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또한 제목이 와 닿아서 뽑게 되었다. 역시나 글쓰기 실용서 와는 거리가 멀고, 글쓰기를 통한 삶의 통찰을 이끌어내는 꽤 괜찮은 책이다. 책의 형식은 대학생들에게 강의 하듯이 아주 친절한 문체로, 다른 책의 인용을 곁들이면서 저자의 서술이 이어진다. 가볍게 술술 읽히지만. 곳곳에 작가(예술가)의 삶에 대한 통찰들이 수시로 가슴을 친다. 저자는 글쓰기와 이야기 만들기를 ' 인생을 값지게 만드는 인류사적 행위 ' 로 파악 한다고 한다. 또한 잔재주가 아니라 삶을 관통하는 일관된 '자세' 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9장에서 소개되는 아니 에르노란 소설가의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 중에. 그녀의 책 '칼 같은 글쓰기'와 '단순한 열정''부끄러움' 은 따로 찿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도 아주 많은 구절을 인용해서 실었는데. 아주 예리하게 핵심을 파고 드는 면이 좋았다. 다른 장에서 소개되는 작가나 책들의 인용 모두 좋았지만. 이 책의 백미는 이 부분 이었던 것 같다.
 작가는 말한다. 내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는가를/할 것인가를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글쓰기가 도달할 가장 높은 경지 중 하나겠지요.. 사랑. 부끄러움, 증오를 객관화시켜 정확히 쓰려고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생을 걸고 쓰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글쓰기는 자기 자신의 의지 문제 아니겠는가. 아무리 실용서 들이 난무해도. 자신의 글쓰기와는 별로 영향이 없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접근은 매우 적절하다고 본다. 제목 그대도 삶속의 꾸준한 글쓰기의 의지와 따듯함이 녹아있다.

 이 책에서 거론되는 책 중에 내가 끌리는 다음의 책 들을 찾아 읽어볼것..

슈테판 츠바이크 '발자크 평전', 박지원 '연암집', 양귀자 '원미동 사람들', 오르한 파묵 '새로운 인생'
아니 에르노..
 도서관의 서가를 재빠르게 훝는 나의 눈에 이 책의 제목이 안 들어올리가 없다. 조선 최고의 문장가라 불리는 연암 박지원. 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라니..따지지도 묻지도 말고, 그냥 읽어봐야 하는 책이 아닌가. 사실.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보긴 보았지만. 내가 제대로 본 것 인지 잘 모르겠다. 어느 지식인 처럼. 그의 글을 보고 삶의 혁명적 변화를 겪었다거나. 글쓰기의 도약이 일어나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아마도 그런 류의 책을 별로 접해보지 않았거니와. 한문에 관한 나의 무지와, 청나라 문물에 대한 나의 관심밖이 내게 큰 감흥을 주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열하일기는 여러 학자들이 다양하게 번역. 원문, 해석, 변주 된 책들이 많아 보인다. 다행히도. 내가 열하일기. 아니 연암 박지원의 글에 감동받을 기회는 아직 무궁무진 하다.

 이 책은 다른 여타 글쓰기 실용서와는 차원이 다르다. 소설과. 실용(가르침)을 동시에, 연암 이라는 대 문장가를 불러내어 아우른다. 참신한 시도인것 같다. 역사 소설 형식에 연암의 글쓰기 가르침을 담았다. 소설적 재미와.(상상) 과 실제적 각성 ( 가르침 ) 이 공존한다. 저자는 이 책을 연암의 오마주 로써, '인문실용소설' 이라고 부른다.
 연암에게 가르침을 받는 소설속 주인공이 각각의 독자들에게 이입되어, 마지막 책 장을 덮을 때는, 다른 실용서와는 다른 감흥을 가져온다. 주인공이 연암에게 과제를 받아 쓰는 글들은, 쉽게 쓰여지는 글이 아니라, 몇 일, 몇 달을 사유하고 쓰는 깨달음의 글 들이다. 그것은 전혀 길지도 사변적이지도 않은, 핵심을 꿰뚫는 비수와 같은 글 들이다. 현재의 우리네 처럼 글을 그저 감정의 배설로. 쉽게 쓰이지 않는다. 라는 선조의 풍류적(자연의 통찰) 글쓰기의 가르침은 나의 글쓰기를 뒤돌아 보게 한다.

 연암 박지원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책은 왠지 저자의 소품같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신한 시도는 좋은나. 진중한 깊이는 부족한듯 보인다. 이런 비슷한 형식의 역사 소설인 토정비결이나, 길없는 길의 몰입도에 미치치 못한다. 그래도 어느 글쓰기 실용서 보다는 여운이 많이 남는듯 하다. 좀 더 깊게 읽고 . 깊이 생각해서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이 가슴에 자리잡았으니..그리고 글의 무서움 또한 다시한번 자각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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