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짐 자무쉬의 근작 '리미츠 오브 컨트롤'을 보고 스페인의 풍경에 매료되었었다. 요즘 스페인이 대센가..월드컵도 우승하고.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등이 있고, 무엇보다도, 그 정열과 순수의 태양이 있는 나라 아니던가. 물론 가보진 않았다. 그래 보인다는 것이고. 간접으로도 느껴진다는 것이다. 내 마음의 온도가 변했는지. 예전에는 스코틀랜드나..북유럽의 흐리고 뿌연 안개와 서늘한 날씨를 그리워했는데. 이젠 정반대다. 뜨거운 태양과 강렬한 색상이 좋다. 
 
 이 책은 어제 더위를 피해 읽었던 책 중에 가장 빨리 읽으려다. 글이 순진하고, 소박한 재미의 여행기 래서 그냥 보통 속도로 다 읽어나갔다. 여행기를 잘 읽진 않지만. 이 글은 초반에 저자의 신체적 고통과 아픔이 잘 전해져서. 뭐랄까. 응원하는 마음으로. 차례대로 읽어나갔다. 30살을 맞이한 여자들의 삶의 경험이. 각 세권에서 펼쳐졌지만 개인적으론. 이 책의 저자한테 가장 마음이 간다.

 산티아고. 내가 이 명칭을 들어본게..파올로 코엘류의 소설.'연금술사'에서 들어봤을 것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무튼 파올로 코엘료의 책과 삶에서 처음 들어본 이름이었다. 신간 코너의 책들 중 이 산티아고 가 눈에 들어왔고, 하나를 뽑아들고. 다른 한 책은 표지에 산티아고 길. 이란 글귀가 눈에 들어와. 뽑아들었다. 한 권은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위한. 정보책이었다. 다른 한권은 그 순례길을 여행한 30대 여인의 기행문 이었다. 표지엔 저자가 찍은 본인의 모습이 있는데, 참 착하게 생긴 얼굴이었다. 우리나라 제주 올레길을 만든 어떤 여성분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서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길을 만들고자 제주 올레길을 만들었단 이야기가 기억에 났다. 아 또 생각해보니 코엘류도 이 순례길을 걷고서 뒤늦게 깨우쳐 소설가가 되셨나..잔잔한 수면위에 붕어 꼬리가 살짝 때리듯이 산티아고에 대한. 기억의 상념들이 떠오른다. 산티아고.. 왠지..언젠가 낮설지 않은 명칭이 될 거 같은 예감이 든다.

 저자 역시. 8년전 .'연금술사'의 감동에 산티아고 길을 꿈꾸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지병을 가지고 있는데 한쪽 발목의 극심한 통증이 있어. 오래 걷거나. 오래 서 있지도 못하는 원인 모를 병을 20년째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증상은 있는데. 현대 의학으로는 원인이 발견되지 않은 이런 난치성 병이 되게 많은걸로 알고 있다. 나도 20대 중후반에 어느날 갑자기. 다리 정맥혈관에 염증이 생겼는데. 아무런 원인, 병명을 못 찾았었다. 매우 아픈것이 아니라. 발이 부어서 한동안 걷는 것이 불편하고. 기력이 소진됐었는데, 그런 경험때문에 이 책 저자의 아픔이(조금일지라도) 더 마음으로 공감되었다. 나 또한 불편을 무릅쓰고..더 산행을 다니고..그러면서. 휘청했던 건강을 찾은것 같다. 그런데 나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어느날 순식간에 죽음으로 몰 수 있는 것이었다. 내 증상에 대한 의심으로 많은 의학 정보를 찾아보았다. 아마도.스트레스,흡연,알콜 등에 의한 몸의 이상 반응인데, 면역체계가 자기 몸을 공격하는 이런 양상이 나처럼 다리쪽 표피 정맥에만 그치지 않고 머리혈관이나 복부장기에 영향을 미친다면. 생명에도 위험할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처럼. 원인모를 극심한 고통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을 알았었다. 젊은 나이에도. 순식간에 원인모를 병으로 급사할 수 있는 그런 냉엄한 현실. 스트레스..참 무섭다.

 저자의 또 다른 아픔은. 어릴적 어머니가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슬픔은 평범한 가정의 내가 가늠하기 어렵다. 리버 피닉스가 주연한 '아이다호' 의 느낌을 생각해 봤는데, 동시에 '파리 텍사스' 도 생각났다. 영화속의 감동을 되살려보며. 내면의 슬픔을 느껴본다.
 길위에 서라, 산티아고로 가라. 라는 내면의 목소리에 그녀는 화답한다. 그러나 등산화를 구하는 과정부터가..참..고통이 전해진다. 초반부터. 그런 몸을 가지고 어떻게 장거리 도보 여행을 해 나갈까 걱정되기도 하고. 응원의 마음으로..책에 몰입하게 된다.
 글이 그날 그날 현장에서 쓴 일기여서. 솔직한 그 순간의 느낌이 잘 살아있다. 여행 후. 나중에 여행을 회고하며. 겉 포장을 싼 느낌이 아니어서 좋다. 그리고 몸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밝음과. 유머가 글 속에 있다.

 8일째 파리. 영화 '비포선셋'에서 두 주인공이 만났던 서점 이야기가 나온다. 이 고서점 2층 다락에서 그녀는 글을 쓴다. " 갑자기 주먹만한 바퀴벌레가 한 마리 나와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이 다락과 바퀴벌레는 정말 잘 어울린다. 50년이 훌쩍 넘은 곳이니 바퀴들이야말로 이 서점의 산 증인이다. 이 바퀴벌레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제임스 조이스와 헤밍웨이가 여기서 책 읽고 토론하는 모습도 보았을 테지. 시인과 작가 들의 공간, 이곳의 평화롭고 자유로운 기운을 내 몸과 마음과 영혼에 한 가득 담아가고 싶다. "

 알베르게 라 불리는 순례자 전용 숙소에서 다른 이의 노래소리에 그녀는 엠피쓰리에 담아온.'옴마니 반메훔'을 들으며 밤새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쓴다. 내겐 이런 부분이 되게 웃기다. 그녀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신의 존재는 믿지만. 종교는 없는 상태인데. 종교나 철학은 그 신에 다가가는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도 같고., 종교에 대한 열린 마음이 느껴지면서도..참 독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길 위에서 만나는 각국의 수많은 천사들의 이야기 가..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이 길의 여정 자체가..인생의 축소판 이라고 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아니면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며. 그녀는 길위에서 울고 웃는다. 대부분. 여행객들로부터 그녀는 천사로 불리운다. 오카리나 라는 피리를 불러주는 그녀는 상상만해도..아름답다. 

 그리고..항상 따라다니는 발의 물리적 고통과..식중독..등..생생하다. 발의 고통은. 20대 초반 신병훈련소에서 마지막 행군 할때. 겪었던 고통을 생각나게 한다. 전투화의 바닥에서 올라온. 못과 발바닥 전체의 물집으로 인해..고통으로 절뚝대며 완주했던. 그 기억..그 당시에는 정말 끔직했다. 이를 악물고 완주했지만..그 후 손가락 까닥하지 못할정도로 기운이 빠졌고. 그 날 밤. 오한과 헛소리에 몸을 벌벌떨며 잠을 못 이루다..새벽녁에 잠깐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어떤 빛나는 사람을 보았다. 강한빛과..환환 웃음을 가진 생생한 사람이었는데. 그 누구와도 닮지 않았지만..또. 어느 누구와도 닮았다. 완벽한 미소. 완벽한 형상이었고. 나는 편안해졌다.  그리고 아침에 기상했을때..그렇게 아프던 몸이 말끔히 나아 버려..참..신기했던 적이 있다. 나는 분명..신을 보았던 것이다..지금도 생생하다. 그 신이 내안에.. 혹은 외부에..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각각의 선한 마음 자체가 신이다.
 옆의 동료가..내 걱정을 했는지..밤에 장난아니게 몸을 떨더라며..물어보았다..나는 몸이 개운해져..이상한 농담을 했었는데,, 대략..." 꿈속에서 히메나 선생이 홀딱 벗고.,흔들어줬어.." 뭐 이런.. 군대니깐..   또 나의 잡설이 길었다.

 55일 째 글에서.런던에서 온 던킨 아저씨에게.." 혹시 성이 도넛? " 하고 물었다가 한 대 쥐어박혔다.  저자의 외모가 30을 훌쩍 넘은 나이치고는 너무 동안인데.. 참 순수한 구석이 많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신이고 천사였다는 깨달음을 얻고..그녀는 이 여행의 의미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삶속에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치게 된다.. 소박하고 순수한 글들이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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