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전율케한 영화로 평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먹먹한 감동에 상영관을 나와서도 한동안 어딘가에 앉아서 내가 발딪고 있는 이 곳, 이 숨결을 고요히 음미했다. 왕년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철학적으로 인간의 존재, 기술미학을 탐구했다면, '그래비티'는 아주 명징하게 혼자 남겨진 자의 근원적 내면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보여준다. 기존 영화의 스토리텔링의 방식이 아닌, 3D 구현된 이미지텔링. 이미지 체험의 효과는 새로운 영화의 지평을 연 느낌이다. 이미 '아바타'에서의 감동도 있었지만. 그런 환타지성 감탄 보다는 이런 리얼리즘에서 오는 체험적 감동은 비할 바가 못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지구 600Km 상공의 대기권 밖 우주에서 본, 지구의 풍광은 그야말로 감탄을 연실 자아내게 했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지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거리. 도시의 불빛들이 또다른 은하수 처럼 펼쳐진 지구는 객체가 객체를 관통하여 저마다의 우주를 간직하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다가왔다. 무중력상태에서 유영하는 우주인의 모습은 보는 내내 아름답기도 하고, 아슬아슬한 긴장감에 몸을 쭈삣거리게도 했다. 한치의 지루할 틈도 없이, 이미지와. 음성. 음향효과에 빠져들었다. 카메라가  우주의 광할함을 보여주는 설정샷에서 주인공의 시점샷으로 자연스레 변화하는 것도 너무 멋지다. 


 보통 남자들이 이 영화에 대해 극찬하는데 반해, 여자들은 남자들보단 반응이 미적지근한 것 같다.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하고, 호불호가 나뉘는데, 시각중심의 사고 방식과, 이야기중심의 내적 구조의 차이에서 감흥의 결과가 다른 것 같다. 또한, 남자들은 (다 그런건 아니지만) 자동차나. 카메라. 오디오의 다양한 버튼, 다이얼에 둘러쌓여 뭔가를 움직여 조정하는 상상을 어릴적. 애니메이션의 영향이나 여타의 배경으로 익숙하고, 선망한다. 우주선안의 콘트롤 패널에 둘러쌓여 어딘가로 이동하는 꿈. 영화 '트랜스포머'를 나이를 불문하고 남자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그런 차이를 불구하고, 누구나 홀로 남겨진. 아니 혼자일수 밖에 없는 인간의 근원적 고독.외로움을 너무나 여실히 체험하게 해주어, 자기안에 숨겨진 존재의 근원에 대해 살짝 닿은 느낌이다. 숨을 쉬고, 두발로 땅을 밞아 내딛은 자의 경이로운 감정이 아름답고도, 너무나 외로운 우주의 절대 공포에서 벗어나 다시 태어난 기쁨을 향유한다. 

 너무나 너무나 벅차다. 저멀리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이나, 자신과 유일하게 대화하며 이끌어준 서로간의 연결고리(끈)가 끊어진 아득함. 희박해가는 산소의 담담한 절박함, 폭발의 파편. 대기권 진입 후, 산과 강의 지구의 모습. 산드라 블록의 너무나 멋진 다리... 영화 '스피드'에서의 징징댐이 아닌 너무나 차분하고 멋진 음성. 


 영화의 진화에 진짜 감동을 엿봤다. 아이맥스 관에서 다시 보고 싶다. 좋아하는 이와 같이 공감,체험 하면 더욱 좋겠지만, 인간의 개별성은 존중해야하는 법. 누구나 자기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이니까. 


 이런 영화 극장 개봉 놓치면 절대 후회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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