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여기저기서 반값 할인 도서를 많이 사들였다. 그 시발은 11번가 도서 할인 행사 였는데, 할인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책들이 수두룩했다. 눈에 보이는 대로 담다보니 36만원어치, 주문했다가, 곧 취소하고 엄선해서 10만원어치만 골라 담았다. 구입한 책은 바로 안 읽는것임에도 선별한 책들은 소장하거나 선물을 해도 좋은 것들이었다. 이 책 '나의 사랑, 백남준'은 용산의 대형 서점에서 반 값 할인코너에서 구입했다. 책을 고를때, 꽤 기뻐했었다. 사람과의 만남뿐이겠는가. 우연한 책과의 만남도 큰 행복이다. 더욱이 신간이 아닌 이런 구석진 특가 코너 같은데서의 만남은. 


 88올림픽을 기억하는 우리 세대에선 백남준은 너무나 유명한 예술가이다. 요즘 학생들은 그를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던데, 아마 예술을 공부하지 않는, 일반 젊은 대중들은 그런듯하다. 어쨌거나 그는 뉴욕과 유럽을 거점으로 예술 활동을 한 인물이고, 플럭서스 운동의 일원이자,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이다. 그가 얼마나 위대한 예술가 인지는 이젠 개인의 판단의 몫이다. 우리 세대에선 미디어에서 과도하게 한국인으로써 세계적인 거장 하며, 대대적으로 그 위상?을 알렸다. 사실 태생만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호돌갑을 떤 감이 많은것 같다. 서구의 문화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어떤 열등감의 심한 발로 처럼 느껴진다. 문화 사대주의. 식민주의 와 속물근성까지 복잡하게 어우러져 박세리나, 김연아 등등에 너무 과도한 영웅을 부과하는게 아닌가. 국가의 척도가 문화의 다양성과 깊이에 있다면, 그런게 만무하니, 아주 간혹 몇몇 영웅들이 그렇게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리면, 그렇게 성화를 하는지도. 그들이 한국인으로써 자랑스럽다.? 국가 이미지가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올라가나 ? 어불성설이다. 싸이가 한국인이래서 자랑스럽나.? 모르겠다. 분명 국가 이미지는 그렇게 해서 올라가는게 아닐 것이다. 몇몇 유명인의 국적이 뭐 그리 대단한지...한국의 기상이 어쩌고 저쩌고...


 백남준은 현대 예술이 뭔지도 모르는 사라들에게 무작정,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라며 꽤나  조지 오웰이 염려한대로 알려졌다. 어릴적, TV에서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어렴풋 보았다. 열과 성을 다해 80년대의 굵직한 스포츠 행사를 발판으로 서양의 문화들이 들어오며, 백남준도 그렇게 대대적으로 소개되었다. 그는 마치 한국산 쇠고기 패티로 만든 맥도날드 햄버거 같은 꼴이었다. 뭣도 모르고 우리는 자랑스런 백남준을 얻게 되었다. 


 이 책은 그의 부인인 구보타 시게코 씨의 입으로 백남준의 삶과, 그들의 사랑을 이야기 해준다. 한국인 공동 저자를 통해서 인지, 문체가 매우 자연스럽고, 내용도 흥미로워 단숨에 읽힌다. 미디어에 의해 거대하게 부풀려진 위대한 예술가의 삶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백남준은 참 축복받은 인간이었다. 다른게 아니라, 너무나 부인을 잘 만났다. 처음 만남 부터 죽고 나서도, 그녀의 헌신적이고 한결같은 사랑은 이런 생각을 들게 했다. 한 여자에게 평생 이런 사랑을 받을 남자라면, 그는 정말 훌륭한 삶을 산 예술가 이다. 그녀 자신도 유명한 예술가여서, 당시 플럭서스 운동의 내막 같을걸 사심없이 들을수 있었다. 마키우나스와 소호 이야기도 재미있고, 백남준의 뇌졸증 투병중에, 아들같이 헌신적인 교류를 했던 이에게 싹 다 털린 이야기 등등등.. 미디어에 과대하게 부풀려진 한 예술가의 진짜 삶의 면면을 들려다 볼 수 있었다. 갑부집 도련님이었지만, 예술을 하면서 되게 가난하게 생활을 유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선택받은 자의 예술놀음 같은, 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게 되었다. 


 용인에 백남준 아트센터가 있다던데, 조만간 거기나 가봐야겠다. 아무튼 대단한 예술가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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