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참 이쁘다. 마음(생명)을 가지게 된 공기인형(섹스대용품) 배두나./ 이 아침 햇빛속 창가의 물방울이 손에 닿은 감촉을 느끼며 내뱉은 첫 말이 '키레이' 이쁘다 였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마음도 이쁘다를 연발했다. 영화의 빛, 역광으로 인한 오로라가 맺힌 부서질듯한 빛이 이뻣고, 섬세한 카메라 무빙샷(Dolly Shot)과 색감은 물론. 배두나의 머리스타일과..옷들은 내가 여자가 되고 싶을 정도로 이뻣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그리는 사랑의 마음이 너무 이쁘다. 후~하며 사랑의 마음을 불어내는온기는 생명을 전달한다. 마지막에 배두나가 불어내는 사랑의 바람은 상처받고 외로운 모든 이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된다.. 생명의 씨앗이 자기도 모르게 가슴속에 자리잡고. 한 줄기 아침 햇살은 그것을 깨운다. 세상을 향해 무심코 '키레이'라고 내뱉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쁘다. 그렇게 사랑은 이어진다. 내 호홉을 다해, 사랑은 타인에게 심어진다. 


 이 영화는 개인주의가 고착되 각자의 섬이 된 사회의 일면. 개인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의 처음. 인형에게 사람처럼 대하며, 말하고 섹스하고 씻기며 대화하는 장면은 은근히 충격적이다. 마음을 가지게 되면 아프다는거, 마음의 마주침은 서로 피곤하다는 것은 개인의 고립으로 이어지고, 이런 지극히 병적인 개인의 내면을 만들어냈다. 각자의 섬에 갇혀 마음이 비워진 현대인(일본사회)의 슬픈 내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생명은 혼자서는 채울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 꽃도 암술과 수술만으로 부족하고 곤충이나 바람이 있어야 수정이 된다. 생명은 빈 공간을 가지고 있고, 그 공간은 다른 사람만이 채울 수 있다. 아마 세상은 이런 사람들의 총합. 하지만 우리는 서로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은 알게 모르게 조각나는 것과 함께 무관심으로 있는 관계.가끔은 역겨워하는 생각도 용서되는 관계.세상이 불안정하게 만들어진건 왜일까? 꽃이 피어 있다. 가까운 곳에 곤충의 모습을 한 타인이 빛을 좇아 날아 다닌다. 나도 어떤 때는 누구를 위한 곤충이었을까? 당신도 어느 때는 나를 위한 바람이었을 지도 모른다." 

 공원에서 만난 노인과 대화를 나누다 시를 듣게 되는데. 곧이어 이어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 모습의 몽타지 화면이 흐르면서 배두나의 나레이션으로 읊는다. 대단히 잘된 연출이다. 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하면서도, 관객과 공감과 위로를 주고받는 듯한 효과다. 이 몽타지 화면 씬의 처음 장면이 자전거바퀴에 공기 펌프로 바람을 집어 넣는 남자 모습인데. 사소한 장면 같아도..다음 씬의 중요한 복선 같은게 된다.


 배두나가 일하는 DVD 대여점. 실수로 팔뚝이 찢어져 그녀는 바닥에 쓰러져 공기가 빠지며 몸이 수축된다. 배두나가 첫눈에 반한 남자 알바는 그것에 놀라지만, 재빨리 스카치 테이프로 팔뚝을 봉합하고 배꼽의 노즐을 입에 대고 공기(생명)(사랑)를 불어넣어준다. 배두나는 오르*즘을 느끼는듯 다 채워지자 서로를 껴안는다. 이 장면. 대단히 아름답다. 어느 영화의 섹스씬 보다도 독특하고 아름답고.마음이 전해진다.
 사랑하는 남자의 공기가 자신의 몸을 채운 배두나는 평소 자기 혼자 펌프로 공기를 채우는 기구를 버린다. ( 배두나 혼자 나체로 공기 채우는 이전의 장면도 너무 이뻣다.)
 이 사랑의 방식, 공기인형과 인간의 사랑은 후반부에 대단한 오류를 일으키게 되지만. 어긋나는 사랑의 방식을 넘어서 그 진정한 마음만은 아름답다.

 그리고 이어지는사랑에 겨운 배두나의 모습들..비틀즈의 스토베리필즈 포에버에 나오는 오르간 소리와 비슷한 음악이 흐르면서 아름다운 몽타지 화면들이 흐른다. 

 배두나란 배우는 참 개성있는 얼굴이고, 자신의 분위기에 맞게 참 연기를 잘 한다. 뉴욕에 있을때 우연히 거리에서 보게 되었는데. 생각했던것 보다 키와 몸이 커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녀의 얼굴은 길거리에서 배두나를 닮은 사람인가? 긴가민가 하는 상황이 아니라..딱 보자마자 아 배두나 란 말이 바로 튀어나오는, 그런 얼굴을 가졌다. 나같이 누굴 닮았단 말을 많이 듣는 얼굴 보다는 확실한 개성을 가진 얼굴이 좋다. 노출씬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대단히 아름다운 연기와 화면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가진다는건 가슴을 아프게 한다는걸 배두나는 깨우친다. 고립된 사람의 마음에 상처받고,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진 공방에 찾아가, 주인에게 첫 말을 '타다이마' 다녀왔습니다 라고 말한다. 그 곳에서 그녀의 본질(다른 사람의 대신,대용)을 깨닫고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뭐든지 해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의 방식,교환은 어쩔수 없는 파국을 맞는다. 이 남자의 사랑은 상대에 대한 섬세한 배려에서 비롯되었지만 순진한 배두나는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려다. 그녀의 바람을 그에게 채우질 못한다.

 대단히 독특한 에로틱함이 흐른다. 또다른 독특한 사랑이야기 였던 스웨덴 영화 '렛미인'이 생각났다. 공포스런 장면이 두려워서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지만. 이 영화와 비교해 봐야겠다.
 타인과의 사랑. 진정한 소통은 무엇인가. 그게 가능한 일이기나 한 것인가.. 그러나 한 줄기 마음의 바람은 자신도 모르게 심어진다. 첫 눈에 반한다는 것도 그렇고, 어느날 아침 햇살의 싱그러운 공기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키레이' 라고 말하는 그 순간 삶은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
 누군가를 알아서 사랑한다는 것은 이기적 거래일수 있다.사랑은 한 순간에 모든게 열리는 것이다. 모든 분별을 넘어서..

 카메라의 섬세한 움직임들은 영화의 차분한 리듬을 유지시킨다. 또 소품들과 미장센의 효과도 크다. 빈병이나..바람개비. 종소리, 꽃 등은 중요한 메타포 이다. 아무튼 이 영화 극장에서 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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