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새벽에 눈을 뜨긴 하는데, 바로 일어나진 않는다. 핸드폰 알람이 울리고 멀뚱멀뚱 창밖의 암흑을 잠시 응시하다. 다시 눈을 감는다. 오래지 않아. 창 밖의 베란다 공간에서 키우는 닭이 꼬끼오~ 하고 연실 울어댄다. 어버지가 시골에서 병아리 세마리를 가져왔었는데. 금방 커버려. 그 중 수닭 한마리가..어설프게 울기 시작해.. 이제는..제법 소리가 우렁차다.. 근데..어디 멀리서 들려오는 닭소리는 듣기 좋을 텐데.. 도시 주택가 에서 울어대니..그것도 내 창 바로 밖에서..요즘은 곤욕이다.. 아마 옆집 주민들의 항의가 조만간 들어오지 않을까..그럼..바로..끊는물에 백숙이 되버릴 운명인데..

 시골에서 듣는 다면. 제법 어울릴 소리겠지만.. 도시에서의 닭 울음소리는..뭔가 위태롭고..공허한 메아리 처럼 울린다. 또 집앞에 큰 가로수 나무가 하나 있어서.. 거기가. (새들의 모임 장소 인듯..) 보통 새..참새? 들의 울음소리도 간혹 시끌벅적한데.. 뭐 보통 평화스러운 도시 아침의 소리겠구나 상상하겠지만..정 반대다..도시의 새들은. 뭔가 다 우악스럽다. 평화롭고 다정다감한 소리가 아니라..지들끼리 막 싸우는듯한..새들의 지저귐은 징그러울 정도다..그리고 나무밑 내 차에 새똥을 싸대니까..아무리 좋은 소리로 쨱쨱 되도..성능좋은 BB탄 총이 있으면..베란다에 나가..쏴대고 싶다..

 그리고 비둘기 들.. 예전보다 많이 줄긴 했지만..여전히 안양천에 자전거 타다보면. 무대뽀 비둘기들이 여전하다. 내가 어릴때만 해도..평화의 상징이라고..반공 포스터에 많이 그려지고..그렸는데..그 명예롭던 상징적 표상은 이제 닭둘기, 혹은 날아다니는 들쥐 라는 저주의 대상의 되버렸다. 현재의 비둘기 수난은. 인간이 자초한 것도 있지만. 비둘기 자체도..인간과의 공존의 도를 넘어선 감이 있다.
 88서울 올림픽 개막식때, 성화대에 불이 점화될때..화형당한 수난의 역사가 있어서 그런가..어린 나이 였지만 그 때 그 영상을 보면서..참..인간이 하는 짓거리가 병신 같다고 생각했었다. 

 나이 어리신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평화의 상징, 염원으로..비둘기를 떼거지로 날려보내고..올림픽경기장 지붕을 넘어가지 못한 비둘기들이 성화대에 앉았는데...곧이어. 성화대  점화 행사가 벌어졌는데. 수많은 비둘기들은 그 위에 앉아있었다. 비둘기를 날려버릴 뭐 겨를이나 생각도 없이.. 그냥 확 불을 붙였는데.. 암튼 어린눈에 인간들이나..비둘기들이나..다..쯧쯧쯧...구구구...

위에 글 쓴지가 일주일 된 듯한데..
 드디어..민원이 들어왔다...오늘 내일..백숙과 닭죽을 먹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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