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아버지는 테레비에서 조용필만 나오면 딴 데 돌리라고 했다. 꼴보기 싫다고.. 그래서 나는 조용필의 노래를 듣고 싶어도 들을 수가 없었다. 이 대단한 가수는 아버지의 질색에 우리 집에서만 풍전박대를 당했다. 80년대 조용필은 테레비만 틀면 나왔으니, 나는 무수히 아버지의 말에 따라 다른 채널을 돌렸다.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아쉬움을 남긴채..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조용필의 노래들을 들으면..생소하게 들린다. 왜 아버지는 그렇게도 조용필을 싫어했을까..가요무대에 나오는 뽕짝이나 구슬픈 옛 노래를 좋아하는 분에게..조용필은 너무나도 양아치 처럼 보였을래나..새로운것..혁신적인것. 평범하지 않은 것을 싫어하는 아버지는 당연히도 80년대의 조용필은 눈에 가시같은, 불편한 외양과 음악이었을 것이다.

 나는 가수다 에 나온 가수들 중에 정엽이란 가수가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처음 본 가수인데, 이상하게도..정말 꼴보기 싫다. 어릴적 아버지의 심정이랄까.. 난 지금도..조용필을 못 보게 한 아버지의 처사가 가끔 원망스러운데.. 정엽이란 가수를 보면서..뭐랄까..조금은 아버지를 이해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명박이 테레비에 나오면 아버지의 조용필 이상으로 열불이 나지만. 대중문화 예술 계통의 사람중에 이렇게 채널을 돌리고 싶을 정도로 비호감은..나조차 의외였다. 위대한 탄생의 방시혁 이란 사람도..그닥 좋은 인상은 아니여서 같은 범주에 들지만..그는 채널을 돌릴 만큼은 아니였다.

 이 가수의 외모가 나한텐 상당히 기분나쁘게 보였다..수염난 남자를 좋게 보는 편인데..그의 수염은 정말.. 노래하는 스타일. 음색..그 낫띵 배터 할때의 그 오금저림..등등..하나같이. 비호감 이었다. 나도 이러고 싶진 않지만..어떤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는건 사실이다..사람과 사람사이에 그냥 싫은걸 인정해야 한다. 나 또한 누구한텐..그냥 싫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슬프더라도..그럴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아는 친한 선배는 윤도현을 극도로 싫어한다. 음악적으로 위선적 태도 때문에.. 나같은 경우는 그가 하는 록 음악 자체가..되게 진부하게(구닥다리 처럼) 들리고..록밴드 치곤 너무 말이 많기 때문에 싫어한다. 반면. 그 프로그램에서 이소라와 김건모를 가장 높게 평가한다. 정말 천생 가수인 그들의 노래는 그냥 꾼 혹은 쟁이라는 말에 가장 근접한것 같다. 이소라가 부른 '바람이 분다' 와 '너에게로 또다시' 는 가슴을 파고들어 감동의 골을 만들었다. 김건모의 그 노력을 동반한 천부적 재능은 딴따라가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비호감이 있을 것이다. 각자의 비호감을 통해서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던. 삶이든, 자신의 가치와 정 반대되는 것들이 비호감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러나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을 수반하는 것을 잊지 말자.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점 집에 관한 단상.  (0) 2011.04.16
삶은 계란  (1) 2011.03.21
1987  (0) 2011.03.05
의미있는 날 이었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은.  (0) 2011.03.02
거리에서의 질문  (0) 2011.02.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