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미혼일 경우. 남자나 여자나 참. 심란한 나이가 아닐 수 없다. 생물적으로든 사회적인 관습으로든 뭔가 꺽이는 나이..생명(기운)의 정점에서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그 지점에서 결혼이라는 화두는 인생에서 아주 중요하다. 독립의 완성. 앞으로 남은 일생의 동반자를 만나. 자기만을 위한 삶이 아닌 몸과 마음으로 나누는 삶을 사는 일은 인간의 인생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결국 나(자아의 이기)를 버리고. 타인을 나 같이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 일이..그 기억이. 자기가 죽을때. 좋은 삶을 살았다는 마지막 안도와 행복의 한 숨이 아닐까. 사랑이 환상에 불과할지라도. 타인을 향한 마음가짐은 숭고하고 아름답다. 그 마음이 제대로 통할때라야 아름다운 거겠지만. 어쨌든 관습 혹은 거래로써의 결혼이 아닌. 사랑으로 점철된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는 일은. 인생 최대의 관심사이자. 중요점이다. 특히나 지금의 내 나이는 마지막 기로에 서있다. 결혼의 가능성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사회적 나이에 도달한 것이다. 누구나 아저씨를 연상하게 되는 나이에서..그 동안 청년으로 살아왔던 나의 정신계는. 급격히.. 어른의 책임감어린 중압감으로 변모했다. 인생에서 꿈.사랑. 일. 건강. 등이 중요한 거라면..그동안은 나의 꿈을 위해서 나머지 것들은 소흘이 했다면. 이제는 그것들 전부 다 끌어안고 가야하는 긍정적인 긴장감이 다가왔다. 올해가 시작할때, 아니 사실 작년부터 변화의 조짐은 시작했다. 나는 그 동안의 마음의 빗장을 열고. 타인에게로 사회속으로 한 걸음 더 가야겠다는 내면의 출사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떤 큰 각오가 아니라..마음의 유연함은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한다.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두면서..내게 부딪히는 우연의 인연은 큰 스승이었다.

 설날 이전에. 평소 대화가 없던 아버지와 크게 언쟁이 붙었다. 결국 빌붙어 사는 나는 독립을 해야 한다는 부끄러운 뒤늦은 자각에 의기소침해졌다. 그 틈을 노려 1월 마지막주 주말에 어머니는 선 자리를 종용했다. 예전같으면..무슨 선 이냐고..내가 알아서 한다고..기세등등이 일설하겠지만, 이젠 큰 소리 칠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조용히 그날 저녁 소개팅이 있다고 얘기했다. 다행히도 정말로..소개팅 약속이 잡혀 있었다. 본의 아니게 어머니가 알게된 이 소개팅은 그 후 지극한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 날 밤에 내가 집에 들어오고.. 또 주말에 나가는 모든 일거수 일투족이 어머니의 관심속에서..맞이했다. 긴 얘기도 아닌.." 남자가 쪼잔하면 못 쓴다." " 차는 닦았니? " " 있는? 티좀 내라." 등등..내가 주말마다 나가고 밸런타인 데이때도 늦게 들어오니..안심하는 눈치다. 이젠 부모 입장에선..내가 어느날..집에 들어와 " 엄마..저 애 가졌어요.." 그러면..좋아하실 지도 모르겠다.

 20대 후반에 미대입시 미술학원 동기들과의 모임에서..여자애들의 결혼에 대한 하소연 중에 24살 까지는 통금시간도 있고..남자친구 만나는걸..그렇게 부모가 경계하더니. 29이 되니..외박해도 뭐라 안 그러구..오히려 주말에 방에서 뒹글거리면..구박하더라는..웃긴 이야기 였다. 이젠. 정말..어디서 애라도 떨컥 배가지고 남자와 함께 오면.. 그 부모들은 어떤 반응일까..

 의지가 중요하다. 결혼을 하겠다는.. 의지가 변화로의 길로 이끈다. 사회.인류학적.페미니즘적 시니컬한 결혼의 관점은 배제하고 일단. 이 책임감과 당위성에 몸을 맡겨 두련다. 결혼이라는 큰 관문을 넘기 위한. 자기 자신의 변화로의 노력이..인생을 새롭게 창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누가 알랴..인생의 스승은 자신의 부인일지도 모른다는.. 어쨌든 .부모 앞에서. " 엄마. 저 남자를 좋아해요.." 라고 말 할 일은 없어서..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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