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존 레논의 탄생 70주년이자..그의 사후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40~1980 12월 8일. 마흔살에 죽었다. 그래서 국내외로. 존 레논 추모 열기가 있는 모양이다. 12월 9일 에는 존레논 비긴즈 : 노웨어 보이 란 영화가 개봉한단다.. 사진작가 겸 미술가 샘 테일러 우드가 이 영화의 감독이다. 2009년작 이지만. 영화 수입사에서 30주년, 그의 기일 다음날에 맞춰서 개봉하나 보다.


  예술은 상처받은 영혼에서 비롯된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인간이 0~6살 가량에 부모로부터 어떤 보살핌 속에 자랐는지가 한 사람의 자아. 내면의 지도를 완성한다고 한다. 이 단계에서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크고 자잘한 내면의 상처를 입게 된다. 억압과 결핍의 구조에 의한 욕망단계. 혹은 결핍으로 인한 상실등, 자기도 모르게 평생 무의식속에서 억누르는 갖가지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다고 한다. 내가 왜 이런 성격과 정서를 가지게 되었는지, 이성적 가치관을 넘어선 그 이면의 천성엔, 부모의 유전적 특질도 있겠지만, 유아기때 받은 어떤 사랑의 결과가..평생의 인성을 좌우하게 된다는 것이 정신분석의 요지다. 정신분석 치료는 그것을 끄집어냄 으로써, 자기 자신이 왜 그런 자아가 형성되었는지, 왜 내면의 상처에 평생 허덕이는지, 원인을 밝혀 나가는 것이지만. 보통 치료 단계에서 치료자가 극심한 거부 반응으로 중단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인정하기 힘든 원인의 뿌리. 무의식에 쌓인 인과를 헤집다 보면. 그것을 극복하고 인정하게 된다고 한다. 

 사람의 천성은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정신분석 치료를 온전히 받았다고 해도. 바뀌는건 대략 5%내외일 꺼라고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기에게 용서와 화해를 통한 긍정성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데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대하게 한다고 한다. 아마 그것이 중요점일 것이다. 긍정하는 마음. 다음날부터 완전 다른 사람으로 변해서..그리스인 조르바 같은 인물이 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하는 용기를 가짐이.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이렇게 정신분석에 대해 주절되는 이유는 근래에 읽은 소설가 김형경의 심리 치료 에세이 세권( 좋은이별.사람풍경.천개의 공감 )과 정신분석 소설 (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 을 통해서, 나름 내 자신이 정신분석의 맛을 살짝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가 20세기 가장 뛰어난 예술가의 내면의 상처를 여성 감독 특유의 정신분석적 예리함으로 그려내기 때문이다.

 나 같은 원래 존의 팬이야 다 아는 이야기이고..다분히 짐작되는 영화이지만. 그냥 한 10대 소년의 성장기로써 영화를 봐도..꽤 훌륭하다. 존을 중심으로 인물들간의 심리 묘사가 첫 장편 영화 감독 답지 않은 섬세함이 있다. 자매 사이인 미미(이모)와 줄리아(어머니) 의 미묘한 관계도 그렇고.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존, 폴 매카트니를 보는 줄리아의 시선에서 질투하는 존의 표정이나. 밴드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 싸움등.. 존의 좌충우돌하는 다양한 심리 묘사를 읽을 수 있다. 처음 존 과 폴이 만났을때. 폴이 존 앞에서 기타치는(오디션) 모습과. 그 뒤 존의 첫 자작곡 '헬로 리틀 걸' 을 폴 앞에서 부르는 모습은..서로 선의의 경쟁자로써..질투와 시기의 자극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매진한 결과가..비틀즈를 있게끔하는 단초로 보여진다. 


 존 레논의 평생의 고통이 어렸을때 (5살) 겪은 부모로부터의 버림과..이모 (미미) 에 맡겨져 살면서, 어머니 (줄리아) 에 대한 뿌리깊은 그리움, 그리고 그녀의 비극적 죽음이 평생 그를 내면의 고통속에 몸부림 치게 한 원인이었다. 영화는 존이 처음 기타를 잡기 시작해서 초기 비틀즈를 이끌고 함부르크로 연주 여행을 가기전 까지의 일들이 묘사된다. 키워준 이모에 대한 정과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는 불안정한 상태의 존의 심리를..여성 미술가 감독 특유의 섬세함으로 예리하게 펼쳐진다. 
 
 아버지의 부재에 의한 상실과. 이모에 의해 폭로되는 어머니의 과거의 사실등. 존은 크게 상처 받지만. 그 고통을 인정하고. 내면화해. 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게 되는 와중에..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그는 평생 치유하지 못한 상처를 입게 된다. 영화는 상처를 껴안고..비틀즈의 위대한 출발을 알리는 존의 걸음 걸이에서 끝나지만. 그 후 비틀즈로 성공한 존의 인터뷰를 보면 얼마나 버림 받은 상처가 컸는지 가슴이 아퍼온다. 그리고 이 영화를 함축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부모의 사랑에 목마른 그의 고통이 위대한 비틀즈를 낳았다.
 " 예술은 고통을 표현하는 한 가지 방식일 뿐 입니다. 제가 스타가 된 유일한 이유는 제 억압이죠, 제가 '정상'이라면 그 어떤 것도 저를 그렇게 만들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 성공을 향해 돌진한 유일한 이유는 " 자 엄마 아빠 저를 사랑할 건가요?. "  라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 _ 존 레논.

  

60년대 후반 존 이 연상인 오노 요코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 것도. 어머니에 대한 사랑의 갈구가. 부유한 동양인 예술가 여자 한테 전이 되어, 위안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70년 존의 솔로 앰범 첫 곡이 Mother 인데,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울려 퍼진다. 비틀즈를 갓 해체한 이 시기. 그는 정신분석 치료를 받으며, 이 앨범을 만들었다. 아주 직설적인 내면의 소리였다. 
2010/03/14 - [음악] - John Lennon _ Plastic Ono Band (1970) 

 그 고통에서 건져올린 노래들이 시대를 초월해. 큰 울림을 준다. 대중음악에서 예술로 승화되는 순간이다. 폴 매카트니의 솔로 앨범들이 그 당시에는 크게 히트를 쳤고, 시간이 지나 잊혀 지지만..존 레논의 음악들은..시 공간을 초월한 영원한 울림이 있다. 자신과 시대의 아픔을 대변하고자 했던..그의 재능과 노력에서..우리는 공감과 위안을 얻으며.. 고통이 낳은 천재를 그리워 하는 것이다. 

  아무튼 이 영화는. 굳이 음악팬이 아니더라도..존 레논을 잘 모르더라도..개개인 내면의 상처를 다루는 수작이다. 리버풀의 전원 풍경과. 50년대 로큰롤 음악의 앙증맞음도 즐기면서. 현재의 대중음악이 비틀즈를 통해서 얼마나 다양하게 발화하게 되었는지. 유추할수 있다. ( 비틀즈의 음악을 아는 입장에서.) 
 최근 비틀즈 음원이 아이튠스를 통해 온라인 발매 될라는 모양이다. 작년에 비틀즈 리마스터링 셋트가 나와..한창 팔리더니.. 이런 소식 때문에.. 아마존에서 100불 대로 반값 세일을 한 모양이다. 요즘 내가 만든 비틀즈 베스트를 듣고 있는데..13개의 앨범에서 대충 추려 뽑아서..무작정 트랙을 배열해도. 너무나도 훌륭한 음반이 완성된다. 무려 1시간 40분의 하모니의 진수.. 특히 존 레논의 몽환적인 목소리가 너무 좋다. 
 마음이 아프고 병든 사람만이 창조에 불을 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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