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마달 라이브홀. 킹스턴 루디스카 / 사진.박군.

 나는 달빛~ 이 밴드를 모른다. 이 밴드의 리더가. 서른 후반의 나이로 뇌졸증으로 죽었다고 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잘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쓸데없는 감상을 늘어놓진 않겠다. 이 사람은 생전에 인디씬에서 좋은 음악과. 열정으로..살아왔던듯 싶다. 인간성도 좋았는지. 아니면 인디음악씬의(꼭 음악씬 만이랴..) 척박한 현실을. 표상하는. 죽음이어서 그런지..어제 저녁 103개의팀이. 홍대의 라이브 클럽에서 그를 추모하는 공연을 했다.

 안내책자며. 참여한 밴드들 소개며. 싼 입장료.(만원) 에 달빛~의 CD도 하나씩 줬다. 참여한 뮤지션들이나 관객들이나 참 훈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운 좋게도. 처음 들어간 클럽에 남은. 2장의 씨디는 우리가 차지하고 끝이었다. 뒤에 아가씨가 이뻣으면 그냥 줬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들어간 클럽엔. 최고은 이란 여성 포크 가수가 통기타 한대로..좀 우울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관객은 가득 찼지만. 노래가 우울해.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예전에 살짝 흠모했던 동명의 누님이 생각났다.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나와서..

클럽 에반스에 갔다. 예전부터 한번 와보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발길이 안 닿았던 곳이다. 급조된게 확실한 밴드가 마이클 잭슨의 Beat it 을 연주했다. 리허설이었기 때문에 2번을 들었다. 책자에 보니. 김정배 라는 기타리스트의 솔로 공연인것 같았다. 이 노래의 기타 리프가 환상적 이었다. 원래 명곡이지만.. 기타가 주도하는 풀 편성으로 라이브를 들으니..정말 좋았다. 그리고 이 클럽의 분위기가 나름 좋았다. 무대뒤에 올록 볼록하게 음향적으로 벽을 만들고..한쪽에 네온 싸인으로 클럽 에반스라는 깔끔한 간판도, 멋졌다. 소리는 PA스피커를 자제하고. 드럼 과 기타 앰프에서 바로 나오는 출력을 느낄수 있어서..더욱 자연스럽고 좋았다.
 한명이 더오고. 친구의 추천으로. 킹스턴 루디스카 공연을 보러 상상마당에 갔다. 공연장이 굉장히 좋았고. 관객은 족히 300명 이상 될 정도로 꽉 찼다. 음악은 국내에 흔치 않은 아마도. 거의 유일한..자메이카 풍의 레게.스카 밴드 였는데. 전면에 4명의 브라스 악기를 든, 무대 구성이 흥미로웠고. 기타리스트는 전에 스페이스 공감 라이브 에서 보았던. 아주 실력있는 기타리스트 였다. 이름은 기억안나고... 특히.보컬의 음색과 창법이 무지 맘에 들었다. 관객들의 호응도가 장난 아니었다. 이런걸 보면..밴드를 하고 싶단 열망이..발가락 끝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여진다. 스탠딩 공연의 관람은 오랜만이라..한시간 이었지만. 허리도 아프고..예민한 후각은. 여자들의 샴푸냄새를..구별할 정도 였다. 
 이렇게 실력이 출중하고. 다양한 음악을 하는 팀이 더욱 많이 나와야 한다. 업비트에 쨍까쨍까..뿜바뿜바 하는 사운드가..매우 정겨웠다. 소박하고 정겨운? 중남미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어쩌면..이런 음악은. 마리화나에 쩔어..범죄와 속세의 고통속에 일말의 희망을 얘기 하는 음악인지도 모르곘다..나는 어쨌거나 밥 말리를 잘 모른다.
나와서..

 이상은 공연의 기나긴 줄을 보고..포기하고. 롤링홀의 이한철 공연을 보러 갔다. 롤링홀은 사운드가 좋기로 유명하다. 역시나. 사운드도 훌륭했고. 이한철의 노래도 좋았다. 그러나..그는. 너무 완숙한 가수가 되어..신선함이 없었다. 너무 자주 밴드 소개 하는식의 재미 없는 잼을 펼쳤고. 중간에 말도 많았다. 내가 공연장에서 제일 싫어하는 가수들의 썰렁한 멘트. 우리는 음악을 들으러 왔지..너의 시시껄렁한 사담을 들으러 온게 아닌데..몇일전에 아프리카 여행에서 돌아와서..시차 적응이 안 된다는데..지가 고백하는 연습부족의 실상이었다. 배부른 가수는 스피릿이 부족하다..역시나 자신이 데뷔할때 만든 곡이 제일 좋더라..

 오늘의 대미는..클럽 FF의 갤럭시 익스프레스 공연 이었다. 내가 제일 주목하는 인디씬의 강자는 딱 두 팀. 아폴로 18과.. 내가 본 갤럭시 익스프레스 였다. 둘다. 3인조 록 밴드로써..거칠고..투박한 로큰롤 본연의 자세를 유지한다. 말랑말랑한 소녀 취향의 흔하디 흔한 모던록 밴드와는 완전히 질이 다른..로큰롤 순혈주의자 들이다. 특히. 갤럭시~ 는. 좀더 신나고 달리는 복고적인 면이 좋았다. 땀에 절은 멤버들의 열정적인 연주와 함께.. 좁은 클럽안의 관객은..완전 지랄발광 이었다. 젊은애들의 이런 모습..주체못할 에너지.. 보기 좋다..다만..나는 맨 뒤에 앉아서..혹시나..불이라도 나면..다 죽겠구나 라는..꼰대스러운 일말의 걱정에..나의 나이듦을 여실히 느꼈다. 95년 크라잉 넛이..드럭이란 클럽에서..지랄발광 펑크록을 연주했을때의 그 모습이었다. 그때에 비하면 연주와 사운드가 훨씬 좋아졌고.
너바나 그린데이를 카피하는 수준이 아닌..자신들의 창작곡들의 수준도..해외의 개러지 펑크 밴드들과도..견줘도 손색없을 정도로 좋다.. 특히 관객들이 같이 따라하는..후렴구의 훅이 강한..멜로디들은.. 어떤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정말 이것이 록 이었다..거침없이 표현하고 분출하는..좀전의 이한철의 고루함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멋진 공연이었다. 
 
 분명..우리나라의 문화 예술인들은. 실력이 좋은 사람이 부지기수다.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민족답게. 정말 재능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언더그라운드 씬에서..척박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런 열정을 가지고.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수명이 짧은 아이돌 댄스 애들만 가지고 한류 할께 아니라..이런. 홍대씬의 밴드들도..키워야 한다. 나는 이날..인디씬의 저변과 희망을 보았다. 문화의 자생적 기능은 적절한 시스템 안에서. 더욱 성장한다. 그러나 정책결정자 들의 개념없음은..어떤 문화도..성장하지 못하게 만든다. 꼭 추모공연이 아니더라도..이런 공연이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정부에서 지원해서라도..이 라이브 클럽 문화는 키워야 한다. 어찌 음악..가수가 율동만 하는 것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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