 친구래서 반가왔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등산을 공유하게 해서 기분이 좋았다. 

 집에서 등산로 초입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 초행길이라 시간이 조금 늦었지만 덕분에 다음에 다시 올 때를 위한 길을 파악하게 했다. 내가 지나쳐 온 길에는 유독 교회가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명시의 특성인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서울 근교 도시 보다 더 많은 것 같다. 
 한결 포근해진 날씨 탓에 낮에는 많이 덥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오랫만에 만났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올라갔는데, 대략 20년만에 산이 처음이라는 친구는 초반부의 경사부터 좀..낮설어(힘들어)했다. 산이 부드러운 흙산이여서 편안했다.  두군데 계단 구간의 단조로움만 빼면, 가볍게 등산하기 딱 좋은 산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등산 코스지만..그래도..적당히 운동감을 맛볼 수 있는. 초보가 등산하기에 안성맞춤인 산이었다. 남녀노소 사람이 많았다. 
 
 두시간만에 다시 원점으로 내려왔을땐, 친구도..등산이 참 좋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힘들지만. 몸이 가벼워지고..상쾌해지는 기분을 느낀것이다. 자주 와야겠다고 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닌것 같아서 뿌듯했다. 아마도 올라갈때. 자신의 저질 체력에 대해 충격을 받은듯 하다. 20년만에 처음이라니 몸이 놀랬을거다. 그 놀란 몸을 달래러. 우리는 점심을 먹으로 갔다. 철산역 주변으로 와서, 뭘 먹을까 고민했다. 고르기 어렵다. 길가에서 전단지 나눠주는 아줌마가 소개한 곳을 갔다. 저렴한 뷔페집. 기억에 남는 맛은, 오뚜기?스프에 빵조각 버무려 먹었던 맛. 어릴적 맛을 추억하게 했다. 아마도 초딩때, 급식으로 먹었던 그 맛. 
영화 위험한 상견례 에서.. 주인공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웨이터가 스프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란 질문에...오뚜기 스프요..하는 시시한 유머가 생각났다. 

 나와서. 커피집을 찾다가 마땅한 커피집이 없어.. 유일하게 보였던. 홀리스 커피에 들어갔다. 사람이 많았지만 창가쪽에 자리잡고..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자주는 못 보았지만..참 편안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길 건너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친구한테도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회사에 있었다. 마음의 결이 좋은 사람들. 타인과의 관계에서 배려와 희생을 실천하는 친구들 이었다.
 날씨가 너무 포근해져, 나른해 지기 시작했다. 몇일전의 강추위는 언제 그랬냐는듯 오후의 햇빛을 느긋하게 만끽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깊은 겨울의 끝에 봄을 어렴풋하게 기다리게 한 날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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