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다가서는 첫 관문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혹은 부탁을 하던지. 그럼으로써 완벽한 타인이었던 그들은 잠깐이라도 말을 섞는, 그저 서로 잘 모르는 사람으로 변한다. 거리에서의 인연은 쉽게 성사되지 않는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무서워져서. 예전같이 차 한잔 족( 참 아름다우신데 저랑 차 한잔 하실래요?..) 은..그냥..옛 소설속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대신 도를 믿으십니까.. 저 인상이 참 좋으신데요..등등이..거리에서의 차한잔족의 낭만을 앗아갔다. 사랑과 낭만조차도 상품화된 세상에서 순수한 마음은 이제 어디서곤. 의심받는다.

 나는 평소에 거리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내 얼굴이 질문하기 좋은 사람의 인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다지 밝은 얼굴을 하고 다니는 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쉽게 뭔가를 물어본다. 특히. 잠깐 뉴욕에 거주했을때.. 난 엄연히 외국인 인데도..거리에서의 질문이 많았다. 웃긴건. 뉴욕은 워낙. 관광객들이 많고. 인종의 잡탕 도시래서.. 중서부 백인 토박이가.. 내게 길을 물어보고. 시간을 물어보고 그런 일이 많았다. 내가 동양인 남자래서..만만히 보여서 인가. 그럴수도 있겠지만. 좀 더 신빙적인건. 자연스런 태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한 도시에서 2주가 넘어가면..더이상 두리번 거리게 되는 일은 없고..그냥 사람을 직접 보게 되니까..시선이 잘 마주쳐서..일게다.

 또 미국의 노인들이 외로움이 잔뜩 배어나온 너무도 당연한,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을 해 오는걸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저 누군가, 아무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깊은 소외와 외로움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들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위로가 될 것이다. 내가 영어를 잘 했으면..정말..나이를 떠나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그 분들.. 특히. 2차대전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던 노인이 기억난다. 자기 동생은 한국전을 참전했다고 했는데.. 참 묘한 생각이 들었었다. 일부러 질문을 던지고, 도움을 청하는 백인 할머니들의 귀여움?.  삶은 원래 외롭고 고독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 그들의 모습에서 답이 보였다.

 여전히..내게 " 저..도를 믿으세요? " 하는 질문은 간간히 들어온다. 불행하게도 그들에게 찬바람만 휘날리게 하지만.. 최근엔. 어떤 젊은 여자가.. 마주치는데, 보통 사람과의 예의라면 질문을 하기전 적어도 1미터 전에 말을 걸 것이라는 인지를 주게 되는데, 그 여자는 막 지나치고 있는데..갑자기 옆에서 말을 해서..정말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내 입에서 정말 뜬금없이.." 아이쿠 깜짝이야 !." 가 튀어나왔다. 한 번 놀래니..좋게 보일리가 없지..내용은 역시..설득이 아닌 뭔가의 꼬임수..또 한번의 무안을 선사하며..참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들은 거리로 나왔을까.. 타인의 바쁜 걸음을 그들이 세울 어떠한 권리가 없다. 마음이 없는 그저 목적만 있는 그들은 불쾌하다.

 그와 반대로. 서강대에서 어떤 건물을 찾아 여학생에게 물어보았다. 한 5미터 이전 부터 내가 여기 초행자이며 질문을 할 거라는 미묘한 몸짓을 보였다. 그녀는 귀에 이어폰을 꼿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 서기전. 이미 이어폰을 제거하고 있었다. 내가 찾는 건물로 가는 길을 물어보았고, 그녀의 설명은 꽤 길었다. 그녀가 말하는 사이..그녀의 얼굴을 훝어볼 시간은 한 30분은 된 것 같았다. 공부에 지쳐보이긴 하지만 꽤 미인이었다. 내 생각을 눈치 챘는지, 그녀는 말하는 사이 간간히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아름다운 도움을 얻었고. 그녀 또한. 친절한 선행?을 베푼 기분에 피곤이 가시는 얼굴이었다.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었다는 기억이..삶의 행복감에 큰 도움이 된다. 고맙다고 하고 서로 뒤돌아섰다, 한 5미터 갔을까..나는 그녀가 더욱 기분 좋으라고.." 참 이쁘십니다." 라고 외칠뻔 했다. 난 바랑둥이도 아니고.. 그렇게 말할 사람은 한 사람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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