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히게 뛰어난 작품이었다. 신들린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와 런던,바로셀로나,파리,로마에서의 영화를 마치고, 다시 자신의 본고장 뉴욕으로 돌아온 우디 앨런 감독은 커리어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너무 단정적으로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정말 그렇다. 우디 앨런은 켄 로치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만큼 존경한 감독은 아니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서 존경까진 아니더라도, 현재 활동하는 최고의 영화 감독이라 생각된다.


 어느 블로거님의 표현이지만, 심각한 드라마와 경쾌한 코미미가 공존하는 신기한 순간을 경험할 것이다. 란 말이 너무 정확하다. 우디 앨런 특유의 블랙 코미디적 재능이 얄미운 배경음악과 함께 황망한 재미를 준다. 


 한 여자 인생의 몰락을 그리고 있는데, 꼭 된장녀들에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돈의 거품에 기대어 허우적대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날린다.

 재스민의 불행의 시작은 대학시절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진짜 공부를 한게 아니라, 파란눈 금발머리의 우월한 유전자로 남자의 선택에 의탁해, 자신의 진정한 삶을 저버린게 문제다. 남편의 부도덕한 경제력에 방관하고, 남들처럼 치열하게 살지 못한 삶은 파국 앞에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모르고 끝없이 좋았던 시절과 현재를 비교하며 자신이 만든 나락으로 떨어진다. 결국, 혼잣말을 하게 되고, 미쳐버리거나, 자살하거나. 하지만 영화가 전개되는 과정은 우디 앨런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 재능으로 실상의 대책없는 우울이 아니라, 그런 상황을 넌지시 농까듯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입양된 두 자매의 삶은 모든게 이항대립적으로 펼쳐진다. 동생이 말했듯, 재스민은 우월한 유전자 였고, 금발과 흑발의 차이 만큼. 두 남매에 관계된 모든 것인, 사는 곳. 인종. 말의 억양과 톤. 직업. 의 계층적 차이를 풍자적으로 선명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그렇게 명품옷과. 가방으로 치장해도. 개털된 현실의 삶 앞에서 겨드랑이가 흥건하고, 이마에 땀이 번질거리는 재스민은 자신을 직시하지 못하고, 또다시 자신의 곤경을 타개할 남자를 찾아 거짓으로 치장한다. (이런 과정들에서 씁쓸한 웃음을 주지만 그마저도 산통) 


 진짜 불행의 감정은 과거의 좋았던 기억과. 현재 삶 과의 간극이 클수록 고통이라 한다. 그래서 돈이던, 명성이던. 높이 올랐던 사람은 행복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한다. 남편(알렉 볼드윈)의 사업은 2008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대표되는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업의 파렴치한 탐욕과 파산을 묘사하고 있다. 영화에서 여러차례 언급되는데, 가난한 자들의 돈을 제 돈 인양 펑펑 굴리다 망한 파렴치한 사기꾼. 남자에게 돈이 많은 것은 그만큼 여자를 누릴 수 있는 욕망과, 유혹이 산재하다는 것이고, 남편의 모든일에 방관하던 재스민이 그 사실을 알고, 정말 우매하게도 남편에게 단죄를 내린게 결국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인지도 모른다. 


 남의 돈으로 호의호식하며 갖은 교양 다 떨며 남 무시하던 그녀는 몰락한 현실을 인정 못한다. 빈털털임에도 예전 습관대로 비행기 1등석을 타며 제정신 못차리는, 재스민을 보자니 한편으론 쌤통이다란 기분이 어지간히 든다. 점점 신경쇠약으로 미쳐가는 그녀의 모습은 잔인해 보일 정도로 뜨악한 심정이 든다. 하지만 이것은 영화속 남의 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탐욕의 허영어린 결과임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모두 돈이 가진 욕망의 탐욕에 놀아날 수 있다는 것을.  


 그렇다고, 재스민과 대립적인 동생의 삶도 좋아보이진 않는다. 남자들에게 정흘리면서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는,,,그런 반면. 재스민의 아들은 재스민과는 다르게, 다 떨쳐버리고 새롭게 자신의 삶을 개척했다. 찾아 온 재스민에게 비수어린 말을 내뱉고 그녀는 망연자실한다. 이런 재스민을 연기하는 케이트 블란쳇은 정말 연기가 오금이 저린다. 불안정한 심리가 눈으로 순간순간 표출되는데,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은 따논 당상..


 우디 앨런의 뉴욕으로의 귀환이 매우 반갑다. 정말 의미있고 재밌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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