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마무리 하기 전에. 내게 뜻깊은 날은 12월 7일 코디최 선생님의 동시대 문화 연구 수업 종강날 이었다. 그동안의 수업으로 충분히 존경하고 감탄할 만한 분 이었는데. 그날 뒷풀이 자리에서. 내 마음속으로 직접. 스승.(나의 선생님) 이 생겼다는 희열과 긴장속에서 집에 오는 내내. 가슴이 무겁고도. 감격스러웠다. 다른 수업 때보다. 홍대에서의 화요일 저녁 수업에선 본인의 이야기를  많이 하셨었다. 그동안. 부자집안의 등을 엎고 80년대 초반 미국으로 이민가, 치열히 공부해서. 작가와 문화 이론가 로써 나름 문화.예술 권력자라고 생각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선생님만의 고생과. 녹록치 않은 이 사회에서의 갈등. 그리고 좀 씁슬한 가정사 까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여태 배우면서 진정한 선생님. 공부하는 예술가. 학자의 진짜 모습을 봐서 너무나 존경스럽고 자랑스럽지만. 선생님이 얘기하는 이 사회에서 자신은 사회 부적응자가 아니라. 사회 부작용자 라는 말을 하시는 그 심정을 헤아려볼수 있었다. 그 분의 속앓이를 자세히 적을 순 없지만. 아 나라 꼴을 보면.. 그 분의 화병도 짐작이 갈 것이다.

 선생님은 자신이 한평생. 무엇을 위해 노력하고 죽는날까지. 어떤 목표를 가질지가 확실하다. 우리나라의 문화 정체성을 살리는 일.. 그것을 위해서 그토록 열정적으로 강의하고. 몸을 망쳐가며 책을 쓰고, 싸우시는 것이다.
 문화지형도를 36권의 장편소설로 만드는 계약을 했다고 하셨다. 강의 몇년만 더 하시고. 나머지 생을 그 책 쓰는데 보내시겠다고 했다. 왠지 그 이야기를 하면서 50대 초반의 선생님이 너무 노교수의 심정으로 얘기하셔서 안쓰러웠다. 안그래도 그날 수업 말미에. 이혼을 당하셨다고 고백아닌 고백을 하셨는데. 평소 수업중에 부인 이야기를 포함한 가정 이야기를 간간히 하셨었다. 그런데 2004년 뉴욕대 교수를 그만 두고.. 한국으로 들어오면서..혼자 들어오시면서..이혼서류가 날라왔던 모양이다. 10년간 뼈빠지게 노력해서 뉴욕대 교수로 안정을 찾아갈 무렵 느닷없이? 한국행을 택하게 된것도. 우리나라의 문화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란다. 아마 2002년 잠깐 이화여대 교환교수로 왔을때. 대장금을 비롯한 한류 초기 모습을 보시고 6개월 만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오랬동안 흥분해서 잠을 제대로 못잤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가. 젊은 시절. 미국 문화에 대한 환상으로 이민 갔다가. 느낀. 환멸과. 무시당함등..약소국 청년이 느끼는 비애를 뿌리깊게 느껴서 일 것이다.

 그 날 술자리에서 선생님의 말씀은. 내게 바삭 마른 스폰지에 물을 뿌려주는 것과도 같았다. 술을 마시면서 말씀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쫑긋 세웠다. 중년의 사내가 그렇게 감성적으로 풍부하며. 다혈질이면서, 눈빛이 초롱초롱 맑은 빛을 발하는것도. 내겐 귀감이 되었다. 스승의 기운을 받아. 매진하는 삶의 길..누가 뭐라하던.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나다.. 누구누구의 이론이 아니라. 나의 이론. 나의 이야기를 이제부터 조금씩 시작하는 길..


 최근에 다시 나온 20세기 문화 지형도 개정판과. 동시대 문화 지형도. 강의를 위한 교과서 성격이 강하지만. 문화에 대한 개론서로써..출중한 책. 꼭 20세기 문화 지형도 먼저 읽어야 한다.

 나는 이 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스승을 마음에 새기고, 스승의 길을 따라가고픈, 그래서 스승의 뜻을 이어서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이 되는 그 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

 

"20세기 문화지형도"를 읽으신 분들은 "동시대문화지형도" 읽으신다면, 문화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마무리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2004년 초 쓰기 시작했던 "20세기 문화지형도"를 3년반만에 마치면서,

"동시대문화지형도"는 조금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역시 3년8개월 가량 시간이 걸렸습니다.

왜 이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가는 두 책 내용 모두가 저의 의견보다는 서양 문화의 변천사와 연구의 기록들을 정리하는 것이다보니, 잘못된 정보를 드리지 않기 위해 다시 찾아보고, 기록들을 검증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으며, 흩어져 있던 기록들과 정보들을 하나의 틀로 정리하려고 하니, 구성하는 일이 쉽지 않아 여러번의 시도를 하면서 수십차례 교정을 해야 만 했습니다. 구차한 변명이지만, 그리하여 시간이 오래 걸렸군요. 송구 합니다.

 

"20세기 문화 지형도"가 20세기의 역사의 변화에 따른 서양의 새로운 문화의 변천사와 우리의 관계를 서술했다면,

"동시대문화지형도"는 그러한 변화와 새로운 문화의 출생 속에서 고민하던 서구의 학자들이 문화연구의 필요성을 통감하여

문화연구의 학술적 방법을 찾아가며 정당화시켜가는 과정과 서구의 몇몇 중요한 나라들의 문화연구의 차이점을 정리해 놓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제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책을 통해 서구학자들의 문화연구 발전 과정을 이해하게 되어,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서구의 문화연구를 흉내내는 것으로 만족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연구의 현실을 통감하고,

우리만의 문화연구의 방법론을 각자의 위치에서 찾아 보시게 되길 소망합니다.

 

따라서 이책에 정리 된 기록들은 우리에 앞서 문화연구의 방법론을 찾아 낸 서구의 모습들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서양의 문화연구틀로 5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문화를 제단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만의 문화 연구 방법론을 찾아기가 위한 하나의 비교 대상, 본보기 혹은 이정표가 될 수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간혹 제게 우리문화연구를 위한 대안을 물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솔직히, 아직 본인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서구의 문화의 변천사와 연구방법을  이해하게 되면서, 우리의 현실의 문화적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 한다는 것은 대안이 그 뒤에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뜻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두, 건강한 한 해를 마무리 하시고, 뜻깊은 새해가 되식를 기원하며...

2010.12.25. 코디최

사진 : 안상수 선생님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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