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을 생각해보니, 너무나 알차게 놀았다. 잘 놀아서 주중에 계속 아무생각없이 놀고픈 마음이 굴뚝이었다. 이것도 잠깐이지만 놀기에 너무 좋은 날씨다. 누구 말마따나 봄,가을이 없어지고, 덥고 졸라 덥거나, 춥고 졸라 추운날씨 만으로 변해가는 기후에 원통해 하며 오늘을 즐긴다. 




 자전거를 타고 인천 아라뱃길을 달렸다. 위 사진은 돌아가는 길에, 한강과 아라뱃길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 길을 달리면. 자전거로 서울에서 인천까지 채 2시간이 안걸려 당도한다. 여차하면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 먹고 월미도에서 바람쐬다 올 수 있는.


 요즘 아웃도어 활동을 많이 해서인지 식욕이 왕성해졌다. 많이 먹고 보자는 심리는 이기심의 발로인가. 식탐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야외 활동을 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크나큰 행복이다. 우리가 가게된 식당은 묵밥, 칼국수 집이었는데, 메인 메뉴 나오기전 주문한 만두, 해물파전은 맛이 황홀했다. 우연히 찾아 들어간 검암역 근처의 이 식당은 실로 맛집이었다. 맥주까지 곁들여 애피타이저, 메인 디쉬를 먹은샘인데, 일인당 만원정도였다. 그리고선 옆에 있는 커피숍에서 디저트 까지, 6명이 주문했는데, 차 가격이 만원이 안 넘었다. 에스프레소 더블이 1500원 이었나. 


 서울과 비교해서 밥과 커피 가격의 체감물가가 어마어마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고, 나름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소비를 소박하게 해서 기분이 좋았다. 우린 마트에서 캔맥주를 사들고, 오다가 목격한 그것을 감상하러 다시 발길을 돌렸다. 절로 신이 났다. 자전거를 타고 이렇게 외곽으로 나오는 것도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 드는데, 하릴없이 그것을 구경하려자니 설레였다. (여지없는 한량의 자세)ㅎ


 나, 아니 우리를 설레게한 것은 아래 영상이다. 광각렌즈래서 실제보다 멀리 보이게 찍히는데, 실제는 바로 머리위로 순식간에 꽤 큰 제트 엔진 굉음을 내며 지나간다. 



 바로 뒤에 있는 김포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는 비행기들을 보며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감탄했고 신나했다. 서른 중반과 나이 마흔의 사내들은 흥분으로 도취되었다. 영상으로는 못 전달되는 크고 강렬한  것들의 기운이었다. 당시 영암에서 열리고 있는 F1 자동차 경주가 부럽지 않았다. 밤에 열리게 될 불꽃축제보다 장관이었다. 


 비행기는 우리의 꿈을 대리한다. 낯선 세계에의 동경과 여행의 기대는 무수히 뜨고 내리는 비행기들의 연료이다. 

 




 2002년에 방영했던 명작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에서, 이나영과 양동근이 공항으로 데이트 가던 장면이 생각난다. 공항버스를 타고 와서 그냥 로비의 벤치에 앉아서 우리 데이트 너무 잘하는거 같다고 순수하게 자화자찬 한다. 그게 다다. 아 얼마나 낭만적이었는지.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커플은 돈이 없어서 한명만 미술관 관람을 하고, 밖에서 기다린 애인에게 그 느낌을 전달했다고 한다. 번갈아 가면서. 너무나 가난하지만 오히려 그들의 돈독한 애정은 낭만적으로 만든다. 


 나는 이곳에서 이 짜릿한 순간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낭만적인 데이트일거라고 생각한다. 비행기에 내포된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상상의 나래를 한껏 가슴에 담아 서로에게 펼쳐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흥분을 같이 만끽하려면 나이가 어려야 될지도 모른다. 마음이 순수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어디서건 여행의 설레임을 느낄 것이다. 한라산의 정취도 느껴지고, 하네다씨와 아키코씨의 야릇한 눈빛도 감지된다. 서로의 상상을 탐하는 일이 진짜 데이트 일 것이다. 


 우린 저멀리 햇빛에 반짝이는 작은 점을 발견한다. 정해진 항로를 찾아 일직선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작은 은빛 점이 어느 순간 거대한 쇳덩이로 변해 머리위를 순식간에 지나간다. 백년 과학의 역사가 함축된 비행기. 시간의 역사와 갖가지 여행의 사연을 가득 품은, 땅으로의 귀환을 환영한다. 




 돈이 없어서 이성을 만나 데이트할 엄두를 못낸다는 젊은 학생들에게 권한다. 자연속에서 돈 안드는 싱싱한 우연을 건져올리라고. 이날 여의도에 불꽃축제로 10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는데, 안양천에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러구선 이 행사의 후기들을 듣게 되었는데, 다양한 사건,사고가 공공의 질서와 양심을 헤쳤다는 이야기. 


 신도림 근방에 다다르자. 신비로운 색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이내 사그러들 아름다운 노을에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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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휴의 마지막날, 고요한 동네의 나른한 오후의 햇살 속에서 일주일 전의 짧은 여행을 기억해본다. 내게 있어서 여행의 목적이라 함은, 거창하게 말한다면 삶에의 입지(뜻을 세움)을 의미한다. 일상에 찌들어서 내 본질을 망각해온 시간들에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다. 넌 어떻게 살꺼야? 라고 또다른 자아의 내가 다그치듯 물어보는 것이다. 사실 이번 여행은 혼란속에서 어떤 끄트머리를 잡고자 하는 심정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수긍하고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고자하는 다짐에 기반되었다. 씩씩한 발걸음의 즐거운 의지였다.

 여행의 진정한 백미는 짐을 꾸려 대문밖을 나서는 순간인가? 돌아올 기약없이 떠난다면 출가 이겠지만 몇일 후 다시 이 대문으로 들어올 나는 여행의 백미를 만끽하고 있었다. 1년만에 메는 대형배낭은 무게가 적응이 안되어 가슴을 조였지만 탄탄한 다리는 내가 걸을 길의 즐거움을 예고하고 있었다. 역곡역에서 중고 전자사전을 거래하고 공항으로 바로 향했다. 덕분에 배낭의 무게는 조금 증가했지만, 왠지 전자사전 절반의 내용을 이미 안 듯한 즐거운 착각에 기분이 좋았다. 나와 코드로 연결돼 데이터 전송하듯이 쭉 정보가 금새 흘러들어올 우수운 상상을 하면서 공항에 도착해 여행자의 기분을 만끽했다.

 2년전 MT로 제주도를 갈때, 엊그제 같은 기억에, 그 때 가지못해 아쉬웠던 한라산 등산을 목표로하는 여행이었다. 누구나 다 등산을 좋아하지않기에, 오히려 혼자가는 여행이 편하다. 제주도의 일반적인 관광지는 필요없었다. 제주도의 맑은 공기와 깨끗한 햇살만이 내 가슴을 설레이게 했다. 그리고 애들같이 비행기를 타는 설레임만이..

 이스타항공의 비행기는 보잉 767-700 2발 제트 비행기 였다. 제주항공, 한성항공의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 보다가 우람한 제트 엔진을 보니 감격스러웠다. 이륙시에도 출력이 남아도는듯한 충분한 파워를 보여줬다. 비행기 이륙시, 활주로 출발선에 잠시 대기했다 관제탑의 이륙승인이 떨어진후 바로 엔진의 출력을 높여 양력에 의해 확 뜨는 그 순간이 너무 맘에 든다.
비행기에 있어선 최고의 노력의 순간인 것이다. 그 굉음과 바퀴가 지상에서 떨어지는 그 순간, 인류역사의 경이의 순간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이 육중한 쇳덩이가 하늘을 날다니..참 신기하다.

 앞에서 2번째줄 창가 좌석이었기 때문에 비행 한시간내내 창에 코를 박고 밖을 들여다 보았다. 오후의 맑은 날씨 였기 때문에 목동을 거쳐 신도림. 그리고 우리동네, 우리집까지 다 보였다. 완전 라이브 구글 어쓰 였다. 거대한 화석도시 속에서 관악산은 애처로워 보였다. 그래도 몇일전에 갔었던 관악산은 꽤 포근했었다. 하늘에서본 내 삶의 공간은 앙증맞았다. 후~ 하고 입바람을 불면 사라질것같은, 신기루같아 보였다. 지상에 발 닿아 있는 것들의 경이로움도 하늘에서 보기엔 다 헛되 보였다. 수원을 지나면서 구름속을 관통하는 비행기는 거친 망각의 호홉으로 몇번 덜컹되다가, 이내 구름위, 파란하늘을 부드러이 활공하고 있었다. 
 
이 비행기안에서의 실존은 나와 음료를 갖다주는 이쁜 스튜디어스였다. 기억은 안 나지만 올 때, 갈 때, 이스타 항공의 승무원들의 미모는 매우 괜찮았고, 또 친절했다. 역시 소비자 평가도 1위 다웠다. 사실 승무원들의 외모를 평가하는것은, 매우 외모지상주의의 남성적인 편협한 시각일수 있곘지만, 좁은공간에서 한정된 시간을 버티는 것은 그들의 밝고 이쁜 외모와 청량한 목소리일 뿐이다. 예전에 AA (어메리칸 에어라인)의 백인 아줌마, 혹은 할머니 스튜어디스의 씩씩한 모습에 충격을 받고, 우리나라 비행기를 타는 것은 적지않게 흐믓하다..ㅋ

 한 시간도 채 안 걸려 바다위에 제주도 땅이 보이니, 참 우리나라 국토가 작다는걸 다시 한번 느낀다. 그 거대하게 느껴졌던 지리산 산 자락도 두 주먹처럼 느껴진다. 착륙에 앞서 잠깐의 불온한 생각들이 스쳐간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부딪힌 비행기안의 사람들도 생각나고,삶과 죽음에 대한 가벼운 묵상속에 어느덧 덜컹 하며 지상에 발을 내린다. 역시 공기가 틀리다. 대한민국의 공기가 아니라 탐라국의 공기인듯, 마치 외국에 온 듯 하다. 배가 매우 고파, 바로 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를 타고 다시 월정리행 버스를 탔다. 50분간의 버스속에서 역시나 제주도민의 가족과의 전화통화를 들었는데, 한국말이 아닌것 같았다. 정말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 다음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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