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Might Get Loud (2008)

Jimmy Page(Led Zeppelin), The Edge(U2), Jack White(The White Stripes)
Davis Guggenheim (director of the 'An inconvenient truth')



 청년,중년,장년을 대표하는 록 기타리스트 세명..아니 더 나아가 록음악 장르에서 혁신적인 플레이로 역사에 남을 세 명의 기타리스트 들이 모엿다. 그들이 스튜디오에서 모여 기타에 대해 대담하고..같이 합주를 하며..서로의 음악을 논한다. 어떻게 기타를 접하게 되었고..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어떤 음악에 영향을 받고..음악과 기타에 대한 자신 나름의 철학,생각들을 펼쳐보인다.

 그들의 밴드.. 레드 제플린 하고..U2 는 록음악을 잘 몰라도 이름은 많이 들어 보셧을 것이다. 그러나 화이트 스트라입스의..잭 화이트..(사진속 제일 젊은 사람..아래 페도라 모자) 생소할 지 모르겠다. 2000년대의 음악 사조를 이끌었던 큰 흐름중의 하나가..복고와..개러지 열풍이었다.. 이 독특한 남매로 구성된 2인조..드럼과 기타 그리고 보컬이 다인..화이트 스트라입스는 블루스에 기반한..거칠고 독특한 질감의 기타사운드로 큰 각광을 받았고. 개러지 폭발의 핵심이 되었었다. 뒤늦게 이들 음악의 진가를 알게 되었는데..시끄러운듯 하나 질박하고 걸쭉한 기타 리프는  꽤 중독적이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시작은..일렉트릭(전기) 기타에 관한 영화답게. 한적한 시골에서 잭 화이트가 한 줄 짜리 전기 기타를 만드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코카콜라 병을 브릿지 삼아..현의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픽업( 자석에 구리선을 돌돌 말면..미세한 전기신호를 발생한다.) 을 통해 앰프로 확대해 독특한 소리를 얻어낸다...자기만의 기타 소리를 창조한 것이다.  

 이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가 참 마음에 든다.. 여러 일렉트릭 기타를 고혹적으로 촬영해..멋진 폰트와 어울어진 감각적인 영상이다..배경 소리 또한 일렉 기타의. 드라이브 걸린 울부짖음.. 나의 심장은 눈과 귀의..매혹으로 벌렁거린다.. 나레이션으로..지미 페이지 옹께서..일렉트릭 기타는 여자 와도 같다고..정의 하신다..오호..내게도 이것은 진리다..기타를 볼때 마다..한눈에 뿅가는 여인을 보듯히 나와 기타라는 사물은..묘한 동종의 관계를 이룬다. 밤마다 침대 위에서 기타를 어루만지며. 잠에 든다..아직 처절한 감정의 밑바닥 내지.. 최상의 기쁨을 못 경험해 봐서 그런지..노래가 써지진 않지만..계속 노력중이다..곡을 쓰기엔 집중력이 아직 못 미치는건지...
 기타는 여자와도 같다..처음엔 차갑지만 자꾸 애정을 쏟아주면. 어느새 나의 뜨거운 체온으로 전염되어..따뜻한 온기의 소리..천상의 소리..너무나 달콤한 소리를 내준다.

 이들의 음악을 모르면. 관심이 없다면. 지루한 다큐 영화가 될 것이다. 나처럼 기타에 큰 애정을 갖고 있다면..삶에 대한 성인들의 말씀들처럼, 기타와 음악에 대한 그들의 철학을 들을 수 있다. 세명의 이야기가 섞여 있어서. 딱히 하나의 주제가 생각나진 않지만..너 자신을 넘어서는 열정과..한계의 부딪힘에서 오는 도전..뭐 그런 내용이..큰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삶에서..기타라는 매혹적인 존재를 만났고..철저히 빠져들었고..수양했다. 그들은 대가가 되어..자신들의 음악 인생을..선,후배와..소소하게 이야기한다. 세명다..록 기타리스트 지만..그들의 만남은 너무 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좀 더 활기찬 분위기 였음..더 좋았을 텐데..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2탄 의 주인공은.  롤링 스톤스의 키스 리챠드..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 일단 이 둘이 만난다는 것은 가장 괴팍한 늙은이에.. 가장 독설가인 중년 사내의 만남에다..범생 존 메이어..면..참 재미난 조합일듯 싶다. 

 셋 중에 유투의 더 엣지의 말이 가장 진솔하게 다가온다. 외모나 말투에서 느껴지는..성실함이 뭍어난다. 이 영화의 재밌는 부분중에 하나가..이들 밴드의 초기 희귀한 공연 모습이다.. 특히 유투의 초기 티비 라이브 모습은..지금 유투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생각하면. 참 조악하기 그지 없다. 그들도 처음엔, 그렇게 시작한 것이다. 손가락 끝의 아픔을 무릅쓰고..코드 하나를 처음 겨우 잡았을 시절의 희열과 기쁨을 그들도 겪었던 것이다. 기타와 음악의 본질에서 그들은 도를 이뤘다. 기타가 내는 소리와..자신의 내면의 음성에 귀 기울인 지극한 정성 이었다.



















직접 셀락 피니쉬(도장)를 다시 한 나의 기타가 너무 멋진 소리를 뽑아 내주어 사진을 찍어 주었다. 검정색의 폴리 우레탄(플라스틱 도료)를 벗겨 내니 뽀얀 속살이 수줍게 드러났다. 살색의 나무는 한 없이 매끄러웠다. 메이플(단풍나무)의 결 무늬는 투명했다. 공들여 켜켜히 입힌 호박색 셀락 바니쉬는 나무의 투명한 역사를 은은하고도 우아하게 보여준다. 원래 기타를 좋아하지만 오늘 따라 이 기타가 나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새로운 살결은 영롱한 아름다운 소리를 선사한다.
만 레이의 이 유명한 사진은 어떤 영감을 자아낸다. 음악적인 모성본능을 자극한다고 할까. F 홀이 가지는 의미, 기호는 여성적이면서 음악적이다. 또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은유적 카오스이다. 만 레이는 실로 대단하다. 사진을 통해서 아름다운 뮤즈를 창조해냈다. 오늘 따라 이 사진이 위대해 보인다. 말과 글로 표현할수 없을 만큼..

 다시 내 기타를 보니 엉덩이가 풍만한게 여자의 자태다. Rock N' Roll,  This is Tom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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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왜 기타를 좋아하는걸까. 77년 산울림이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 '아니 벌써' 를 부르며 텔레비전에 나왔을때, 요람에 누워있던 내게 계시와도 같이 잠재의식에 각인되었을까.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4~5살 정도 됐을까. 텔레비전에 드럼과 기타를 든 밴드들이 나오면 그렇게 멋있게 보였었다. 나미가 백댄서와 춤을 추며 노래 부르는 모습은 왠지 촌스럽게 보였다. 고작 세상이 처음 보이기 시작할 무렵일텐데..나는 송골매 같은 밴드들이 텔레비전에 나오면 음악도 모르면서 괜히 좋았다. 불교의 윤회를 믿는다면 아마도 전생에 60년대 아마추어 기타리스트이자 히피였을지도 모른다. 마약과 섹스에 빠져 요절하지 않았을까.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발에서 지미 헨드릭스의 연주와 사람들의 모습은 그리 낯설어 보이지 않다. 그 영상을 보고 있자면 왠지 포근한 느낌마저 든다.

 또한 77년은 영국에서 펑크의 효시인 섹스 피스톨스가 나오지 않았나. 그 당시 변방의 한국에서 산울림은 미8군 에서 연주하는 밴드들의 영향과 일본 엔카의 트로트 등. 주류 음악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성과 사운드의 노래를 선보였다. 어짜피 현대의 대중음악이란 서구의 흑인 노예로부터 발생한 것이지만 산울림은 좀 더 한국적 펑크로써 대한민국에 발 내딛고 선 우리네들의 일상과 사랑을 담았다. 그 때 부터가  진정한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시발점 이라고 본다. (물론 이전에 한대수 씨 등등도 있었겠지만..)
 어쨋든 갓 태어났을때 이불보에 쌓여서, 나는 '아니 벌써'의 독특한 퍼즈(fuzz) 이펙터 걸린 기타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큰 영향을 받은게 분명하다. 지글거리고 찌그러짐 속의 달콤하고 쫀득쫀득한 퍼즈 기타소리에 내 영혼의 정체성은 위임받았다. 혼돈의 소음. 부글거리는 마음을 대변하는 기타 소리는 현재에도 여전히 나를 사로잡는다.

 위 사진속의 기타는 작년 2009년 초에 중고장터에서 택배거래로 구입한 에피폰 JA(제퍼슨 에어플레인.조마 카우코넨 시그네쳐) 리비에라 이다. 구입 과정에서 판매자는 모르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돈을 입금한 후 배송이 계속 늦어지고 하루 내내 전화를 안 받길래, 사기 당한걸로 잠정적으로 결론 짓고 '더 치트' 사이트에서 대응방안을 고민했었다. 그 때 안 사실은 소액 사기 사건이 진짜 무수히 많다는 것이었다. 사례를 읽고 있자니 내 일 보다도 더 속이 끌었다. 문제는 소액 사기건은 경찰에서 제대로 처리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걸 악용해 더욱 사기꾼들이 기승하는 것이다. 돈 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사람사이에 기본적인 양심과 도덕이 무너지고 법치국가의 기본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심히 걱정되었다. 웨하스 과자로 만든 성의 밑단을 개미들이 득실대며 갉아먹는 꼴이었다. 아마도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명박 같이 암담했었다. 그런 좀벌레 같은 것들은 짓이겨 눌러 없애야 하는데..금액이야 36만원 이었지만, 사기 당한건가 라는 기분이 매우 치명적이었다.
 결론은 내가 성급했었다. 판매자가 아르바이트 때문에 전화를 못 받을 수도, 늦게 보낼 수 도 있었겠지.. 택배로 받은 기타 박스를 뜯는 순간 조금의 맘고생과 기다림은 기타의 화려한 자태속에서 팔랑대며 노니는 두마리 호랑나비가 되어 내 마음을 기쁨으로 간지렵혔다. 하드웨어에 비닐도 뜯지 않은 완전 새 기타 였다. 기스하나 없고, 먼지는 매끄러운 도장에 뭍을 새가 없었다. 아마도 나중에 500백만원짜리 깁슨을 사도 이 때 기분을 느끼긴 어려울 것이다. 사기 당했다고 생각했으나, 중고거래였는데 완벽한 신품이 내 눈 앞에 있었으니까..

 헤드 뒤에 made in Korea 라벨이 찍힌 이 기타는 2006년에 부산의 피어리스 기타에서 만들어진 것 이었다. 보낸 곳도 피어리스 공장에서 인데, 내부 사정이야 잘 모르겠지만 에피폰 과의 OEM 계약이 끝나고 나온 제품인듯 하다. 아무리 보아도 어떠한 하자도 없고, 외관 상태와 생소리도 버징없이 완벽했다. 전에 쓰던 빨간색 에피폰 'The Dot'세미 할로우 기타가 듣보잡 이라면 이것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훤칠하고 총명한 양반가 서자 느낌이다.
 깁슨과 대적하던 전통있는 기타였던 에피폰은 깁슨 기타에 넘어간 이후로, 일본,한국, 지금은 중국의 기타 공장에서 OEM으로 만들어진다. 이 기타는 에피폰 한국 제품으로는 거의 끝물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기타를 잘 만드는 나라이고, 아치탑 기타는 피어리스가 잘 만들다던데 매우 수긍된다. 정보를 찾아보니 이 모델은 에피폰 중에서도 고가 라인으로 해외 에선 출시될 당시 700불 이상의 가격이었다.(현재의 깁슨 에피폰 가격이라면 말도 안되는 가격이겠지.) 셋팅을 맡기러간 기타 리페어 샵에서도 넥이 여태 보아온 에피폰 중에서도 제일 좋다고 한다. 기타는 넥이 생명인데 매우 건강하고 잘 났다는 진단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내가 왜 이 클래식한 모양의 기타를 좋아하냐면, 90년대의 영국 밴드 스웨이드의 초기 기타리스트 버나드 버틀러 때문이었다. 그의 분신 같은  빅스비 트레몰로 암과 체리레드 색상의 깁슨 ES-355가 기타중에서 제일 멋져 보였다. 물론 스웨이드의 음악과. 버나드의 과격한 아밍의 퍼포먼스 등이 작용했겠지만 기타의 외관 자체가 상당히 엘레강스 하며 고혹적으로 다가왔었다. 그게 스웨이드의 특징이기도 하다. 버나드는 자신이 흠모했던 스미쓰의 기타리스트 자니 마 와 같이 빨간색 세미 할로우 기타로 쟁글쟁글한 클린톤이 아니라 디스토션 잔뜩 먹인 톤으로 탐미적이고 유려하게 연주했다. 내가 첫 기타를 빨간색 에피폰 'the Dot'을 산것도 그의 절대적 영향이었다. 그 외 이 F홀의 아치탑 기타를 쓰는 유명한 뮤지션 들은 척 베리, 비틀즈, 롤링 스톤스 의 키스 리챠드 이후로 스톤 로지스의 존 스콰이어, 폴 웰러, 오아시스, 스트록스, 리버틴스, 악틱 몽키즈, 등등.. 록 음악 씬에서 무수히 많이 사용되어 진다.
 존 레논의 에피폰 카지노 가 깁슨을 넘어서 유명해 졌다면 오아시스 초기의 에피폰 쉐라톤 이나 스트록스의 에피폰 리비에라 P94는 현재에도 에피폰의 건재함을 알린다. 비싼 깁슨 기타에 비해 중,저가 정책의 에피폰은 기타를 접근하고 대하기가 편하다. 그렇다고 브랜드의 위상이 그렇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생산지가 어디건 존 레논이 연주했던 기타와 똑같은 로고를 가진 기타를 친다는 건 기분이 좋다. 나는 이 기타의 컨셉을 스트록스의 닉 발렌시와 스티븐 말크머스 로 잡았다. 

 아래곡은 스티븐 말크머스 솔로 1집의 곡인데 기타 톤과 연주가 환상이다. 레스폴에 P90 사운드.


 크런치한 톤이 발군인 P90 싱글 코일 픽업이 필요했다. 기존의 에피폰 57 험버커 픽업은 아주 나쁘진 않았지만 저음부가 답답했다. 닉 발렌시가 쓰는 험버커 사이즈 P90인 깁슨 P94 픽업을 일단 리어 부에 달았다. 이 기타를 위해 나온 픽업 인 것 처럼 너무도 잘 어울린다. 동시에 본 넛 과 브릿지와 새들을 갈았더니 기타 본체 만큼 비용이 들었다. 나머지 업그레이드는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이렇게 1년 정도 써보기로 했다.
 역시 깁슨 픽업은 해상도 가 달랐다. 각각의 현의 울림이 뭉게짐 없이 또렷히 탱글거리며 내 주었다. 출력도 쎈 편이어서 드라이브도 무지 잘 먹었다. 싱글과 험버커의 중간 느낌이 특징이라는데 좀 더 험버커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앙칼진 엣지녀 같은 느낌이랄까.. 1시간 정도 달아오른 펜더 블루스 주니어에서 볼륨  높이고 치는 크런치 톤은 내가 꼭 U2의 엣지가 된 기분이었다. 좀 더 객관적으론 애비로드 라이브에서 프라이멀 스크림의 기타 톤과 매우 흡사한 톤이다. 나는 딱 그 정도의 드라이브 양이 좋다. 하이 게인을 쓰지 않기 때문에 싱글 코일 픽업을 좋아한다. 블러의 그래함 콕슨 솔로 앨범에서와 같은 느낌의 즁즁이도 매우 잘 된다. 리버틴스나 베이비샘블스 의 피트 도허티 톤 과도 비슷하기도 하다. 기존의 프론트 험버커 픽업과의 하프톤의 궁합도 매우 좋다. 몽글거림과 카랑거림의 적절한 조화를 다양하게 만들수 있다. 그래서 당분간은 프론트 픽업을 바꾸지 않을 생각이다.

이 기타와 시간을 보낸지 1년 정도 지났다. 역시 기타는 6개월 이상 1년 정도는 쳐봐야 그 기타의 진면목을 알수 있다는 말을 공감 한다. 확실이 울림이 좋아 졌지만 두꺼운 우레탄 피니쉬가 맘에 들지 않는다. 피부에 닿는 이 플라스틱 도료는 나무 세포와의 교감을 차단하는 듯 하다. 검정색이고 표면이 너무 글로시 해서 잔기스가 쉽게 눈에 띈다. 자연스런 레릭화는 거리가 전혀 멀다. 비싼 깁슨 ES-335를 사면 부품을 바꿀 일이 없겠지만 에피폰은 나만의 사운드를 찾아가는 여지가 많다. 그런면에서 일단 성공적이고. 앞으로의 사운드가 더욱 기대된다. 시간이 된다면 피니쉬를 셀락으로 내가 공들여 다시 칠하고 싶다. 클래식한 모양의 바디에는 은은한 도장이 어울리고 이 에피폰 리비에라는 추억을 담아 평생 가지고 갈 거니까. 버나드 버틀러 와 노엘 갤러거의 체리 레드 색 깁슨 ES-355를 공연서 멀리서 보고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지만 아직은 에피폰에 깁슨 픽업 만 해도 충분하다. 버나드 처럼 기타를 치거나. 노엘 처럼 곡을 만든다면 모를까.. 언젠가는..그날이..

 건조된 나무 토막은 깍이고 파이고 갈려지며 일렉트릭 기타 라는 아름다운 형체로 변신한다. 보호색을 입히며 금속 부분이 서로 닿아 울리면 매우 아날로그 적인 소박한 전기 장치로 증폭 시켜 스피커를 통해 쩌렁쩌렁 하게 울린다. 지구상의 기본 원소인 나무와 철은 새 생명을 얻어 언제까지 일지 모르는 울림의 세포를 키운다. 이 울림의 세포는 나와 같이 호홉하고 생활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슬플때나 기쁠때나 언제나..나와 같이.
 
 사주팔자를 공부한 친구가 내 사주를 보더니 나를 대표하는 성질이 木 이라고 했다. 높고 긴 甲 목(?)인 소나무 (아마도 리기다 소나무과) 라고. 쉽게 말하면 구브러지고 휘어진 관상용 외로 쓸데없는 소나무가 아니라 세상에 유용하게 쓰일 인재 사주라고..  그래서 내가 기타를 좋아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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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 답지 않은가..ㅎ ^^
 저 사진의 기타는 로드원 스트라토캐스터 이다. 한 40년후 내 아메리칸 스탠다드 스트라토캐스터는 저렇게 이쁘게 늙을까..같은 색상이지만 피니쉬가 우레탄이라..
9월 3일에 구입한 내 첫 펜더 기타는. 2008년도  아메리칸 스탠다드 스트라토캐스터.  20 ~ 30 만원대 기타만 써오다, 본격적인,, 비교적 고가 기타의 첫 구입이다. 머 아직 실력이야 자아도취형 방구석 기타쟁이 지만, 이 기타를 구입하면서 긴 인생의 여정에서 음악에 대한 어떤 목적의식과 열망이 확고해 졌다고 할까.

 내가 기타를 사야겠다고 생각한지는 2000년 밀레니엄 시대를 앞둔 1999년 마지막 날 이었다. 자정즈음에 무료하게 TV 채널을 돌리다, 신중현씨의 콘서트를 보았고, 다시 채널을 돌리다 일본bs2 채널에서 에릭 클랩튼 콘서트를 방영해 주고 있었다. 눈과 귀와 가슴을 움직였다. 공허했던 마음이 에릭의 기타에 의해 촉촉해졌다. 나이들어서 저렇게 내 마음을 쥐어짜듯 기타를 연주하고 싶다고.. 그렇게 해서 기타에 대한 애정이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음악연주보단, 음악감상 자체에 푹 빠졌고, 기타실력은 요지부동이었다. 내 자신이 음악에 전혀 재능이 없음을 서서히 느끼고 있었다. 뭐 사실 큰 노력도 안했고 20대때 이것저것 기웃거려 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F코드를 잡았을때..그 희열은 생생히 다가온다. 손가락이 아무리 해도 안될꺼 같아도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순간 척 하고 잡히는 그 순간. 신이 내게 답을 주시는것 같았다.

 책을 읽다 잠시 의자에 기대어, 스탠드에 놓인 기타를 바라본다. 6줄의 쇠줄을 팽팽히 지탱하고 있는 기다란 넥이, 고통의 울림을 기약하듯 은은한 빛을 발한다. 마음의 회한을 긁어내리듯이 한번의 스트록크로 기타 온 몸을 울린다. 북미의 앨더 나무는 내 배의 따스함을 간직한채 여운을 울린다. 쇠줄과 손가락 끝의 살들은 같이 고통으로 몸부림 친다. 그 고통이 무덤덤해지는 사이 내 손가락 끝에서 잠시나마 마법이 일어난다.

기타 헤드의 저 펜더 로고 얼마나 가슴 떨리는 문양인가. 지미 헨드릭스, 에릭 클랩튼, 스티비 레이 본, 존 프루시안테, 커트 코베인.. 등등. 무수히 많은 전설같은 뮤지션들 그 들과 같은 펜더 기타를 소유했다는 그 자체의 희열, 그것이 전통과 역사의 힘이다. 아무리 품질 좋고 소리 뛰어난 다른 브랜드의 기타가 나와도 펜더와 깁슨 기타만이 가진 개성과 대중 음악역사와의 교차점은 몇백년 이 흘러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명품은 그냥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소리의 품질뿐만이 아니라 시대의 역사와 천재적인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저 일렉트릭 기타의 대명사 스트라토캐스터가  처음 세상을 나온지가 1954 년 레오 펜더란 사람에 의해서이다. 정말 혁신이란 저런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일렉트릭 기타를 일렉트릭 답게 사용한 지미 헨드릭스 또한  천재적 혁신가 이다. 앰프에서 일그러진 기타 소리를 음악답게 사용한 선구자 이다. 그 이전에는 기타의 클린 소리를 앰프가 단순히 큰 음량으로 증폭시키는 수준이었다면, 지미 헨드릭스는 앰프의 볼륨을 최고로 높여서 나오는 찌그러진 노이즈 소리로 연주했다. 그것이 지금 현재 우리가 듣고있는 무수히 많은 록. 대중음악의 원류다.

 와인에서의 빈티지 개념과 비슷하게 펜더 기타도 빈티지 에 대한 큰 애착이 있다. 그 중 57년과 62년 스트라토캐스터가 가장 유명하다. 오리지날 57. 62 는 현재 물건도 거의 없거니와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에서는 봄.여름.가을.겨울의 . 김종진 씨의 펜더가 가장 비싼걸로 알려진다. 경매로 나오면 1억을 호가한다는.. 스트라토캐스터가 가장 좋았다는 해 57.62년의 사양을 그대로 현재에 다시 만든 리이슈 시리즈를 사고 싶었는데. 워낙 저 위 사진의 2008년 스탠다드 모델을 싸게 구해서. 만족한다. 아마 50년 후에 08년산 스탠다드 스트라토캐스터가 지금 62년 스트라토 처럼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마도 내 아들 혹은 딸 까지도 물려주면서 말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까지고 색이 바래고 녹이 슬고, 멋진 레릭 기타가 될 것이다. 레릭 이란 말은 오래 사용한 듯한 기타를 말하는데. 펜더 에서는 일부러 기타를, 한마디로 완전 중고틱하게 만들어서 새 상품으로 파는 것을 말한다. 
 아래 사진은 펜더 커스텀 샵에서 나오는 고가의 레릭 기타이다. 저것이 신상품으로 몇백씩에 팔린다. 나중에 와이프한테 10만원 주고 중고로 샀다고 하면 믿어줄까.ㅎㅎ


스트라토캐스터의 가장 유명한 기타는 에릭 클랩튼의 블랙키 이다. 아마 기타역사에서도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름이 있는 기타라니..
http://www.fender.com/blackie/blackie_home.html  플래쉬로 만들어진 멋진 페이지이다. 한번 구경하시길.. 저 기타의 복각판이 최근 엄청난 가격으로 순식간에 팔려버려서 뉴스에서도 많이 언급되었었다. 하지만 저렇게 낡은 기타 자체도 멋지지만.. 정말 멋진건 자기와 함께 나이먹어가는 모습의 기타이다. 그리고 외관 뿐만 아니라.. 나무도 자연스레 건조가 되면서 소리도 더욱 빈티지하게 변하는 그 맛을 알아가면서 말이다. 기쁠때나 슬플때나 언제나 내 손에 쥐어져 울리는 소리 그것을 사랑하면서 말이다.

 에릭 클랩튼의 음악이 감동을 주는건 그의 인생 자체가 고스란히 음악에 뭍어 나오기 때문이다. 인생자체가 블루스 였다. 에릭에 관한 글은 다음 시간에..

 사물을 단지 사물로서만 보지 말고 애정을 가지고 본다면 그 어느것도 아름답다. 내 살들이 비비고 부비고, 내 온기를 품은,  저 나무로 만든 아름다운 사물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펜더 기타를 계기로 내 안의 열망을 더욱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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