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공원 소마 미술관에서 하는 키스 해링 전시를 볼 약속에 앞서, 바로 옆, 한미약품 건물 20층에서 하는 워커 에반스 사진전을 보았습니다. 그다지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나, 간만에 올림픽 공원 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가 내심 찜찜해, 키스 해링 전시의 오프닝 겪으로 미리 보았죠..

 다른 예술 장르에 비해 사진 예술의 역사는 매우 짧죠. 170 여년의 사진의 역사에 비춰, 사진이 예술로써 가치가 상승하게 된 계기는 얼마 되지 않으며, 그것도 정크 포스트모던 미술의 혼란기 에, 미술 작품 거래의 대용품으로 사진이 미술시장에서 거래가 되면서 부터 소위 예술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게 됩니다.

 1900년대 초반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사진을 시작으로 사진만의 표현, 사진적 예술의 가능성을 견지했고, 곧 사진만의 정밀한 묘사성을 바탕으로한, 다큐멘터리 사진이 세상의 눈의 되었죠. 워커 에반스는 그 다큐멘타리 사진의 시작을 대표하는 사진가 입니다.

사진을 사회의 기록 이라는 측면에서 보지 않고 개인의 표현, 예술 표현의 한 장르라고 본, 워커 에반스 와는 대척점임 만 레이가 있지만, 이 당시(1930) 사진의 주요한 기능은 다큐멘터리. ( 말 그대로 기록성 ) 에 있었습니다. 

 유럽으로 가면, 사회의 모든 직업, 인물 군상들을 유형화해 (아카이벌./ 도서관의 색인 자료 만들듯이.) 찍은 아구스트 잔더 란 사진가 가 있었고, 파리의 골목골목을 기록한 (원래 목적은 삽화가들에 팔려고 찍은 사진 이었지만. 그 후, 새벽의 고요한 파리 모습이나. 쇼윈도의 모습이 초현실적으로 보여, 그 당시, 다다와 초현실주의에 의해 각광을 받고. 더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유진 앗제가 있었지요.

 그리고 미국의 대 공황기. (1930년대.) 미국농업안정국 FSA 란 곳에서 미국의 피폐한 농촌 현실을 알고자 사진가들을 고용해..찍은 사진들이, 이 전시회의 주가 된 워커 에반스사진전 입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효시격이죠. 워커 에반스 말고도 여러 사진가들이 작업에 고용되었는데, 그 중 유명한 도로시아 랭의 척박한 사진이 유명하고, 아래 옆. 이주민 어머니 / (다큐멘터리의 진실성에 대해서 많이 화자됐었죠.)



 사진의 예술성? 보다는 (고사하고)  정부에서 공문서 만들듯, 그렇게 (다큐멘터리) 사진은 모더니즘의  총아 같은 근현대 문명의 대표적 유산이죠, ( 제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다 아시다시피, 디지털 세상이니까요. 흑백 은염 사진은 이제 시대의 유물로 사라졌고. 지고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어쩜 이 전시는 의의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현대의 디지털 문화에서 인쇄도 아닌 진짜. 작가의 오리지널 흑백은염 사진들을 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삶의 진솔한 기록들이 이제는 예술적 지위에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감동을 줍니다. 돌아갈수 없는 생생한 시간의 흔적이 현재의 우리에게 울림을 줍니다.

 그 후, 1950년대에 들어서야. (양차세계대전 후) 다큐멘터리 사진은 진화하게 됩니다. 사회적, 전쟁 고발 사진으로써의 역할은 인간의 내면성에 촛점을 맞춰지게 됩니다. 세계 대전을 치르는 동안, 인간성은 말살되었고, 예술가들은 모던니즘이 이룬 이 끔직한 전쟁을 반성하고 인간성에 대한 실존적.개인적 자각을 하게 됩니다. 에드워드 스타이켄의 대규모 사진 회고전 ' 인간 가족전'은 그러한 의도로 기획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대단한 파장과 성공을 이루게 됩니다. 그리고 사진사에 가장 중요한 사진집인 로버트 프랭크의 ' 미국인들 '이 발표됩니다.

 로버트 프랭크의 ' 미국인들 '은 내면의 심상이 농축된 다큐멘터리 사진 이었습니다. 이전의 사진과는 느낌이 다른 한편 한편의 시 였고, 전후, 겉으로는 경제적 풍요속의 미국을, 그 이면의 아주 적나라한 실상을 시적으로? 드러내었죠. 사진이 예술로써 발돋움하게 되는 디딤돌을 놓았다고 할까요. 기록으로써만의 사진이 아니라, 내면의 심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사진적 표현의 전환점을 이룬 사건이었습니다.

 사실 위에쓴 사진 역사적 사실은 학자들과, 역사가 그랬다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누구의 말이 아닌, 자신이 직접 감상하고, 느껴보는 것이겠죠.. 10년전 제가 ' 미국인들 '을 처음 보았을때, 별로라고, 못찍은 사진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몇년 후 다시 보았을때, 첫 느낌과는 달랐고. 또 몇년 후, 사진이 서서히 다가왔죠. 아주 가끔 볼때마다, 울림이 다르더군요..

 워커 에반스의 사진에서도, 개인의 심상은 느껴집니다. 아무리 다큐멘터리 사진이라도. 사진가가 어떤 빛과 공기에서, 피사체를 선택하고. 구도를 잡고. 현상, 인화 하는 모든 선택의 과정이 개인에서 이루어 지는 것이니까. 사진이라는 차가운 매체에도, 개인의 내면성은 뭍어납니다. 그리고 이제는 시대적 유물로써, 다큐멘터리 사진의 예술적 가치는 점점 높아 갈 것입니다. 시간을 머금은 흑백 은염 사진의 촉촉한 공기감은 한 번 느껴볼만 합니다. 다만 사이즈가 작습니다. 8x10 inch 이하..

 사실 이 전시 이후, 곧 바로 본 키스 해링 전시의 천진난만함과 재미에 워커 에반스의 흑백 사진은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위의 도로시아 랭 사진이나..아래의 워커 에반스 사진이나..하지만 좀 더 많은 사진을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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