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을 정리하면서 작년에 녹음된 소리를 들어보았다. 가공하지 않은 날것의 ambience (공간 분위기) 소리 를 듣는 것은 오래된 사진을 꺼내 보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산을 걷다가. 골목을 지나가다가, 혹은 방안에서 비오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상념에 젖었고, 녹음기를 꺼내 녹음 버튼을 누루고 짧게는 30초 길게는 몇 분을 나는 가만히 숨죽여 녹음되는 소리에 집중했었다. 그 녹음하는 순간은 정념의 상태로, 나를 잊은채 멀두커니 서서 대상의 소리에만 집중했다. 나는 공간의 침입자 였다. 한없는 겸손의 마음으로 그 소리들을 경청했다.

 대상에 완전히 귀 귀울이며 숨죽인 짧은 그 순간이 존재의 모습일 것이다.





도시의 소리에 찌든 사람들에게 자연의 소리는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준다. 의례 있었던 것 이라는 소리의 관성에서 벗어나면, 자연의 소리는 바로 발견되며,  어떤 화음, 음악 보다도 편안한 즐거움을 준다.





도시 일상의 소리 또한 선택되어 녹음된 공간의 소리는 최소한 녹음한 본인 한테는 의미가 있다. 돌아 갈수 없는 그 시간. 그 공간의 기억. 은 이 소리안에 담겨져있다. 소리의 또다른 체험은 그때, 그랬었지 하는 과거 체험을 잠시나마 선사한다. 청각의 상상만으로 나는 회상한다.





비는 콘크리트 바닥과 지붕에 떨어져 톡톡 튀는, 둔탁한 물 방울 소리를 내고, 바람은 나를 휘감어 도저히 섞일 수 없는 마찰의 소리를 낸다. 바람 자체는 소리가 없다. 공간을 점유한 나와 마이크로폰의 덩어리에 부딪혀 스치고 스쳐 어디론가 가버린다. 바람의 짦은 흔적이 내 귓가에 울린다. 그리고 계속 나를 몰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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