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나는 참 로드 무비를 좋아하는 것 같다. 영화를 통한 여행 자체인 로드 무비는 다른 장르의 영화 보다. 길. 혹은 인생의 사유에 좀 더 천착하는 면이 있다. 길의 여정 위에서 만나게 되는 작은 깨달음. 또는 치유. 그런 것에 의해 우리 또한 길 위에 서게 되는 건 아닐까. 

 임순례 감독의 신작인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소와 함께 여행하는 남자의 이야기 이다. 원작 소설을 영화로 각색한거라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화 후반부에..소설에서 영화로 옮겨지는 과정의 어쩔수 없는 한계가 드러나긴 한다. 연출이 튀고 연결이 잘 안되는 문제가 아니라. 영상만으로 표현되는 비약과 상징이. 관객에게 뜬금없이 여겨지기 때문이다.

 초 중반 까지는 스트레이트한 로드 무비의 형식으로 진행되다, 후반부에 이러 이광수의 소설 '꿈' 처럼. 살짝 현실을 넘어간다. 첫번째 꿈 장면이나. 세번째. 절이 불타는 꿈 장면은 꿈 이었다는 것이 확실하나. 두번째 꿈?인. 소를 끌고 서울로 와서 종로에 있는 조계사에서 벌어지는 일은. 좀 애매모호하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기억속 망상의 늪. 혹은 과거의 상처에서 결별하지 못하고 현재를 저당잡힌
마음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일에
있어서. 남자(선호)의 사연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여자(현수)의 등장은. 당연하나. 그 둘. 아니 죽은 피터(현수의 남편) 까지, 그들의 삼각 관계는. 명료하진 않지만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세 남녀 인물들의 관계성은 마치 트뤼포의 영화 '줄앤짐' 같은 사연이 깔려 있는것 같다. 7년만에 만나는 옛 친구와 남편의 상중에. 성적인 관계를 갖으면서, 점점 알려지게 되는 그들의 관계는 삼각관계 속의 배신당한 선호를 볼 수 있고. 공효진 이란 배우의 본연의 오묘한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제일 웃겼던 장면은. 그들이 다시 만나. 술을 먹고 거나하게 취해. 민박집에서 자다 깨. 또 예전의 감성으로 서로 마음을 열고. 애무하다. 갑자기..선호가.." 니가 정말 싫다." 하며 획 돌아설때. " 나도 마찬가지야 이 새끼야." 라며. 현수가 내뱉는 대사들이..정말..코믹했다. 옛 추억과. 현재의 자괴감 속에 그들은 서로 다독이며. 또 감정적으로 다투고 화해 하면서..점점 예전의 좋았던 관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의 줄거리>
40살 노총각. 선호는 귀향해서 부모와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는 사람이다. 장가 못간 아들에게 부모의 시선은 곱지 않고. 그 또한 집 구석에 붙어있기가 힘들어 진다. 아버지의 심한 구박에 못이겨 홧김에 그는 아버지가 애지중지 하는 소를 팔러 나선다. 그러면서. 이 소와 함께하는 선호의 로드무비는. 여러 사람과 만나며 일을 겪에 되는데. 7년 만에 전화가 와 만나게 되는. 옛 연인. 현수 와의 질박한 인연은. 선호의 감정 혹은 자아를 치유? 또는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된다.

 영화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소와 함께 여행하는 이야기 이지만. 소는. 선호를 과거의 상처에 연연하는 망상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는 여행의 동기로써..상징적이며, 불교에서의 심우도.와도 맥락이 닿아있다. 영화속 재밌는 절 이름이었던. 맙소사 를 본인이 불을 내는 꿈은. 선호의 모든 망상을 접겠다는 의지이며. 새로운 출발을 가능케한다. 실제로 맙소가 가 불타는 뉴스 장면에서..선호는 "맙소사!"를 연발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이제는 망각 속에서. 소와 함께 새 출발하는 그들의 모습은. 평화롭고도 애틋하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참. 재밌게 봤다. 제일 큰 이유는 아마도.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력과. 김영필 이란 배우의 신선함..그리고 좋은 발성과 대사의 처리 였던 것 같다. 초반에 술에 취해 개 한테 시를 읊는 장면이나. 아버지한테 툴툴대는 모습이나..참..현실에 와닿는 정감어린 장면들 이었다. 조금은 아쉽지만 좋았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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