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좋아하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비브람은 이태리의 비브람이란 사람이 만든 신발 밑창을 말한다. 등산을 처음 시작하면 제일 중요하면서도 최소한 필요한 것이 등산화 인데 그 때 아마도 비브람, 비브람, 많이 들어보게 되는 소리이다. 보통 수입산 중등산화나 국산 고가의 제품에 이 비브람 창이 많아서 비브람창에 대한 어떤 기대와 환상에 빠질수가 있다. 나 역시도 그랬고, 처음 시작하는 대부분이 그럴것이다. 비브람이 무조건 좋은것이 아니라 상황과 용도에 맞게 알고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취지이다.

* 등산화의 밑창이 쇠징을 박은 가죽창에서 고무창으로 바뀐 것은 1935년부터이다. 그 이전에는 가죽창에 쇠징을 박은 유럽에서 비롯된 구두를 신고 등산을 했으며, 암벽등반과 일반등산용으로 구분해 징을 박는 방법과 징의 종류가 달랐다.

 가죽창에 쇠징을 박은 등산화는 네일드(nailed) 부츠 또는 나겔(nagel)이라고 불렀다. 트리코니(tricouni)라 불리는 쇠징은 여러 형태가 있었는데 강도가 바위보다 강했다. 현재의 고무창처럼 마찰력을 높여 지지력을 얻는것이 아니라 크램폰(아이젠)의 발톱이 얼음 속을 파고 들듯이 쇠징이 바위를 파고들어 지지력을 얻을 수 있었다.

 한때는 삼을 꼬아 짠 것을 가죽창 바닥에 붙여 마찰을 높인 신발도 암벽 전용화로 사용된 적도 있었다. 일반 등산용에는 강도가 무른, 무거(mugger)라는 쇠징을 사용했는데 쇠징은 징의 강도와 박는 배열에 따라 암벽용과 일반용으로 구분해 사용했다.

 비브람창은 1935년 이탈리아의 유명 등반가인 주스토 제르바수티의 요청으로 비토리오 비브람에 의해 고안되었다. 쇠징을 박던 배열에 따라 고무창을 떠서 만든 제품으로, 이 고무창의 제조회사 이름 Vidram SPA of ltaly)을 상품명처럼 그대로 부르게 된 것이다.

 비브람창은 같은 해 에일프르아(ailfroide. 3949m) 북서벽 초등 때부터 실용화되기 시작했다. 이 등반에서 제르바수티는 비브람창을 댄 등산화가 쇠징 등산화보다 훨씬 가벼워서 빨리 오르다 보니 지쳐버릴 지경 이었다고 뛰어난 기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후 이 고무창의 놀라운 기능에 밀려 무겁고 투박한 쇠징 등산화는 점차 사라졌다.

 고무창의 출현은 클라이머들에게 커다란 복음이었고, 이후 비브람창은 급속히 퍼져 1938년 리카르도 캐신의 그랑드조라스 워커스퍼 초등과 같은 역사적인 등반에 사용되면서부터 진가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현재 국내에서는 비브람창만 별도로 수입해 보급하고 있기 때문에 마모가 된 창을 얼마든지 교체할 수 있다.

 위 사진의 비브람은 푸오라 란 창인데 현재 내 등산화에 적용돼 있고 비피다와 함께 가장 많이 보급돼 있는 종류이다. 군인 전투화가 저 푸오라를 카피해서 만든것이다. 패턴도 똑같지만 재질이 군화는 플라스틱 같이 매우 딱딱한 정체불명의 짝퉁이다. 매일 아침 그 플라스틱 창 같은 군화를 신고 아침 구보를 하는 군인들이 참 불쌍하다. 요즘 군화는 좋아졌을래나..

 저 비브람 창은 국내 산에는 특히나 서울의 북한산이나 관악산처럼 화강암 바위로 이루어진 산에는 맞지가 않다. 지리산이나 한라산 등지가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의 자갈이 많은 지형등에 적합하게 설계된 창이다. 간혹 비오는 날 북한산에서 방심하단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비에 젖은 화강암은 어떤 창에서건 조심해야 하지만 특히나 비브람은 많이 미끄럽다. 대신 단단해서 내 마모도가 좋다. 접지력과 마모도는 상관관계래서 그 둘을 다 좋게 하는게 오늘날 기능 신발의 관건이다. 자동차 타이어도 마찬가지이고..

 또한 백두대간 종주나 장거리 트레킹 등등에 유용할 수 있다. 대형배낭을 매고 다니는 백패킹 용도에 적합하다. 배낭에 무게 만큼의 하중이 비교적 접지력의 향상을 가져올수 있다. 그렇다고 접지력이 완전 꽝이란 소리가 아니다. 국내 당일 산행에는 국산 캠프라인사의 릿지 엣지 창이 가장 훌륭하다고 본다. 전문 릿지화가 아닌 이상 캠프라인 등산화는 범용으로, 다용도로 쓸수 있다. 지리산 종주를 자주 한다면 비브람 창이 유용하고, 단일 산행을 많이 한다면 굳이 비브람 창을 살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 난 하산할때 되게 조심하면서 내려오는 편이다. 무릎관리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몇번 미끌려 넘어져봤기 때문에 더욱 조심하게 된다. 동행자는 비싼 비브람 신발을 신고 뭐 그리 경계하냐고 그러지만 비브람을 몰라서 하는 소리이다. 비싼게 무조건 좋은게 아님을 알고 특성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등산의 가장 기본인 자기 신발의 특성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신뢰해야 하는 것이다. 바위와 흙과 내 몸무게 와의 만남, 거기서 오는 온 몸의 편안함이  등산. 혹은 걷기의 마술이다.
 자신의 신발과 발을 더욱 사랑하라. 걷지 못하는 새는 멀리 날아가지 못하는 법이다..

다음에는 중등산화 한바그 알라스카에 대해서.

* 김보윤의 산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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