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탁스 G2를 가지고 있던 일년동안 많은 스냅 사진을 찍었었다. 그 때, 100피트 짜리 롤 필름을 사서 현상소에서 얻어온 쓰고 버린 빈 필름 카트리지에 말아서 썼다. 이것을 당시 마끼필름이라고 불렀던 것 같다. 그때에도 필름을 쓰는 일은 꽤나 아날로그적 일이었는데, 내가 쓸 필름 카트리지를 손 수 테잎 붙여 말아가는 일은 아마도 한땀한땀 손뜨개질 하는 심정과 비슷할 것 같다. 

 이것을 다시 팔면서 필름 로더기도 곧 팔았다. 더 이상. 35미리 필름은 사용할 일이 없단 결단이었다. 아쉬울 건 없었지만, 뭔가 시원섭섭하긴 했다. 필름의 사용이 점점 줄어들면서 이젠 저런 카메라가 구석에 쳐박혀 먼지를 쌓여 가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한낱 기계의 운명은 풍전등화 같다. 


 칼 짜이스, 빨간색으로 T* 코팅을 알리는 저 렌즈를 쓰면 정말 멋드러진 흑백 톤의 사진이 나올거 같은 환상에 빠졌다. 실제로 매우 좋은 성능을 내주는 렌즈 였다. 라이카 렌즈 외로 가장 성능이 좋은 렌즈가 아닐까. 과학적 수치야 관심없지만. 암실에서 인화를 하거나, 필름 스캔을 해보면 그 느낌이라는게 있다. 훌륭한 렌즈와 함께 감성적으로 어필하는 바디의 모양새. 




 샴페인 골드 색상의 바디와 렌즈 모양새는 완벽하다. 기계식 수동 카메라 보다는 전자식 자동 카메라에 가까운 기종이다. 조리개 우선 모드의 자동노출과. 오토포커스. 필름 자동 감김. 등등.. 필름 RF카메라의 기술 집약체가 이 카메라가 아닐까. 오토포커스 가 느리다지만 쓰지 못 할 정도는 아니고, 뷰파인더가 작고, 시차가 있지만. RF에선 어쩔수 없는 것이고, 적당한 크기와 무게. 무엇보다 훌륭한 렌즈 시스템. 필름의 몰락이 아니었으면 가지고 있었을 텐데. 이제는 이 카메라로 찍은 필름을 바라보며 추억으로 콘탁스 G2를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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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의 디지털 카메라를 샀다. 초기 출시 가격보다 많이 내려갔다.(그래도 비싼듯하지만) 덤으로 정품 가죽 케이스랑 여분의 배터리. 8기가 메모리도 받았다. 지금 배터리를 충전하느라 구동은 못시키고, 필름 시대를 추억하게 하는 멋드러진 외관을 감상하고 있다.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는 좀 사용해보고 올려야겠다. 


 인터넷 서칭을 하는중에 또다른 멋드러진 카메라를 발견했다. 후지필름에서 2009년에 출시된. 6x6. 6x7판 RF 필름 카메라였다. 대단한 회사다. 역시 세계적인 필름 회사 답게 디지털이 잠식한 시대에 필름카메라 신품을 출시하다니.. 니콘의 F6의 발매도 참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후지는 한 술 더 뜨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니콘과 후지를 좋아한다. 오래된 가치에 존중하는 그런 감성. 


 생긴것도 얼마나 멋진지. 보기에도 좋은 카메라가 보기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내는 법.ㅋㅋ 흑백 필름이야 그렇다 쳐도. 이제 칼라 필름은 어찌할꼬.. 현상소도 점점 없어지고, 퀄리티도 안 좋아지는 것 같고. 사진은 점점 더 모니터로 감상하고 마는게 되버리는 것 같다. 


 이건 또 새로나온 고정형 광각렌즈가 달린 모델.  대단하신 후지필름. 코닥 처럼 필름 사업 망하거나 절대 접지 말기를 기원해 드립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X100을 구입했다? 


뚜껑을 닫으면 렌즈가 접혀 쏙 들어감. 중형 카메라인데 휴대성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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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LR클럽에서> 


 이 카메라는 우리집의 장농 카메라 였다. 대학1학년때 카메라가 필요해서 부모님께 물어보니 이 카메라가 장농에서 나왔다. 어릴적 어렴풋 아버지가 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카메라로 가족 사진을 많이 남기진 못한것 같다. 지금이야 가족 외식이나. 여행등이 일반화 되었지만.. 내가 자랄때는 그런 기억이 별로 없다. 저 카메라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가 대학1년때, 꺼내어 쓰게 되었지만, 그 떈 사진을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 SLR 카메라가 필요했다. 


 위 카메라는 조리개 우선 반자동 카메라이다. 요즘엔 저렇게 생긴 카메라를 미러리스 카메라라고 부르는데 정확히 말하면..레인지 파인더...우리말로는 거리계 연동식 카메라 이다. 70~80년대 일본에서 라이카를 흉내내어 대량 생산된 보급판 기종이다. 그래서 저 카메라는 흔히 이렇게 불렸다. 가난한 자의 라이카.. 야시카 라고..나이키와 나이스 의 차이랄까...


 하지만 이 야시카 카메라는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화질이 막 저렴하진 않다. 후지논 렌즈의 독특한 개성이 있다. 역광상황에선 쥐약이지만, 이러한 단점 또한 요즘의 사진 환경에선.. 빈티지..복고적 개성으로 탈바꿈 된다. 라이언 맥긴리의 초창기 작업이..중고 장터에서 5만원이면 살 수 있는 야시카 카메라로 찍었다고 하기도 해서..이런 오래된 보급판 카메라의 인기는 여전했다. 생긴것도 복고적이고 얼핏 꽤나 있어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 치곤..크고 무겁다. 가볍게 출사 나갈때, 이건 벽돌 한장을 들고 다니는 기분이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작은 짱돌 만해야 하거늘.. 


 역광만 피한다면.. 색감과 화질이 꽤 좋다. 지금은 단종된.. 아그파 울트라 컬러 필름과 조합은 라이카 부럽지 않게 나오기도 한다. 아무리 싼 카메라라도 나쁜 카메라는 없다. 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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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한대만의 카메라를 고르라고 한다면 롤라이플렉스 TLR 을 선택할 것이다. 외관의 수려함. 광학적 성능, 내구성. 휴대성 등등.. 필름시절의 최고의 카메라였다. 

 내가 가진 롤라이플렉스는 1968년도에 생산된 3.5F 모델이다. (사진은 2.8F) 

 시리얼 넘버를 확인해 보니 화이트 페이스 바로 전 모델인데, 렌즈 구성은 화이트 페이스와(5군6매) 같다. 그러니까 1920년대 A부터 F까지의 모델 변천사에서. 최후기 기종에 해당한다. 그 후 GX  와 FX  기종은 전통 롤라이플렉스 클래식 버전이라기 보다. 전자식 노출계가 달린 현대식 카메라로 변모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이 카메라는 68년도란 시대적, 문화적 전환기에 생산된..나에겐 의미부여가 확실한 카메라이다. 세월에 비해 상당히 민트급의 카메라이지만. 누가 알겠는가. 누군가 이 카메라로 지미 헨드릭스나 존 레논을 찍었을지.. 


 화각적인 면에서 중형 표준 화각에서 살짝 광각인 75미리 렌즈가 아주 마음에 든다. 35미리 카메라로 치면 아마도 40미리 렌즈 정도..  단 하나의 렌즈를 고른다면..당연 표준 화각의 렌즈다.. 하지만 50미리 표준 보다는 나에겐 40미리 정도가 딱 인 것 같다. 

 렌즈는 칼자이스 플라나.. 핫셀블라드의 칼자이스 플라나 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이다. 화질 면에선 최고를 자랑하는 렌즈 브랜드와 설계방식이다. 

 딱히 단점이라면..최소 초점거리가 1m 정도로 길다는 것..  

 앞으로 평생을 지니며 소중한 순간들을 필름으로 남길 카메라이다. 지금까지도 많이 사용했지만, 더더욱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할 카메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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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웹서핑하다 발견한건데, 저 냉장고가 시판된다면 되게 잘 팔릴것 같다. 록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 사겠다.. 사진에서처럼. 저 안에다..맥주 잔뜩 쟁겨놓고 방구석에서 놀다보면 취해서 레드 제플린 같은 기타 리프가 마구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집구석 인테리어 용으로 최고인듯.. 





 이 앰프의 외관은 콤보형(앰프부와 스피커가 한 몸체에 있는 것) 앰프중 최고라 생각한다. 물론 마샬은 스택 앰프가 유명하고 콤보형은 펜더나 복스 앰프가 유명하지만, 저 마샬 로고와 그릴망.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만큼은 콤보나 스택형을 떠나 디자인적으로 너무 이쁘다. 하얀벽의 거실 한쪽에 놔두기만 해도 인테리어가 완성되는 외관이다. 

 그리고 마샬 로고는 음악에 관심없던 사람도 낯설지가 않은 문양일 것이다. 음악 공연시 무대 위에 쌓여져 놓인 마샬 로고가 박힌 장비들은 예나 지금이나 수두룩 하니까.. 기타음악. 전기기타가 들어가는 록을 비롯한 모든 음악엔 마샬 앰프와 함께한다가 정설이다.

( 스택 형 -- 앰프와 스피커 캐비넷이 분리된 형태.. JCM800 )

 자신의 키보다 더 큰 저런 앰프를 뒤에 놓고 기타를 치는 기분은 어떨까.. 내 기타 소리로 너의 몸과 마음을 다 사로잡겠어 하는 마초적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위용이다. 마샬 앰프는 록음악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상징성이 있는 것이다. 지미 헨드릭스가 저렇게 쌓인 마샬 앰프 앞에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후렸다. 60년대 청년 문화의 열기는 저런 대출력 앰프가 필요했다. 이것을 과부화시켜 독특한 사운드를 창출했고 그것은 록음악에 있어서 혁명적인 효시였다. 

 처음엔 레오 펜더에 의해서 전기기타가 발명되었고, 이것의 활용을 위해서 라디오에서 빼낸 진공관으로 앰프를 만들었다. 전설적인 빈티지 앰프 중에서 베이스 기타용으로 만든 펜더 59 베이스맨 앰프를 카피한 영국의 짐 마샬에 의해 마샬의 JTM45 앰프가 나오고 마샬의 역사는 시작한다. 클래스 5의 콤보 외관은 마샬 블루스브레이커에서 나왔다. 당시 에릭 클랩튼의 요청으로 JTM45의 콤보형이 만들어졌고, 그것의 이름은 에릭이 몸담았던 밴드에서 나왔다.

 기타에선 펜더 57/62 스트라토캐스터나 깁슨 59 레스폴이 전설적 명기 이듯이 앰프에선 펜더 베이스맨이나 마샬 플렉시가 전설적 원조 라고 부를수 있다. 80년대 이 후, 위 사진속 앰프들. JCM 800, 900, 2000 으로 시작하는 모델들은 1959SLP100 (수퍼 리드 플렉시 100와트의 약자. 지미 헨드릭스의 등 뒤에 세워져 있던, 금색의 반짝이는 콘트롤 판넬을 가리켜 애칭으로 흔히 플렉시 라고 부른다고 한다..) 의 리이슈 버전이다. 

 아무튼 클래스 5의 형식과 외관, 소리는 전통의 플렉시와 일맥상통한다. 베이비 플렉시 라고 부르기도 한다. 원 채널의 볼륨과..3밴드 이큐..(베이스 미들 트레블) 노브가 다. 인 완전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앰프이다. 프리 앰프에 2개 파워부에 1개의 진공관이 박힌 5와트의 저출력 앰프이다. 그래도 방에서 사용하기에는 버거운 앰프이다. 5와트의 이득은 그래도 자체적인 크랭크업 사운드를 낼 수 있다는 것..

 나의 기타 히어로 들은 다 위 사진의 플렉시 오리지널?을 쓴다. 대표적으로 블러의 그래함 콕슨 과 전RHCP의 존 프루시안테 톤의 핵심이다. 그래함 콕슨은 항상 감쇄기를 물려서 크랭크업 사운드를 뽑아내는데. 블러의 앨범과, 그래함의 솔로 앨범들을 모니터해 본 결과. 클래스 5의 크랭크 업 사운드와 질적으로 거의 비슷하다. 클래스 5에서도 내가 듣던 음반의 감동적인 드라이브 소리가 뻗어 나온다. 

 마샬 앰프의 매력은 지글거리고 찌그러진 진공관의 크랭크업된 소리다. 60년대 중반 이후로 이 마샬 앰프에서 나온 소리가 록음악의 전형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TV를 포함해 모든 라이브 무대위엔 마샬의 로고가 상징적으로 자리한다. 록음악은 마샬과 함께..

 클래스 5는 60~70년대 록 사운드와 가장 흡사하다. 레드 제플린..딥 퍼플..등등의 초기 하드록 밴드들의 크랭크업 소리와 같다. 레드 제플린의 69년의 로얄 앨버트 홀의 라이브 영상을 보면.. 드라이브 소리가 약간 퍼즈틱하게 쫀득하게 들리는데.. 이런 소리가.. 스톰박스(꾹꾹이)가 흉내 낼 수 없는 진공관 앰프 드라이브만의 매력이다. 

 드라이브가 걸리기 전의 클린톤은. 확실히 펜더 앰프가 스파클링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앰프가 부스팅 되는 순간.. 마샬은..성난 황소처럼..즁즁즁.매력적인 리프 사운드를 내게 한다. 


 이 제품은 메이드 인 잉글랜드 산이다. 영국제 공산품이..흔치 않지만,  브랜드 뿐만 아니라 생산지도 영국인것은, 좀 더 전통적 가치를 부여해 준다.  


 이 제품의 신형 버전이 나왔는데.. 좀 더 싸게 살 수 있어 구형을 선택했다. 신형은..자체적으로 감쇄 모드가 있는데, 정말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신형을 사야 한다. 구형의 경우. 외부 캐비넷 스피커가 있다면..헤드폰 아웃으로 연결시 저 음량으로 할 수 있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다. (확실치 않지만)
 
 유투브 등에서 이 앰프의 소리들을 들어보면 좀 먹먹한 감이 있는데, 처음 방에서 소리를 들었을 땐, 그런 감이 없지 않았다. 고음의 맑고 선명한 느낌의 펜더 앰프와 비교가 되나, 지하실에서 제대로 테스트 해 보니 그런 기우는 사라졌다. 오히려 펜더 앰프가 고음 쪽에 치우친 쏘는 소리를 내 주는게 아닌가 싶다. 확실히 펜더 앰프는 클린이 발군이긴 하다. 하지만 파워 넘치는 자글자글한 드라이브 톤은 마샬이다. .
 펜더 스트랫 보다는, 텔레에 더 어울리는 소리를 낼 듯하다. 그리고 깁슨 P90픽업 사운드가 펜더 앰프 쓸 때 보다..훨씬 락킹하다.  그래함 콕슨이 하이드 파크 공연때 쓰는 기타들을 보면..플렉시 앰프에 어떤 기타들이 어울리는지 보여준다.  
. 52텔레와 이 앰프와의 궁합은 최고일듯 하다. 
 


 레스폴을 물린다면 아주 팻하고 기름진 사운드가 상상된다. 

 볼륨을 12시 조금 넘게 올리고.. 기타의 볼륨 조정으로 클린에서 드라이브까지 조절한다. 부스팅 페달 하나만 있으면.. 드라이브 톤은 끝이다.  

 

 


 TV용 영화인데 제목이 기타여서 무슨 내용일까 무지 궁금했다. 내용이 신선하지 않았지만 영화속 공간과 미장센이.. 나의 로망 그대로였다. 

 뉴욕에 사는 30대로 보이는 직장인 여성. 그는 목소리가 이상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니 급성 후두암 2개월의 시한부 선고가 떨어진다. 공교롭게도 직장에서도 짤리고, 남자친구한테서 버림받는다. 죽음을 기다릴 날 만 남았다.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회색의 맨하튼의 모습은 과장하지 않은 영상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심정이 뉴욕의 모습 그대로인 회색의 군중속의 고독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삶의 희망이 사라진 어느날 반지하방의 아침 침대 밑에 있던 신문의 부동산 광고란에 고급 펜트하우스 단기 임대 정보를 보게 된다.  살날이 2달이니까. 죽기전에 해보지 않았던 일을 저지른다. 그 펜트하우스 집은. 정말 멋졌다. 무지 높은 천장과..흰색 벽. 나무로 된 바닥. 서쪽의 채광. 실제로 이 건물이 뉴욕의 어디쯤에 있는지 가늠이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텅빈 공간에 거주하게 된다. 주인공의 심정과 마찬가지인 공간이다. 마룻바닥에서 하루밤을 보낸뒤 다음날. 기사가 와서 전화를 설치해 주고 간다. 펜트하우스니까.. 부자들을 위한 상품 카달로그가 수시로 도착하고.. 주인공은 자신이 걸치고 있던 옷을 훌훌 벗어 창밖으로 버리고. 샤워를 하고.. 물건들을 전화 주문하기 시작한다. 죽기전 2달여를 마음껏 지르다 갈 심산이다.
 이와 거의 같은 설정의 영화중에.. '라스트 홀리데이'란 영화가 있다. 흑인 아줌마가 같은 시한부 상황에서.. 유럽에서 최고급 여행을 하는 내용인데 아주 재밌다. 유쾌하고.. 하지만 이 영화는 뉴욕이 배경이니 만큼..좀 그루미 하다. 

 이 여배우의 얼굴은 너무 흔한 백인의 전형같아 보여서 눈길이 안갔는데. 벗은몸이 예술이었다. 완벽한 비율, 뒷태가 환상적.. 이 때 부터 더욱.공간과 형태에 집중이.. 베라 왕의 최고급 침대 매트리스를 구입하고.. 갖가지 고급 제품들을 구입하기 시작한다. 모든걸 전화로 주문을 하며, 피자집 배달부와..흑인 택배기사와 친해진다. 죽는다는데. 꺼릴게 뭐냐는 듯..그들과 살을 부대끼는 정을 나누고..피자집 아가씨와 동성애도 나누고 심지어 그들 셋이 쓰리썸도 즐긴다. 

 주인공의 어릴적 트라우마는 빨간색 전기 기타와 연관이 있다. 그녀의 부모는 생활고에 허덕이는 상황..잦은 싸움속에서 소녀는 어느날..기타샵에 진열되 있는 빨간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보게 된다. 홀딱 반해 부모한테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하지만 일언반구 거절..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상황. 어느날 기타가 진열장에서 내려져 있는 걸 보고 그걸 들고 나와 무작정 거리로 뛴다. 그 행복한 소녀의 모습은 절도의 심각성을 넘어..기타에 대한 순수한 마음의 발로였다. 그러다 쫏아온 주인에게 잡히고..어릴적 트라우마가 컷겠지..

 이것저것..여자들이 좋아하는 물품들을 사다가 어릴적 로망인 그 빨간 기타를 주문한다. 기타에 전혀 모르고 칠줄도 모르는 사람이..최고품으로 불러주는데로 주문한다.  다른 지름은 별 느낌이 없었는데..기타를 주문할땐..나도 모르게 흥분했다. 그래서 결국 도착한 물품들은. 스타디움급 공연 장비인 마샬 풀 스택 앰프가 2대.. 2대의 메사부기 앰프 스택.

 
 주인공의 지름의 백미는 전기 기타와 앰프들이었다. 이것을 처음 전원을 키고..기타에 짹을 꼿고 노이즈와 거친 소리가 나올때..되게 신성시 하게 연출되었다. 자신의 어릴적 상처와 마추지는 그 지점에서의 묘한 상황 그 희열이 팍팍 전달됐다.  음악과 악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장면들이 이 영화의 뛰어난 점이다. 유리창 너머의 기타를 선망하고 소리를 상상하며. 그것을 가졌을때의 희열속에 껴안고 잠을 자는 그런 경험을 주인공을 통해서 보여준다. 



 다른 어떤 물건보다도.. 주인공은 기타를 만질때 행복해 한다. 레슨 디비디를 보며 기초 코드를 연습하고. 자신의 감정을 담아..간략한 솔로를 연주한다.  저 큰 공간에서 앰프들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며 신나한다. 그 기분이..전달된다....

 그와 관계했던 두 인물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그녀를 떠나게 되고, 2달여가 지난 어느 시점부터 신용카드가 정지가 된다. 그러고 보니.. 후두염으로 허스키했던 그녀의 목소리는 정상으로 돌아와 있다. 병원을 가보니..암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기적의 이야기를 듣고.. 또다시 얼이 빠지는 주인공.. 좋아하기에는 그녀가 쓴 돈이 사람을 잡게 될 판.. 살 때는 쉽게 전화로 주문했지만.. 다시 하나씩 중고샵에 직접 내다 판다. 결국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다 처분하고..마지막 기타를 팔려 하다가. 그것만은 킵 해 둔다.  집에서도 내 쫏겼고 기타 케이스를 매트 삼아 밖에서 노숙을 하게 되고... 다음날 초췌한 행색으로 공원에서 기타를 치는 걸 다른 남정네 밴드 멤버들이 보게 되고..그녀의 실력이 아니라.. 늘씬함에 멤버로 받아들이는?.... 그러구선..클럽에서 아주 행복하게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그녀의 삶은 180도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된다..그 빨간 펜더 기타와 함께.. 행복한 얼굴과 함께 영화는 끝나게 된다. 




 조금은 비현실적이지만..영화가 제공하는 대리만족적 경험을 성실하게 제공한다. 그녀는 모두 버리고 비움으로써 ..새롭게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나의 첫 진공관 기타 앰프를 사고 나서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통장의 잔고도. 낙원상가에서 이 무거운 걸 들고올때의 고생도 다 무마되었다.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발전되어도. 기타 앰프 만큼은 완전 아날로그인 진공관 앰프가 갑이다. 아날로그의 매력은 수치로 제어할 수 없는 일정치 않음이 매력이다. 진공관이 대표적인데. 예열이 되어야 기능을 발휘되어 소리가 날 수 있고. 그 열받음, 또는 과부하의 시간과 양에 따라. 소리의 늬앙스가 변한다. 그래서 단지 전자제품처럼 취급해선 안되고. 하나의 악기로써 정성을 들여 관리해야 한다.

 이 펜더 블루스 주니어 앰프는 진공관 5알이 박힌 1채널 풀 진공관 앰프이다.. 볼륨을 올리면 어느 선 이상 부터는 소리가 커지다 못해 과부하로 찌그러지는 방식의 앰프이다. 이것을 Class A 형이라고 한다. 이런 것이 고전적 기타 앰프 방식이다. 지미 헨드릭스가 마샬 앰프의 볼륨을 끝까지 키워 일그러진 광폭한 기타 사운드로 혁명을 일구어 냈듯이. 진공관이 열받고..과부하 받았을때..나오는 쫀득하고 퍼지한 소리는 되게 매력적이다. 물론..이 소음을 듣기 좋은 리듬으로 만든 손가락과 감성이 문제 였겠지만..

 진공관 앰프의 특징은 음의 따스함과.. 댐핑이라고 불리는 음압감이다. 진공관 앰프는 와트수가 무색하리 만큼 음량도 크고 더더욱..음압감은 무서울 정도다..15와트가 저정도 인데.. 무대에서 보는 50와트이상급의 앰프는 음압이 살인적일 것이다. 디지털이 흉내낼수 없는 진공관만의 박력이랄까. 디지털 시뮬레이션 기능이 아무리 발달되어도. 진공관이 제공하는 촉각적 느낌까지 따라하긴 힘들것 같다. 

 진공관 앰프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크랭크업 이라고 불리는..큰 볼륨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니까 위에서 말했듯. 볼륨을 키워 진공관에 과부하를 걸어 줄수가 있느냐 인데, 우리나라의 가정 환경에선 제대로 쓸수 없는 여건이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출력되는 파워를 감쇠하는 장치가 필수다..아파트에선 제대로 못 쓴다가 맞고, 주택에선..환경에 따라. 15와트 급의 블루스 주니어는 사용 할수는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주택의 지하실이 있어서.. 오래는 아니고..크랭크업된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었다. 

 분명. 진공관이 크랭크업된 드라이브 사운드와.. 낮은 볼륨에서..꾹꾹이 드라이브 페달을 이용한 사운드는 질적으로 다르다. 록 명반들의 기타 소리는 거의 진공관이 크랭크업된 소리다. 라고 볼 수 있다. 꾹꾹이 드라이브 페달들은 그것을 흉내내는 것이고...

 지금 마샬 진공관 앰프가 있고. 이미 이것은 팔았기 때문에 소리를 비교할 수 있는데, 펜더 앰프의 특징은 클린톤과 자체 스프링 리버브 사운드가 끝장이라는 것이다. 펜더 스트랫을 꼿고 마스터 볼륨을 4이상으로 적당히 놓고. 코드를 드르륵 긁으면 맑고 청아하며 탱글탱글한 소리가 나온다. 역시 클린은 펜더고..드라이브는 마샬이다. 펜더는 블루스고...마샬은 록이다.  

 블루스 주니어의 드라이브 소리도 나쁘진 않다. 자체적인 게인으로 하드록 정도는 가능하고, 드라이브 페달을 첨가한다면..메탈도 가능하겠지만..그 일그러진 늬앙스는 블루스 솔로에 최적화이지 않나 싶다. 클린과 크런치 한 소리를 많이 쓰게 되는데, 소리의 배음은 섬세하고. 투명하다. 피킹의 강약도 아주 섬세하니 표현되어.. 나무의 울림 속속들이를 느낄 수 있다.

스티비 레이 본 음반에서 듣던 소리가 나온다. 퍼커시브한 뮤트 사운드도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자연스레 이 이쁜 클린 가지고..존 프루시안테 처럼 펑키한 리듬을 흉내내게 된다.  스피커 자체가 고음이 특성이 많은 것 같은데. 그래서 스트랫의 프론트 픽업에서..아주 풍부하고..발란스가 잘 잡힌 클린 소리가 난다. 리어는 너무 깽깽되서 .. 톤을 조절해야 하고..

 펜더 핫 로드 시리즈 앰프의 막내격인 가장 단순한 앰프인데, 음질면에선 단점이 없어 보인다. 오아시스가 마지막 투어할때..노엘 갤러거의 메인 앰프는 이것이었다. 내 것과 같은 앰프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무대위에 있는걸 보면..뿌듯하다..ㅋ  저멀리 노엘 갤러거와 블루스 주니어 앰프가 보인다.. 노엘의 요번 내한공연은 티켓 완전 매진이라던데..아쉽다. (2009년 오아시스 내한공연시)


 
 사진 속의 앰프들은 지금은 다 처분한 것이다. 복스와 마샬. 15와트 트랜지스터 똘똘이들은 나름 좋지만. 8인치 스피커의 한계가 있다.  15와트 TR이라도 12인치 스피커에 물리면 또다른 소리가 나온다. 그리고 앰프들의 조합으로 멋진 소리를 만들수 있는 응용도 가능하다. 

 진공관 앰프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집이 커야 한다. 아파트에선 빚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것이다. 
 소리 샘플이 있긴 한데.. 좀 찾아보고 올려야 겠다. 


 위 사진의 라이카 M9 카메라는 티타늄 한정판 버전으로 무려 가격이 3000만원 이상 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귀족들의 카메라. 우연히 인터넷서 보고 기존의 M9과 달라 보여 유심히 보다가 가격을 보고 나서 어이 상실.. 35미리 디지털 카메라 인데, 가격은 중형 디지털 빽 가격의,, 왜냐.. 라이카니까..


 노말 버전 M9도 천만원을 넘는다. 여기다 라이카 렌즈를 포함하면, 차한대 가격이 나온다. 로또를 맞으면 살 수 있을까.. 상상해 봐도.. 그래도 나는 라이카 M9은 고민을 해 볼 것 같다.  
 그냥 필름 카메라인 M3나 M6를 살 듯 싶다. 

 여태 내 소유로 카메라 브랜드의 플래그쉽 모델을 가져본적이 없다. (중형 카메라 제외하고)
 당연히 라이카 카메라는 전설 속의 귀한 아이템 이었다. 35미리 소형카메라의 기준을 1920년대에 발표하면서 M라인 카메라는 전통성을 부여받았다. 
 내게 있어 라이카는 카메라라기 보다. 귀금속의 범주에 더 어울리는 것 이었다. 

 언젠가 라이카 카메라를 자주 볼 기회가 있었다. 저 라이카 빨간 딱지는 어떤 신분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 나 사진작가 입쇼..' 라는, 스톤 아일랜드나  CP컴퍼니 재킷을 입고 라이카를 엑스자로 둘러멘 모습은 현대 자본주의 취미 생활의 썩 괜찮은 표식 같은 것 이었다.  여기다 랜드로버 자동차도 추가하면 훈장은 완벽하다. 

 껌딱지가 들어붙듯 매일 그렇게 다니던 사람이 그 라이카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봤다. 심지어 뷰파인더에 눈을 갔다 대는것 조차..  또 한번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신혼이었는데 부인에게 줄 선물을 라이카 똑딱이로 해야 한다고.. 부인의 친구들 모임에서 빨간 딱지의 위엄은 은은히 풍기는 것이라고. 그도 나도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있다. 

 브레송..카파.. 랄프 깁슨 같은 위대한 사진가들의 라이카 애용에도 불구하고 라이카 카메라에 대한 인식은 된장스럽게 변질됐다. 

 일본의 카메라가 갖지 못한 서구 모더니즘 전통의 액기스가 농축된 이 라이카는 카메라의 기능을 넘어 신분과 계급을 증명하는, 또는 자기만족적 허세에 더 어울리는 것이 되었다. 

 인터넷에서 셀프샷을 검색해 보면 라이카 M을 들고 찍은 셀프 사진이 어떤 브랜드 보다 가장 많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가자 마자 우리집엔 어떤 카메라가 있는지 아버지께 물었다. 장농에서 꺼낸 카메라는 야시카_(가난한 자의 라이카라 불리는 70년대 일제 보급판 RF카메라) 그때는 SLR카메라가 아니어서 실망했지만, (이때는 라이카 카메라를 몰랐음) 나중에 한동안 사용했었다. 초기 라이언 맥긴리 사진이 이 카메라로 찍었다고 들었다. 야시카 일렉트로 카메라는 중고 장터에서 4~5만원 정도.. 이걸로 셀프샷을 찍은게 있는데. 못찾겠다. 얼핏 라이카 스러운데.. (오래전 사진을 뒤지다..글의 흐름을 잃어버렸음..)

 라이카 M3 혹은 M4를 들고있는 사진을 발견했으나.. 내꺼가 아니래서 전혀 느낌이 안오는 사진.. 근데 갑자기 왠 라이카 타령..ㅋ 

 

 


 펜더 일렉트릭 기타를 갖는다는 것은 블루스와 록음악을 이해하는 길이다. 미국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징표이자. 대중음악역사의 아이콘들을 내것으로 소환하는 일이다.
 아주 레어 아이템도 아닌 시중에 팔리는 스탠다드 스트라토캐스터 가지고 시작을 너무 거창하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기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공산품 이상의 그 무엇이다. 대부분의 물질들은 시간이 지나 퇴화하고 기능이 떨어지지만, 나무로 만든 악기만은 그 반대인 것이 참 매력적이다. 

 펜더 진공관 앰프에서 울리는 맑고 청아한 클린톤은 흔히 종이 울리는(Bell like), 
또는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로 비유된다.  연주를 잘 못해도 그 맑은 울림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일렉트릭 기타의 대명사인 펜더와 깁슨 기타중에 아니 모든 기타 브랜드 중에, 펜더 기타 만의 매력,마력은 무엇일까..
 위에 언급했던 펜더 만의 청아한 소리와. 아낌없이 막 쓸 수 있는 기타여서 이지 않을까.. 광택이 죽을까봐..스크래치가 날까봐.. 조심히 다루는 기타가 아닌, 찍히면 찍히는 데로. 광택이 죽고, 변색이 되고, 고스란히 자신의 삶의 흔적이 뭍어나는 매력이 멋으로 보여지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소리와 외관이 세월에 의해 더욱 익어가는 것. 내 손과 몸에, 삶의 시간속에 일체감을 이루는 독특한 맛이 있다. 



 새 기타 보다. 오래되고 낡아 세월의 흔적이 녹록히 뭍은 기타가 더 멋진 것으로 대접받는 기타는 펜더 기타가 거의 유일한 것 같다. 오래전 떠돌이 블루스맨 들의 삶의 역경이 고스란히 베어 있는 듯한, 50~60년대 오리지널 펜더 기타는 유명 연주자를 통해서 지금도 보고 듣는다. 일렉트릭 기타계의 스트라디바리우스인 62년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들고 연주하는 前RHCP 존 프루시안테는 내가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사게한 결정적 이유였다. 

 메인드 인 usa 의 스탠다드 라인은 2008년 모델부터 많이 바뀌었다. 도장이 얇아졌고. 브릿지 새들이 빈티지하게 바뀐것이 가장 큰 변화다. 거의 새거 같던 기타를 중고 거래로 업어 왔는데, 말 그대로 기타를 업고 온 기분이었다.

 처음 펜더 블루스 주니어 앰프에 기타를 꼿고 소리를 들었을때, 역시 펜더구나 하는 감탄사가 튀어 나왔다. 유리 구술이 동시다발적으로 깨어지는 듯한 소리들.. 고농축 호올스를 입안 가득 넣어 귀까지 뻥 뚫린 느낌이었다. 맑고 카랑카랑하며, 부드러우면서 청아했다. 

 뮤팅소리가 아주 퍼커시브하게 매력적으로 들렸고 피킹 늬앙스가 섬세하다. 볼륨에 의한 드라이브 양의 변화도 유니크 하다. 톤의 가변성은 5웨이 스위치와 톤포트로 다양하다. 생각보다 잡음이 없고. 드라이브 양도 적당하다. 가장 좋은 소리는 프론트 픽업의 클린톤이라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는 리어 픽업의 크런치 톤.. 또 넥감이 아주 좋다. 넥에서 착 감기는 그 손맛이 기타를 자주 잡게 만든다.  

 이 기타 보다 비싸고 좋은 수많은 기타가 시중에 있지만, 나는 이 기타를 평생 가지고 있을 생각이다. 도장이 우레탄이라 멋지게 까찔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점점 세월의 흔적이 뭍어나고 있다. 


 여자들이 명품 가방을 좋아하는 것처럼 기타에 대한 선망은 계속 있지만. 펜더 커스텀샵의 MBS(마스터빌트시리즈) 라인 같은건. 마케팅의 전략이 많이 작용한 듯 싶다. 물론. 좋은 나무를 선별해서 대량 생산이 아닌 장인이 감독하에 만들었으니 더 좋겠지만 나는 스탠다드 만으로도 충분하다. 원래 펜더 기타의 정신이 대량 생산을 위한 방식으로 싸고 질좋은 기타를 대중들에게 쉽게 공급하자가 창업주인 레오 펜더 옹의 생각이니 스탠다드 라인이 가장 펜더적이고 알맞다고 생각한다. 손가락이 저질인데 펜더 MBS 나 깁슨 히스토릭 레스폴을 쥐고 있는건, 옷은 후질구레 패션 센스 꽝인 여자가 가방만 800만원 짜리 뤼이비똥을 든 모양새 랄까..  

 적어도 30년 이상 쓸 가방이라면 명품 가방 두세개 가지고 있는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욕망과 시선이 아니라. 자기가 정말 애착을 가지고 잘 애용한다면 그런 투자와 만족은 삶의 즐거움 일 테니까.  그리고 명품은 자기가 찾고 만들어 가는게 정말 명품이라고 생각한다. 모더니즘의 역사속 전통의 브랜드 보다, 자신만의 명품을 알아보고 애용하는게 진정한 명품이 아닐까.. 내겐 펜더 2008 스탠다드 스트라토캐스터가 나만의 명품이다. 슬프거나 기쁘거나 그때 끄때 나만의 기분을 대변하는 이  기타야말로 명품이다. 

 그렇지만 52 텔레캐스터와 재즈마스터 도 언젠가는 소장할 것이다. 앞으로 2대 정도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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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속 기타는 일렉트릭 기타의 대명사.  일렉트릭 기타의 양대 산맥인 스트라토캐스터 (오리지날 USA 펜더)  와 레스 폴.(깁슨 카피형인 국산 마제스트 레스폴) 이다. 전기 기타의 엄마 와 아빠 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찍은 나의 애기들..(서인영 버전..)

 생긴 걸로 봐서는 왼쪽이(스트라토캐스터) 아빠(남성)일 것 같지만..소리의 성향은 여성적이다. 맑고 선명하며..청아한 이쁜소리를 내준다. 반면. 오른쪽의 레스폴은 좀 더 곡선이 강조되고. 클래식해 보여 여성적인 부드러움을 상상하지만. 소리의 성향은 남성적이다. 굵고 묵직하며. 쭉쭉 뻗는 힘이 특징이다.

 외양과 다르게 이 소리 차이의 주된 특징은 전자 기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픽업 차이에서 온다. 싱글 코일 픽업과..험버커 픽업의 차이.. 그것이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와 깁슨 레스폴의 성향을 구분짓는 가장 큰 요인이다. 

 스트라토캐스터의 싱글 픽업은 소리가 선명하고 청아한 대신. 기본적으로 잡음이 많다. 이것을 개선시킨게 싱글형 두개를 붙여 험 노이즈를 잡은.. 험버커..오른쪽. 레스폴 에 넓적하게 붙은 쇠붙이 모양.. 1957년에 처음으로 깁슨 레스폴에 박혀 나오면서.. 험 노이즈가 없는 전기 기타 소리를 얻게 되었다.

 나는 이 기타들을 바라보면서 20세기 모더니즘의 한 맥락을 보게 된다.
 최초의 솔리드 보디의 전기 기타는 1940년대 미국의 한 동네 전기공인 레오 펜더에 의해서 발명 되었다. 그 이전의 기타는 우리가 알다시피.. 울림통이 있는, 속이 비어있는 클래식한 모양의 기타였었다. 이미 기타 픽업의 원리와 제품은 개발되어 있었다. 자석을 구리선(코일)으로 칭칭 감으면..전기가 발생되어 현의 진동을 미세한 전기 신호로 바꾸어..그 신호를 앰프로 보내..증폭시켜 스피커로 크게 출력 시키는게 전기 기타의 원리이다.

 레오 펜더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구상에 착수한다. 새로움..은 모더니즘의 근본적 가치 였고. 그는 불철주야 일에 매달린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것이..최초의 솔리드 보디(울림통이 없는 나무 덩어리로 된) 전기 기타인 펜더 텔레캐스터 였다.


 1940 년대 후반에 저런 디자인의 기타가 나왔다는 건..정말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우리는 이미 저 기타 모양에 익숙해 졌지만, 기존의 둥그런 기타를 보아 오다가.. 저것을 처음 보았을 때. 그 당시 사람들의 놀라움을 상상해 보자. 기타 헤드 모양도. 줄감개가 한쪽으로 다 몰린. 디자인과, 기타 몸체와 넥을 따로 만들어 나사로 붙여 버리는 새로운 공정 방식.. 등등.. 하나 같이 다 새로움 이었다.
 
 전통적인 기타 제작 방식으론 기간이 많이 걸리니..가격을 낮출 수가 없어..레오 펜더는 좀 더 많은 대중들이 값싸고 품질 좋은 기타를 갖게 하려는 의도가 파트 조립 방식인 펜더 기타에 녹아 있다. 이런 식의 대량 생산..대량 복제가..원본의 아우라..즉 장인 정신의 깊고 정밀함..을 대중적으로 희석하는 계기가 되었고..모더니즘의 쇠퇴를 가져오는 하나의 예 이기도 하다.

 초기 텔레캐스터의 몸체는. 레오 펜더가 집에서 쓰던 식탁 나무를 잘라. 파내어 부품들을 장착해 만든 것이라 한다. 그래서 그 식탁 상판 두께가.. 오늘날 계속. 펜더 기타의 두께가 되고 있다고 한다. 당시에는 워낙 나무의 품질이 좋아..식탁이나 문짝 나무를 재단해서 써도 울림이 좋은 악기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름 또한 얼마나 현대 적인가. Telecaster 텔레..란 말을 당시에 기타에 쓴 것만 봐도 꽤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이다. 처음 이름은 브로드캐스터 였는데 이 이름은 이미 다른 상표에 쓰여져 있어서..한 동안. 이름이 없는 캐스터 란 의미의 Nocaster 라고 불려지게 된다.
 그리고 이 텔레캐스터 를 좀 더 보안하고. 진보 시킨게 1954년에 첫 발매된 스트라토캐스터 였다. 맨 위 사진 왼쪽..( 내껀.2008년 스탠다드 모델.)

 가히 디자인적인 혁명이라 부를 만하다..몸에 붙는 면을 인체공학적? 으로 컨투어(윤각) 처리한 세심함 부터 획기적인 트레몰로 시스템 까지.. 50년대 로큰롤의 역사는 이 펜더의 스트라토캐스터 와 시작되었다고 보면 된다.  아래 영상은 로큰롤의 개척자 버디 홀리.  다음에 계속..




It Might Get Loud (2008)

Jimmy Page(Led Zeppelin), The Edge(U2), Jack White(The White Stripes)
Davis Guggenheim (director of the 'An inconvenient truth')



 청년,중년,장년을 대표하는 록 기타리스트 세명..아니 더 나아가 록음악 장르에서 혁신적인 플레이로 역사에 남을 세 명의 기타리스트 들이 모엿다. 그들이 스튜디오에서 모여 기타에 대해 대담하고..같이 합주를 하며..서로의 음악을 논한다. 어떻게 기타를 접하게 되었고..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어떤 음악에 영향을 받고..음악과 기타에 대한 자신 나름의 철학,생각들을 펼쳐보인다.

 그들의 밴드.. 레드 제플린 하고..U2 는 록음악을 잘 몰라도 이름은 많이 들어 보셧을 것이다. 그러나 화이트 스트라입스의..잭 화이트..(사진속 제일 젊은 사람..아래 페도라 모자) 생소할 지 모르겠다. 2000년대의 음악 사조를 이끌었던 큰 흐름중의 하나가..복고와..개러지 열풍이었다.. 이 독특한 남매로 구성된 2인조..드럼과 기타 그리고 보컬이 다인..화이트 스트라입스는 블루스에 기반한..거칠고 독특한 질감의 기타사운드로 큰 각광을 받았고. 개러지 폭발의 핵심이 되었었다. 뒤늦게 이들 음악의 진가를 알게 되었는데..시끄러운듯 하나 질박하고 걸쭉한 기타 리프는  꽤 중독적이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시작은..일렉트릭(전기) 기타에 관한 영화답게. 한적한 시골에서 잭 화이트가 한 줄 짜리 전기 기타를 만드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코카콜라 병을 브릿지 삼아..현의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픽업( 자석에 구리선을 돌돌 말면..미세한 전기신호를 발생한다.) 을 통해 앰프로 확대해 독특한 소리를 얻어낸다...자기만의 기타 소리를 창조한 것이다.  

 이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가 참 마음에 든다.. 여러 일렉트릭 기타를 고혹적으로 촬영해..멋진 폰트와 어울어진 감각적인 영상이다..배경 소리 또한 일렉 기타의. 드라이브 걸린 울부짖음.. 나의 심장은 눈과 귀의..매혹으로 벌렁거린다.. 나레이션으로..지미 페이지 옹께서..일렉트릭 기타는 여자 와도 같다고..정의 하신다..오호..내게도 이것은 진리다..기타를 볼때 마다..한눈에 뿅가는 여인을 보듯히 나와 기타라는 사물은..묘한 동종의 관계를 이룬다. 밤마다 침대 위에서 기타를 어루만지며. 잠에 든다..아직 처절한 감정의 밑바닥 내지.. 최상의 기쁨을 못 경험해 봐서 그런지..노래가 써지진 않지만..계속 노력중이다..곡을 쓰기엔 집중력이 아직 못 미치는건지...
 기타는 여자와도 같다..처음엔 차갑지만 자꾸 애정을 쏟아주면. 어느새 나의 뜨거운 체온으로 전염되어..따뜻한 온기의 소리..천상의 소리..너무나 달콤한 소리를 내준다.

 이들의 음악을 모르면. 관심이 없다면. 지루한 다큐 영화가 될 것이다. 나처럼 기타에 큰 애정을 갖고 있다면..삶에 대한 성인들의 말씀들처럼, 기타와 음악에 대한 그들의 철학을 들을 수 있다. 세명의 이야기가 섞여 있어서. 딱히 하나의 주제가 생각나진 않지만..너 자신을 넘어서는 열정과..한계의 부딪힘에서 오는 도전..뭐 그런 내용이..큰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삶에서..기타라는 매혹적인 존재를 만났고..철저히 빠져들었고..수양했다. 그들은 대가가 되어..자신들의 음악 인생을..선,후배와..소소하게 이야기한다. 세명다..록 기타리스트 지만..그들의 만남은 너무 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좀 더 활기찬 분위기 였음..더 좋았을 텐데..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2탄 의 주인공은.  롤링 스톤스의 키스 리챠드..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 일단 이 둘이 만난다는 것은 가장 괴팍한 늙은이에.. 가장 독설가인 중년 사내의 만남에다..범생 존 메이어..면..참 재미난 조합일듯 싶다. 

 셋 중에 유투의 더 엣지의 말이 가장 진솔하게 다가온다. 외모나 말투에서 느껴지는..성실함이 뭍어난다. 이 영화의 재밌는 부분중에 하나가..이들 밴드의 초기 희귀한 공연 모습이다.. 특히 유투의 초기 티비 라이브 모습은..지금 유투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생각하면. 참 조악하기 그지 없다. 그들도 처음엔, 그렇게 시작한 것이다. 손가락 끝의 아픔을 무릅쓰고..코드 하나를 처음 겨우 잡았을 시절의 희열과 기쁨을 그들도 겪었던 것이다. 기타와 음악의 본질에서 그들은 도를 이뤘다. 기타가 내는 소리와..자신의 내면의 음성에 귀 기울인 지극한 정성 이었다.



















직접 셀락 피니쉬(도장)를 다시 한 나의 기타가 너무 멋진 소리를 뽑아 내주어 사진을 찍어 주었다. 검정색의 폴리 우레탄(플라스틱 도료)를 벗겨 내니 뽀얀 속살이 수줍게 드러났다. 살색의 나무는 한 없이 매끄러웠다. 메이플(단풍나무)의 결 무늬는 투명했다. 공들여 켜켜히 입힌 호박색 셀락 바니쉬는 나무의 투명한 역사를 은은하고도 우아하게 보여준다. 원래 기타를 좋아하지만 오늘 따라 이 기타가 나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새로운 살결은 영롱한 아름다운 소리를 선사한다.
만 레이의 이 유명한 사진은 어떤 영감을 자아낸다. 음악적인 모성본능을 자극한다고 할까. F 홀이 가지는 의미, 기호는 여성적이면서 음악적이다. 또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은유적 카오스이다. 만 레이는 실로 대단하다. 사진을 통해서 아름다운 뮤즈를 창조해냈다. 오늘 따라 이 사진이 위대해 보인다. 말과 글로 표현할수 없을 만큼..

 다시 내 기타를 보니 엉덩이가 풍만한게 여자의 자태다. Rock N' Roll,  This is Tom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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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왜 기타를 좋아하는걸까. 77년 산울림이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 '아니 벌써' 를 부르며 텔레비전에 나왔을때, 요람에 누워있던 내게 계시와도 같이 잠재의식에 각인되었을까.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4~5살 정도 됐을까. 텔레비전에 드럼과 기타를 든 밴드들이 나오면 그렇게 멋있게 보였었다. 나미가 백댄서와 춤을 추며 노래 부르는 모습은 왠지 촌스럽게 보였다. 고작 세상이 처음 보이기 시작할 무렵일텐데..나는 송골매 같은 밴드들이 텔레비전에 나오면 음악도 모르면서 괜히 좋았다. 불교의 윤회를 믿는다면 아마도 전생에 60년대 아마추어 기타리스트이자 히피였을지도 모른다. 마약과 섹스에 빠져 요절하지 않았을까.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발에서 지미 헨드릭스의 연주와 사람들의 모습은 그리 낯설어 보이지 않다. 그 영상을 보고 있자면 왠지 포근한 느낌마저 든다.

 또한 77년은 영국에서 펑크의 효시인 섹스 피스톨스가 나오지 않았나. 그 당시 변방의 한국에서 산울림은 미8군 에서 연주하는 밴드들의 영향과 일본 엔카의 트로트 등. 주류 음악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성과 사운드의 노래를 선보였다. 어짜피 현대의 대중음악이란 서구의 흑인 노예로부터 발생한 것이지만 산울림은 좀 더 한국적 펑크로써 대한민국에 발 내딛고 선 우리네들의 일상과 사랑을 담았다. 그 때 부터가  진정한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시발점 이라고 본다. (물론 이전에 한대수 씨 등등도 있었겠지만..)
 어쨋든 갓 태어났을때 이불보에 쌓여서, 나는 '아니 벌써'의 독특한 퍼즈(fuzz) 이펙터 걸린 기타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큰 영향을 받은게 분명하다. 지글거리고 찌그러짐 속의 달콤하고 쫀득쫀득한 퍼즈 기타소리에 내 영혼의 정체성은 위임받았다. 혼돈의 소음. 부글거리는 마음을 대변하는 기타 소리는 현재에도 여전히 나를 사로잡는다.

 위 사진속의 기타는 작년 2009년 초에 중고장터에서 택배거래로 구입한 에피폰 JA(제퍼슨 에어플레인.조마 카우코넨 시그네쳐) 리비에라 이다. 구입 과정에서 판매자는 모르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돈을 입금한 후 배송이 계속 늦어지고 하루 내내 전화를 안 받길래, 사기 당한걸로 잠정적으로 결론 짓고 '더 치트' 사이트에서 대응방안을 고민했었다. 그 때 안 사실은 소액 사기 사건이 진짜 무수히 많다는 것이었다. 사례를 읽고 있자니 내 일 보다도 더 속이 끌었다. 문제는 소액 사기건은 경찰에서 제대로 처리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걸 악용해 더욱 사기꾼들이 기승하는 것이다. 돈 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사람사이에 기본적인 양심과 도덕이 무너지고 법치국가의 기본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심히 걱정되었다. 웨하스 과자로 만든 성의 밑단을 개미들이 득실대며 갉아먹는 꼴이었다. 아마도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명박 같이 암담했었다. 그런 좀벌레 같은 것들은 짓이겨 눌러 없애야 하는데..금액이야 36만원 이었지만, 사기 당한건가 라는 기분이 매우 치명적이었다.
 결론은 내가 성급했었다. 판매자가 아르바이트 때문에 전화를 못 받을 수도, 늦게 보낼 수 도 있었겠지.. 택배로 받은 기타 박스를 뜯는 순간 조금의 맘고생과 기다림은 기타의 화려한 자태속에서 팔랑대며 노니는 두마리 호랑나비가 되어 내 마음을 기쁨으로 간지렵혔다. 하드웨어에 비닐도 뜯지 않은 완전 새 기타 였다. 기스하나 없고, 먼지는 매끄러운 도장에 뭍을 새가 없었다. 아마도 나중에 500백만원짜리 깁슨을 사도 이 때 기분을 느끼긴 어려울 것이다. 사기 당했다고 생각했으나, 중고거래였는데 완벽한 신품이 내 눈 앞에 있었으니까..

 헤드 뒤에 made in Korea 라벨이 찍힌 이 기타는 2006년에 부산의 피어리스 기타에서 만들어진 것 이었다. 보낸 곳도 피어리스 공장에서 인데, 내부 사정이야 잘 모르겠지만 에피폰 과의 OEM 계약이 끝나고 나온 제품인듯 하다. 아무리 보아도 어떠한 하자도 없고, 외관 상태와 생소리도 버징없이 완벽했다. 전에 쓰던 빨간색 에피폰 'The Dot'세미 할로우 기타가 듣보잡 이라면 이것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훤칠하고 총명한 양반가 서자 느낌이다.
 깁슨과 대적하던 전통있는 기타였던 에피폰은 깁슨 기타에 넘어간 이후로, 일본,한국, 지금은 중국의 기타 공장에서 OEM으로 만들어진다. 이 기타는 에피폰 한국 제품으로는 거의 끝물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기타를 잘 만드는 나라이고, 아치탑 기타는 피어리스가 잘 만들다던데 매우 수긍된다. 정보를 찾아보니 이 모델은 에피폰 중에서도 고가 라인으로 해외 에선 출시될 당시 700불 이상의 가격이었다.(현재의 깁슨 에피폰 가격이라면 말도 안되는 가격이겠지.) 셋팅을 맡기러간 기타 리페어 샵에서도 넥이 여태 보아온 에피폰 중에서도 제일 좋다고 한다. 기타는 넥이 생명인데 매우 건강하고 잘 났다는 진단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내가 왜 이 클래식한 모양의 기타를 좋아하냐면, 90년대의 영국 밴드 스웨이드의 초기 기타리스트 버나드 버틀러 때문이었다. 그의 분신 같은  빅스비 트레몰로 암과 체리레드 색상의 깁슨 ES-355가 기타중에서 제일 멋져 보였다. 물론 스웨이드의 음악과. 버나드의 과격한 아밍의 퍼포먼스 등이 작용했겠지만 기타의 외관 자체가 상당히 엘레강스 하며 고혹적으로 다가왔었다. 그게 스웨이드의 특징이기도 하다. 버나드는 자신이 흠모했던 스미쓰의 기타리스트 자니 마 와 같이 빨간색 세미 할로우 기타로 쟁글쟁글한 클린톤이 아니라 디스토션 잔뜩 먹인 톤으로 탐미적이고 유려하게 연주했다. 내가 첫 기타를 빨간색 에피폰 'the Dot'을 산것도 그의 절대적 영향이었다. 그 외 이 F홀의 아치탑 기타를 쓰는 유명한 뮤지션 들은 척 베리, 비틀즈, 롤링 스톤스 의 키스 리챠드 이후로 스톤 로지스의 존 스콰이어, 폴 웰러, 오아시스, 스트록스, 리버틴스, 악틱 몽키즈, 등등.. 록 음악 씬에서 무수히 많이 사용되어 진다.
 존 레논의 에피폰 카지노 가 깁슨을 넘어서 유명해 졌다면 오아시스 초기의 에피폰 쉐라톤 이나 스트록스의 에피폰 리비에라 P94는 현재에도 에피폰의 건재함을 알린다. 비싼 깁슨 기타에 비해 중,저가 정책의 에피폰은 기타를 접근하고 대하기가 편하다. 그렇다고 브랜드의 위상이 그렇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생산지가 어디건 존 레논이 연주했던 기타와 똑같은 로고를 가진 기타를 친다는 건 기분이 좋다. 나는 이 기타의 컨셉을 스트록스의 닉 발렌시와 스티븐 말크머스 로 잡았다. 

 아래곡은 스티븐 말크머스 솔로 1집의 곡인데 기타 톤과 연주가 환상이다. 레스폴에 P90 사운드.


 크런치한 톤이 발군인 P90 싱글 코일 픽업이 필요했다. 기존의 에피폰 57 험버커 픽업은 아주 나쁘진 않았지만 저음부가 답답했다. 닉 발렌시가 쓰는 험버커 사이즈 P90인 깁슨 P94 픽업을 일단 리어 부에 달았다. 이 기타를 위해 나온 픽업 인 것 처럼 너무도 잘 어울린다. 동시에 본 넛 과 브릿지와 새들을 갈았더니 기타 본체 만큼 비용이 들었다. 나머지 업그레이드는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이렇게 1년 정도 써보기로 했다.
 역시 깁슨 픽업은 해상도 가 달랐다. 각각의 현의 울림이 뭉게짐 없이 또렷히 탱글거리며 내 주었다. 출력도 쎈 편이어서 드라이브도 무지 잘 먹었다. 싱글과 험버커의 중간 느낌이 특징이라는데 좀 더 험버커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앙칼진 엣지녀 같은 느낌이랄까.. 1시간 정도 달아오른 펜더 블루스 주니어에서 볼륨  높이고 치는 크런치 톤은 내가 꼭 U2의 엣지가 된 기분이었다. 좀 더 객관적으론 애비로드 라이브에서 프라이멀 스크림의 기타 톤과 매우 흡사한 톤이다. 나는 딱 그 정도의 드라이브 양이 좋다. 하이 게인을 쓰지 않기 때문에 싱글 코일 픽업을 좋아한다. 블러의 그래함 콕슨 솔로 앨범에서와 같은 느낌의 즁즁이도 매우 잘 된다. 리버틴스나 베이비샘블스 의 피트 도허티 톤 과도 비슷하기도 하다. 기존의 프론트 험버커 픽업과의 하프톤의 궁합도 매우 좋다. 몽글거림과 카랑거림의 적절한 조화를 다양하게 만들수 있다. 그래서 당분간은 프론트 픽업을 바꾸지 않을 생각이다.

이 기타와 시간을 보낸지 1년 정도 지났다. 역시 기타는 6개월 이상 1년 정도는 쳐봐야 그 기타의 진면목을 알수 있다는 말을 공감 한다. 확실이 울림이 좋아 졌지만 두꺼운 우레탄 피니쉬가 맘에 들지 않는다. 피부에 닿는 이 플라스틱 도료는 나무 세포와의 교감을 차단하는 듯 하다. 검정색이고 표면이 너무 글로시 해서 잔기스가 쉽게 눈에 띈다. 자연스런 레릭화는 거리가 전혀 멀다. 비싼 깁슨 ES-335를 사면 부품을 바꿀 일이 없겠지만 에피폰은 나만의 사운드를 찾아가는 여지가 많다. 그런면에서 일단 성공적이고. 앞으로의 사운드가 더욱 기대된다. 시간이 된다면 피니쉬를 셀락으로 내가 공들여 다시 칠하고 싶다. 클래식한 모양의 바디에는 은은한 도장이 어울리고 이 에피폰 리비에라는 추억을 담아 평생 가지고 갈 거니까. 버나드 버틀러 와 노엘 갤러거의 체리 레드 색 깁슨 ES-355를 공연서 멀리서 보고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지만 아직은 에피폰에 깁슨 픽업 만 해도 충분하다. 버나드 처럼 기타를 치거나. 노엘 처럼 곡을 만든다면 모를까.. 언젠가는..그날이..

 건조된 나무 토막은 깍이고 파이고 갈려지며 일렉트릭 기타 라는 아름다운 형체로 변신한다. 보호색을 입히며 금속 부분이 서로 닿아 울리면 매우 아날로그 적인 소박한 전기 장치로 증폭 시켜 스피커를 통해 쩌렁쩌렁 하게 울린다. 지구상의 기본 원소인 나무와 철은 새 생명을 얻어 언제까지 일지 모르는 울림의 세포를 키운다. 이 울림의 세포는 나와 같이 호홉하고 생활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슬플때나 기쁠때나 언제나..나와 같이.
 
 사주팔자를 공부한 친구가 내 사주를 보더니 나를 대표하는 성질이 木 이라고 했다. 높고 긴 甲 목(?)인 소나무 (아마도 리기다 소나무과) 라고. 쉽게 말하면 구브러지고 휘어진 관상용 외로 쓸데없는 소나무가 아니라 세상에 유용하게 쓰일 인재 사주라고..  그래서 내가 기타를 좋아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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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기타의 소리를 바꿔주는 페달 이펙터들을 보통 꾹꾹이라고 부른다. 참 우리나라 말은 정감이 있고 의성어인 점이 마음에 든다. 발로 껏다 켯다 하는 것이니, 꾹꾹이라 불린다. 정확한 영어를 일상에서 구현한다고 페달 이펙트 어쩌고 하는것은 그다지 옹호하고 싶지 않다. 우리나라 말의 창조적 표현을 즐기고 싶다. 

전기 기타의 재미중 한 부분이 다양한 이펙트를 통해 자기만의 소리의 톤을 만드는 것이다. 연주력 뿐만 아니라 자기의 톤을 갖는 것이 기타 실력의 한 부분이다. 유명 기타리스트들의 공연 모습을 보면 발 밑에 저런 꾹꾹이들이 많이 나열 되있거나.  앰프 뒤에 냉장고 처럼 쌓인 랙 이펙터들이 있다. 자신이 동경하는 기타리스트의 소리를 흉내내는게 기타의 첫 시작이다. 톤을 연구하는 과정속에서 기타실력도 향상된다. 사실 요즘 흑백사진의 톤에 매진하기보다는 기타소리의 톤에 빠져지냈다. 풀 진공관 앰프와 펜더 기타가 있으니 일단 그냥 기타줄을 훝어도 환상적인 소리가 나온다. 기타와 앰프 사이에 위 사진의 꾹꾹이들이 효과를 넣는 것이다. 전기 기타의 백미는 쫀득쫀득하고 탱글탱글한 크런치톤과, 입자감이 자글자글한 드라이브 톤을 가지고 그루브의 리듬과 감성적인 솔로를 연주하는것이다. 기본은 앰프의 사운드이다. 꾹꾹이들은 첨가제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것 저것 중고로 사고 팔고 하면서 써 보는 것이다. 위 사진의 2번 4번 은 나의 기타톤의 확실한 첨가제가 되었다. 양 옆의 2 개는 어제 팔렸고 가운데 주황색 Boss DS-2 터보 디스토션은 계륵같은 존재가 되버렸다. 현재 내가 가장 좋아하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기타리스트 존 프루시안테의 핵심 장비인데, 또한 커트 코베인도 사용했었고. 그런데 보스사 제품은 뭔가 2퍼센트가 부족하다. 좀 더 연구해 봐야겠다. 

사진의 2번 4번 빨간색과 똥색인 꾹꾹이는 댄일렉트로 사의 쿨캣 시리즈 ( Fuzz 와 Transparent Overdrive )인데 신형으로 트루 바이 패스가 지원되지만 아주 저렴하고 디자인 좋고 사운드 품질 또한 놀라게 좋다. 이전에 우리나라에선 이 회사의 제품이 인기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작년부터 나온 이 신형 쿨캣 시리즈는 명품인것 같다. 맑고 선명하고 탱글탱글하다. 
 핸드 와이어링으로 만들어진 꾹꾹이들을 부띠끄 페달이라고 부른다. 보통 30 만원 정도 한다. 더 비싼것도 많고, 내가 산 댄일렉트로 제품은 5만, 7만 원에 분명 뒤지지 않는다. 펜더 블루스 주니어 앰프와 저 두개의 꾹꾹이 조합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연구하는 재미가 있다. 빈티지한 블루스기타의 음색을 추구하고 쫀득쫀득한 브리티쉬 크런치톤을 지향한다. 굵은 입자감 때문에 보스 DS-2 대신에 예전에 팔았던 명기 프로코 랫을 다시 구비해야겠다. 충분히 실험한 다음에.. 생각해보면 흑백 사진의 톤을 만드는 것이나. 기타톤을 만드는 것이나 일맥상통한다.  뭐 든지 과 하면 안 좋다. 소리는 취미일 뿐이다. 과연 ~

거쳐간 꾹꾹이의 짤막한 단상.

Boss SD-1 오버드라이브 : 첫 꾹꾹이. 마샬 앰프와는 궁합이 좋으나 펜더앰프에는 나르는 소리가 나고 입자감이 부서진다. 프론트 픽업에서의 빈티지한 소리가 좋음. 뭔가 2퍼센트 아쉬움.

Marshall 트레몰로 : 별로 특징없음. 그린데이의 boulevard of broken dream 에 나오는 소리.

Proco RAT 디스토션 : 일명 랫2. 미국에서 구입한 것과 한국에서 유통되는 제품이 차이가 있음. 분명 한국에서 유통되는게 좋음. 무슨 차이인지 몰라도 미국 구입품은 노브레인지가 먹먹함으로 많이 치우침. 톤 잡기가 한정적 이었음. 국내유통품은 입자감이 훌륭했음. 공인된 명기..저렴하고.. 나의 기타 히어로 들인 그래함 콕슨과 버나드 버틀러가 2개 이상 연결해서 씀..신기하게도..

Visualsound comp66 컴프레서 : 노이즈가 적고 단단하고 기름진 사운드, 하지만 좀 느끼하고 인위적인 사운드. 너무 고급스런 사운드. 원초적 기타의 울림보단, 세션적인 쎄련됨...느끼한 화장발...그래도 꽤 양질의 사운드. 
 
Boss CS-3 컴프레서 서스테이터 : 존 프루시안테가 레드 핫 명반. 블루드 수가 섹스 매직 앨범때 썻던.. 컴프의 기본기에 충실하나 서스테인 노브를 1시 이상 올리면 노이즈 증가..5만에 사서 7만에 팜 ㅎㅎ

Visualsound Route66 오버드라이브 + 컴프레서 : 양질의 사운드 그러나 개성없음. 전형적인미국 빠다 냄새.. 야구 홈 플레이트 모양의 디자인과 제품명이 무지 맘에 듬... 별다른 톤 연구없이 좋은 소리 뽑아줌...교회서 기타친다는 애가 사감.. 돈 많은 교회와 어울리는 소리.

팔까말까..위태로운 꾹꾹이.

Boss DS-2 터보디스토션 : 보스사 제품답게 스탠다드한 디스토션. 터보 1, 2 모드 유용..톤의 입자가 얇게 쫙쫙 뻗음.. 현대적인 소리. 비교적 험버커 픽업과 마샬 앰프에 궁합이 맞음. 하지만 커트 코베인이 애용했었고 존 프루시안테의 톤의 핵심. 그래도 여차하면 바이바이..

 계속 같이 갈 꾹꾹이.

Danelectro coolcat Fuzz : 저렴한 가격. 신선한 디자인. 투명한 톤. 전형적인 퍼즈. 개나소나 가지고 있지 않는 희소성..탱글벙글한 입자감...

Danelectro coolcat Transparent Overdrive : 충실한 부스터, 양질의 크런치. 톤 조절의 유용성 ( 트레블,베이스 나뉘어져 있음 ) 단단한 입자감... 기분좋은 구매..
댄 일렉트로 둘다 유명한 부띠끄 페달의 회로를 똑같이 카피한 제품이라 버전2가 나왔다는


참고로..존 프루시안테의 페달 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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