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리움 미술관을 다녀왔다. 친구가 아는 선생님의 크레딧으로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길래..낼름 그러자고 했다. 무슨 전시 하는지도 모르고. 요즘 너무 갤러리를 안 다녀서..뭐라도 보고 싶었다. 전시를 안 보다 보니까 갤러리 현대에서 하는 토마스 스투르스 전시도 챙겨본다 본다..하면서 아직도 못 보았다. 

 리움 미술관은 몇년전 앤디 워홀 전 이후로 처음이다. 그 땐..참.비호감 이었는데. 티켓을 수령하니..기획전 말고..상설전 모두 볼 수 있는 데이 패스 티켓이었다. 급 호감으로..싸늘해 보이는 까마귀 언니 들도 나름 괜찮아 보였다.ㅋ
 기획전 전시 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권오상의 작품을 실물로 처음 본것이. 인상이 남는다. 소피 칼. 도 잘은 모르곘지만. 언젠가 폴 오스터와 함께 한 어떤 작업.(책으로) 보아서..친근한 기분이었다.
기획전은 나름 소박한 전시였다. 한 층에만 전시되어..금방 휙 보고 끝이다..

 그러나..리움 미술관의 진가는..상설전시에 있었다.  뮤지엄1 관에는.. 옛 도자기와..김홍도의 그림등이 전시 되었는데.. 도자기는 솔직히 봐도 잘 모르겠고. 김홍도의 그림은..책에서만 보다 실제로 보니..뭔가 오래된 것에서 오는 아우라 가 있었다.  오주석 씨의 옛 그림 특강 같은 책에서만 보다.. 실제로 보니..차근차근 뜻어보는 맛이 있었다. 

 옛 그림을 보다가 언뜻 자각한 바가 있는데. 동양의 그림은. 18세기. 그러니까..서구의 문물. 문화가 들어오기 전까지.. 단일(평면)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서구는 오래 전부터. 3점투시, 원근법이 발달해 2차원 평면에 3차원 입체를 구현하는 기술을 발견해 사물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과학적으로 이용한 반면..동양은..서구 문물이 들어오기 전까지..시점(원근감)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저 멀리 있는 산이나..코 앞의 오두막이나..그냥 한 화면위에 옹기 종기 펼쳐져 있다. 동서양의 내재적 사상관 과도 관련이 있을 듯 하다. 개별적인 것의 가치 추구와. 한 데 아우루는 전체적 통일장을 추구하는. 차이가 엄연히 보인다. 불행히도..이러한 동양적 시각은..서구의 산업문명에..가차없이..시선의 가치관이 소실했다. 이러한 차이는. 우위를 둘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시점의 차이가 재미있고. 또 나름 연구할 가치도 있어 보인다.

 뮤지엄2 관은..국내. 국외. 현대 미술 작품들인데.. 나는 여기서 리움 미술관의 진가를 알았다. 우리 홍라희 여사께서..어마어마한 돈으로 구입한. 미술품들은.. 정말..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대표작들을 엄선해서..보여준다. 작가들 마다 한 두 작품이지만..그 작품들이..작가를 대표하는..성질로써..그 한 작품으로도 작가의 세계를 한 눈에 아우를 수 있는 것이었다. 

 미술책에서만 보던.. 폰타나..리히터. 마크 로스코.드쿠닝 제니 홀저.등등.. 오리지날..작품 앞에 서니..감회가 새로왔다. 특히 요즘 내가 좋아하는. 이우환의..작품은..꽤 정겨웠다. 큰 붓으로 점 하나 찍은..유명한 작품은. 붓질한 물감의 질감이 보였다. 맨날..책에 인쇄된 것 만 보다가..진품을 보니..느낌이 철학적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뮤지엄 2의 국내 현대 미술관은..동양적 가치관.시점의 상실로 ..무턱대고 서양 미술 따라한 감이 다분하지만.. 한 층 아래..국외의 현대 미술 작품들은..뭔가 본질이 달라 보였다.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난해한, 대중과 유리된.) 현대미술을 씹을때. 내가 항상. 예시로 든..윌렘 드쿠닝의 추상 미술은. 책에서 본 그냥 막 떡칠한 낙서와는..느낌이 전혀 달랐다. 그 붓이 지나간 선과..유화 물감의..오묘한 섞임이..어떤 느낌을 자아냈다. 아마 이래서 미술관을 와야 하는가 보다.
물론..여기에 걸린 어떤 작가의 정말 막 떡칠한 물감 그림도 있긴 하다..그것도 완전 대형으로..

 이 현대 미술의 백미는 아니..이 리움 미술관의 백미는.. 너무나도 유명한..미술작가와 사진 작가인..데미안 허스트와...구르스키의 작품이었다...둘 다..대형 작품으로..서로 양 편 벽을 마주보고 있다. 좀 압도적이다.. 멋지다.. 역시 작품이란 것은 Wow 와~우.. 하게 만드는 것이 있어야 한다. 애게게 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집에다 걸고 싶은 작품은...리히터의..촛불 그림 이었다..다른 것에 비해 사이즈 가 집안 거실에 걸기 딱이다.. 나중에 비슷하게 그리던가 찍어서..내 집에 걸어야 겠다..누가오면..리히터 꺼라고..뻥치면서...학창시절 미술시간에 유명 명화 묘사를 했었는데..내가 너무 잘해서.. 내 모사 작품이..한동안..학교 로비 에 떡하니 걸려있었다. 매일 아침 등교하면서..자긍심이 있었는데..모네 그림 이어서..멀리서 보면..정말 똑같았다..가까이서 봐도..똑같았고..ㅋ

 나름 눈요기를 잘했다. 몇 번..경고 센서가 울려서 짜증나긴 했지만..대체적으로..아주 만족한 관람이었다. 나중에 미술 전공자가 아닌 사람과 와서..도슨트 해줘야겠다..열라 아는체 하면서..ㅋ 현대미술은 도슨트가 어불성설 이지만..코미디 차원에서.. 또 주차한 차가 나갈때..전혀 주차비 같은거 받는 분위기가 아니어서..아주 쿨하고 유유자작하게 나왔다. 서울에 살면서 흔치않은 느낌이다..

 리움에서 좀 더 주택가 쪽으로 걸어내려와.. 바다 식당에서 존슨탕.(부대찌게) 과 칠면조 쏘세지를 먹었다.. 두번째 방문인데..여전히 기가막힌 맛이다.. 예술 감상에 정신 없었던 눈과..마음은. 이제 실존의 에너지원 앞에서..잠시..넋놓고 있었다. 맛의 백지상태에서..즐기는..이 오묘한 맛의 세계..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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