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벡 이라는 만화가 있었다. 나는 몇몇 만화 빼고는 만화에 지속적인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잘 몰랐는데, 어느날. 친구가 전기 기타를 갑자기 샀다. 또 주변의 지인 중에 음악에 큰 관심이 없던 분이 펜더 텔레캐스터 전기 기타를 샀다. 이게 뭔일인가 싶어 뒷배경을 들어보니. 벡 이라는 일본 만화의 영향이 컸다.

 그 만화는 록 밴드를 하는 내용이었다. 만화를 통해서 음악을 상상하고. 꿈을 키우는 주인공의 노력에 많은 공감이 되었나 보다..

 그래서 다들..이 만화의 주인공처럼. 노란색 텔레캐스터 전기 기타를 샀다...주인공 처럼 손가락 끝의 아픔을 무릅쓰고 일주일간은 노력해 보지만, 대부분 기타는 방구석에 쳐박혀, 장작이 되어버리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만화에 이어 시리즈 애니메이션 까지 제작되었다. 둘 다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이상하게도..손이 안 갔다. 분명 내가 매우 좋아하는 록 밴드를 하는 이야기 였지만..일본 특유의 오타쿠적 감성이 싫었는지..너무 판타지성이라 생각했는지..흥미가 없었다.

 그러다 내게 더욱 친숙한 영화라는 장르로 개봉했는데. 나중에서야 다운받아 보았다.

 영화는 이미 만화와 애니로 히트를 친 작품답게. 제작비를 많이 들여 신경쓴 작품이었다. 만화와 애니를 안봤기 때문에 온전히 영화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긴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한 편의 영화에 밴드내의 갈등상황에 대한 연출이 미흡하단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과.. 기타리스트와 여동생의 사연들이..다루어 지지만. 좀 산만하고 겉돈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주인공이 노래 부를때 마다. 반주만 나오고 몽환적인 편집으로 무음으로 처리하는데. 처음엔 이게 뭔가 싶기도 하고 생뚱맞게 느껴지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관객의 상상에 맡겨두는. 전략인것 같다. 어느 누구의 노래던..개인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거니까..

 영화의 오프닝과 중간 부분에 레드핫 칠리 페퍼스의 음악이 나오고 마지막 엔딩에선..오아시스의 돈 룩 백 인 앵거가 흘러 나온다. 매우 탁월한 선택이고, 오리지널 노래가 영화에 흘러나온다는 것은 감동적 이었다.

 이 원작의 제목인 Beck 은 90년대에 천재 뮤지션이라 불리던..뮤지션 벡에서 따온듯 싶다. (옆사진) 지금도..다재 다능한 천재 소리 듣긴 하지만. 90년대 얼터너티브 록 시대에 혜성같이 나타나..루저 를 부르던 그의 모습에서..어떤 영감을 받았지 않나 싶다.
 외소한 체격에 연약한듯 보이는 창백한 백인 벡의 모습과.. 주인공 유키오의 모습이 겹쳐졌다. 혹은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의 모습..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주인공이 일하는 아르바이트 업체 사장이.. 수영복 입고.(수영모자와 안경까지 쓰고 ) 다양한 기타를 번갈아 들며 명곡들의 리프를 연주하는 장면이었다. 기타중의 기타..그레치의 화이트 팰콘을 든 모습은 그의 차림새와는 심각한 부조화였다. 그 기타의 뽀대는 존 프루시안테가 최고다. 
 

 기타와 음악이 주제인 영화여서 재미있게 보았지만..영화로서의 재미와 감동은 별로 받지 못했다. 

 덕분에, 영화에서 갈등과 긴장을 조성하게 되는 루씰이라고 불리는 깁슨 레스폴 기타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다.

역시 전기 기타에선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와. 깁슨 레스폴은 영원한 진리이다.

 나는 이미 손가락 끝이 아퍼서 고군분투하는 단계는 넘어섰기 때문에 기타가 장작이 될 일은 없지만. 영화속 수영복 입고 기타치는 사장처럼..될까..걱정이 되기도 한다. 기타가 삶의 상처를 위로해 줬다는 그의 말에 공감했기 때문에..

 이 영화와는 상관없는 실제 벡의 음악을 감상해 보자.. Beck - Lost Cause


 이 노래를 듣다보면 가수의 가창력이 중요하단 생각이 안 든다. 노래의 기술이 중요한게 아니라..음악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요즘의 가요계에선 그 기술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것 같다. 본질은 포장하지 않았을때 나오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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