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극장에서 볼려고. 호시탐탐 적당한 시간을 노리고 있었으나..하루 이틀 미뤄지더니.. 결국. 컴퓨터로 보게 되었다. 영화, 혼자 자주 보는 편인데.. 이 영화는 혼자 보면 너무 찌질할 것 같아서..내심 두려웠나 보다. 내가 극장에서 보고 싶었던 이유는..'멋진 하루'를 만든 이윤기 감독이고.. 임수정이 나와서 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타를 끌어안고 보았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기타에 대한 페티시적인.. 변태 같은 느낌이구나..가볍게 암 생각없이 아르페지오 하면서 보았단 말.) 
 
첫 장면부터..자동차 씬.. 그것도 아주 긴.... 두 남녀 주인공을 운전석과 조수석 정면에서 카메라가 시점의 변화 없이. 그들의 대화를 비춘다. 처음부터. 중요한 씬이다. 여자가 남자를 차는 씬이니까.. 그래서 맘에 안 들었다기 보다. 현빈의 연기가.. 딱 연기 같다.. 
 이런 장면에서도..별다른 조명없이 촬영한 것 까지는..괜찮은데.. 촬영용 렉카차에 실려..다른 주행하는 차보다 높아 보이는 게 거슬린다. 10분 정도의 롱 테이크 라면..저런것도 좀 신경 써주지.. 촬영 앵글이 안 바뀌니..꼭 촬영차에 상차해서 촬영할 필요는 없을텐데.. 어쩌면..그냥 마스터 숏을 쭉 찍은걸..편집 과정에서 사용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게 이 영화에 더욱 타당한 것 같고..

 그리고 그들의 사는 공간으로 두 남녀와 카메라가 들어간 이후로..거의 계속 시종일관..답답한 집 안을 벗어나지 않는다. 밖에는 한없이 비가 내린다..감정의 상태가 어떻든 빗소리는 듣기 좋았다. 이내 지루하다와 지루하지 않다가 반복된다.
 인물 내면의 감성에 관객이 이입되기에는..배우들의 연기 내공이. 좀 부족하지 않나 싶다. 이윤기 감독 특유의 섬세함이 있긴 하나. 전통적 영화 문법. 이야기의 구조가..벗어나 있어. 감상자는. 감독의 섬세한 감성의 의도를 캐취하지 못한다.
 5년의 결혼 생활 끝에..그들이 살았던 공간은. 그들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공간의 공기감 자체가..배우들의 짤막한 대화들과 함께 정서적 울림을 준다. 빗소리 또한..그것을 극대화 시킨다. 
 이윤기 감독의 작품들을 보다 보면..공간의 분위기와..빛과 색. 소리등을 아주 섬세하게 잘 잡아낸다. 그래서 극장에서 보려 한 것이었는데..극장에서 보았으면..더 지루했을지..아님..감정에 푹 빠져들어..찔끔거렸을지..모를일이다.

 영상의 주된 톤은 로우키에 매우 서슬퍼런 차가운 톤이다..간혹..백열등 밑의 앰버 톤이 나오는데..이런 영상의 색감을 통해..영화 제목 그대로인..사랑한다..사랑하지 않는다 의 내면의 감성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확실히 이 영화는 이야기 로써 보는 영화가 아니라.. 영상과..소리의 상징과 그 먹먹한 공기감으로 봐야 하는 영화다.

 이 영화를 다 보고나서. 그들의 5년 동안의 결혼 생활에서 왜 임수정이 떠나는지..단지 다른 남자가 생겨서 그런게 아니라..남편(현빈)과의 관계에서..그녀가 느꼈을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초반에 아무런 설명없이..그녀가 뻔뻔하게 이별 통고를 하고..남자는 병신 같이..묵묵히 그런 여자를 배려?하는데..그 후 줄 곧 현빈의 특유의 배려는 ..왜 부인(임수정)이 떠나게 (다른 남자가 생기게) 되었는지 어느 정도 유추가 된다. 빈 틈이 없고..자기 자신이 꽉 차.. 상대가 들어올 틈이 없는 남자 였던 것이다. 상대에게 숨막히게 만드는 그런 사람..마냥 좋기만 한게 좋은게 아니라..상대에게 맞추어 줘야 하는데 그는 너무 틀에 짜여진 사람인듯 싶다. 건축 설계 일을 하다..뭔 일로 바꾸는 모양인데..(자기 자신의 자각./ 이미 늦어버린 깨달음.) 그의 직업이 건축 설계란 점도..그런 그의 성향(문제)을 반영하는듯 하다. 

 이런 식의 다른 영화가 생각나는데..'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다.  메릴 스트립과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걸출한 명작인 이 영화 또한. 처음에 메릴 스트립이 5살 베기 아들과 남편을 남겨 둔채 매정하게 집을 떠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영화가 중간을 넘어갈때 까지..부인이 떠나고 홀로 5살 아들을 키우며 분투히 직장(광고회사)생활 하는 더스틴 호프만에 동정이 가고. 메릴 스트립은..매정한 엄마로 나오는데..그들이 법정 공방을 하면서 점점 드러나는..그들의 부부 생활에서 메릴 스트립이 느꼈을 외로움과 공허를..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결국..마지막엔. 오히려 메릴 스트립에 좀 더 공감이 가면서..결혼에 대한, 삶에 대한 큰 각성을 일으키게 만드는 영화였다. 더스틴 호프만은 일에 미쳐..자신의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사랑이 없었던 것이었다.

 이 영화의 구조 또한 비슷하다..관객들이 많이 놓치겠지만.. 아마도 여자들은 좀 더 공감이 갔을 수도 있겠다. 사람의 관계에선 빈틈이 많아도 문제지만..빈틈이 없어도..더 큰 문제다..서로의 빈틈을 채워 줄 수 있는 관계가.. 진정한 관계의 관건이다.
 차분함과 열정 사이에서..나의 빈틈은 오락가락한다. 떠나는 자는 버림받은 자 보다 더 힘들 수 도 있다. 시작도 안해보고 벌써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영화속 상황이 내 일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너무 슬프다.. 강의 준비도 안하고 주절주절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슬프다..

 기억에 남는 대사.

버릴 건 미련없이 버려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네..(지석)   그거 참 의미심장한 말이네 (영신)
당신 참 나이스 해 ~ 참 좋은 사람이야 ~~ (영신)
괜찮아 ..다 괜찮아 질거야..정말..(영신)


이 영화의 원작은 일본 이노우에 아레노의 소설 " 돌아올 수 없는 고양이"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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