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에는 장어구이를 먹었고, 어제는 친구 결혼식이어서 영양 보충이 과하게 됐었다.  
관악산 말고 일전에 알아두었던 집에서 가까운 근교의 산 중에 구름산이 떠올랐다. 산이름이 참 이뻐서 관심이 갔다.
 그 전날, 광명시에 사는 친구에게..일단 점심에 차나 한잔 할까 하고 물어봤다. 오전에 2시간 정도 구름산에 갔다 올거라고 은근히 떡밥을 던졌다. 굳이 같이 안가도 된다고, 200미터급 산이래서..오전에 잠깐 뒷동산 마실 갔다 오는 정도래서..내려와서 보면 된다고.. 등산이 별거 아닌투로 유인했다.  결국 9시 반쯤에 광명보건소 앞에서 만났다. 자주 못본 친구래서 반가왔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등산을 공유하게 해서 기분이 좋았다. 

 집에서 등산로 초입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 초행길이라 시간이 조금 늦었지만 덕분에 다음에 다시 올 때를 위한 길을 파악하게 했다. 내가 지나쳐 온 길에는 유독 교회가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명시의 특성인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서울 근교 도시 보다 더 많은 것 같다. 
 한결 포근해진 날씨 탓에 낮에는 많이 덥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오랫만에 만났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올라갔는데, 대략 20년만에 산이 처음이라는 친구는 초반부의 경사부터 좀..낮설어(힘들어)했다. 산이 부드러운 흙산이여서 편안했다.  두군데 계단 구간의 단조로움만 빼면, 가볍게 등산하기 딱 좋은 산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등산 코스지만..그래도..적당히 운동감을 맛볼 수 있는. 초보가 등산하기에 안성맞춤인 산이었다. 남녀노소 사람이 많았다. 
 
 두시간만에 다시 원점으로 내려왔을땐, 친구도..등산이 참 좋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힘들지만. 몸이 가벼워지고..상쾌해지는 기분을 느낀것이다. 자주 와야겠다고 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닌것 같아서 뿌듯했다. 아마도 올라갈때. 자신의 저질 체력에 대해 충격을 받은듯 하다. 20년만에 처음이라니 몸이 놀랬을거다. 그 놀란 몸을 달래러. 우리는 점심을 먹으로 갔다. 철산역 주변으로 와서, 뭘 먹을까 고민했다. 고르기 어렵다. 길가에서 전단지 나눠주는 아줌마가 소개한 곳을 갔다. 저렴한 뷔페집. 기억에 남는 맛은, 오뚜기?스프에 빵조각 버무려 먹었던 맛. 어릴적 맛을 추억하게 했다. 아마도 초딩때, 급식으로 먹었던 그 맛. 
영화 위험한 상견례 에서.. 주인공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웨이터가 스프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란 질문에...오뚜기 스프요..하는 시시한 유머가 생각났다. 

 나와서. 커피집을 찾다가 마땅한 커피집이 없어.. 유일하게 보였던. 홀리스 커피에 들어갔다. 사람이 많았지만 창가쪽에 자리잡고..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자주는 못 보았지만..참 편안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길 건너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친구한테도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회사에 있었다. 마음의 결이 좋은 사람들. 타인과의 관계에서 배려와 희생을 실천하는 친구들 이었다.
 날씨가 너무 포근해져, 나른해 지기 시작했다. 몇일전의 강추위는 언제 그랬냐는듯 오후의 햇빛을 느긋하게 만끽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깊은 겨울의 끝에 봄을 어렴풋하게 기다리게 한 날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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