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더 일렉트릭 기타를 갖는다는 것은 블루스와 록음악을 이해하는 길이다. 미국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징표이자. 대중음악역사의 아이콘들을 내것으로 소환하는 일이다.
 아주 레어 아이템도 아닌 시중에 팔리는 스탠다드 스트라토캐스터 가지고 시작을 너무 거창하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기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공산품 이상의 그 무엇이다. 대부분의 물질들은 시간이 지나 퇴화하고 기능이 떨어지지만, 나무로 만든 악기만은 그 반대인 것이 참 매력적이다. 

 펜더 진공관 앰프에서 울리는 맑고 청아한 클린톤은 흔히 종이 울리는(Bell like), 
또는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로 비유된다.  연주를 잘 못해도 그 맑은 울림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일렉트릭 기타의 대명사인 펜더와 깁슨 기타중에 아니 모든 기타 브랜드 중에, 펜더 기타 만의 매력,마력은 무엇일까..
 위에 언급했던 펜더 만의 청아한 소리와. 아낌없이 막 쓸 수 있는 기타여서 이지 않을까.. 광택이 죽을까봐..스크래치가 날까봐.. 조심히 다루는 기타가 아닌, 찍히면 찍히는 데로. 광택이 죽고, 변색이 되고, 고스란히 자신의 삶의 흔적이 뭍어나는 매력이 멋으로 보여지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소리와 외관이 세월에 의해 더욱 익어가는 것. 내 손과 몸에, 삶의 시간속에 일체감을 이루는 독특한 맛이 있다. 



 새 기타 보다. 오래되고 낡아 세월의 흔적이 녹록히 뭍은 기타가 더 멋진 것으로 대접받는 기타는 펜더 기타가 거의 유일한 것 같다. 오래전 떠돌이 블루스맨 들의 삶의 역경이 고스란히 베어 있는 듯한, 50~60년대 오리지널 펜더 기타는 유명 연주자를 통해서 지금도 보고 듣는다. 일렉트릭 기타계의 스트라디바리우스인 62년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들고 연주하는 前RHCP 존 프루시안테는 내가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사게한 결정적 이유였다. 

 메인드 인 usa 의 스탠다드 라인은 2008년 모델부터 많이 바뀌었다. 도장이 얇아졌고. 브릿지 새들이 빈티지하게 바뀐것이 가장 큰 변화다. 거의 새거 같던 기타를 중고 거래로 업어 왔는데, 말 그대로 기타를 업고 온 기분이었다.

 처음 펜더 블루스 주니어 앰프에 기타를 꼿고 소리를 들었을때, 역시 펜더구나 하는 감탄사가 튀어 나왔다. 유리 구술이 동시다발적으로 깨어지는 듯한 소리들.. 고농축 호올스를 입안 가득 넣어 귀까지 뻥 뚫린 느낌이었다. 맑고 카랑카랑하며, 부드러우면서 청아했다. 

 뮤팅소리가 아주 퍼커시브하게 매력적으로 들렸고 피킹 늬앙스가 섬세하다. 볼륨에 의한 드라이브 양의 변화도 유니크 하다. 톤의 가변성은 5웨이 스위치와 톤포트로 다양하다. 생각보다 잡음이 없고. 드라이브 양도 적당하다. 가장 좋은 소리는 프론트 픽업의 클린톤이라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는 리어 픽업의 크런치 톤.. 또 넥감이 아주 좋다. 넥에서 착 감기는 그 손맛이 기타를 자주 잡게 만든다.  

 이 기타 보다 비싸고 좋은 수많은 기타가 시중에 있지만, 나는 이 기타를 평생 가지고 있을 생각이다. 도장이 우레탄이라 멋지게 까찔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점점 세월의 흔적이 뭍어나고 있다. 


 여자들이 명품 가방을 좋아하는 것처럼 기타에 대한 선망은 계속 있지만. 펜더 커스텀샵의 MBS(마스터빌트시리즈) 라인 같은건. 마케팅의 전략이 많이 작용한 듯 싶다. 물론. 좋은 나무를 선별해서 대량 생산이 아닌 장인이 감독하에 만들었으니 더 좋겠지만 나는 스탠다드 만으로도 충분하다. 원래 펜더 기타의 정신이 대량 생산을 위한 방식으로 싸고 질좋은 기타를 대중들에게 쉽게 공급하자가 창업주인 레오 펜더 옹의 생각이니 스탠다드 라인이 가장 펜더적이고 알맞다고 생각한다. 손가락이 저질인데 펜더 MBS 나 깁슨 히스토릭 레스폴을 쥐고 있는건, 옷은 후질구레 패션 센스 꽝인 여자가 가방만 800만원 짜리 뤼이비똥을 든 모양새 랄까..  

 적어도 30년 이상 쓸 가방이라면 명품 가방 두세개 가지고 있는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욕망과 시선이 아니라. 자기가 정말 애착을 가지고 잘 애용한다면 그런 투자와 만족은 삶의 즐거움 일 테니까.  그리고 명품은 자기가 찾고 만들어 가는게 정말 명품이라고 생각한다. 모더니즘의 역사속 전통의 브랜드 보다, 자신만의 명품을 알아보고 애용하는게 진정한 명품이 아닐까.. 내겐 펜더 2008 스탠다드 스트라토캐스터가 나만의 명품이다. 슬프거나 기쁘거나 그때 끄때 나만의 기분을 대변하는 이  기타야말로 명품이다. 

 그렇지만 52 텔레캐스터와 재즈마스터 도 언젠가는 소장할 것이다. 앞으로 2대 정도만 더.. 



 

'Guitar, Sound, Camera' 카테고리의 다른 글

Fender Blues Junior 펜더 블루스 주니어 앰프  (2) 2012.03.03
오! 카메라  (0) 2012.02.12
일렉트릭 기타  (0) 2011.04.24
It Might Get Loud (2008)  (0) 2010.09.29
나의 기타 나의 뮤즈  (2) 2010.04.27




참 아름 답지 않은가..ㅎ ^^
 저 사진의 기타는 로드원 스트라토캐스터 이다. 한 40년후 내 아메리칸 스탠다드 스트라토캐스터는 저렇게 이쁘게 늙을까..같은 색상이지만 피니쉬가 우레탄이라..
9월 3일에 구입한 내 첫 펜더 기타는. 2008년도  아메리칸 스탠다드 스트라토캐스터.  20 ~ 30 만원대 기타만 써오다, 본격적인,, 비교적 고가 기타의 첫 구입이다. 머 아직 실력이야 자아도취형 방구석 기타쟁이 지만, 이 기타를 구입하면서 긴 인생의 여정에서 음악에 대한 어떤 목적의식과 열망이 확고해 졌다고 할까.

 내가 기타를 사야겠다고 생각한지는 2000년 밀레니엄 시대를 앞둔 1999년 마지막 날 이었다. 자정즈음에 무료하게 TV 채널을 돌리다, 신중현씨의 콘서트를 보았고, 다시 채널을 돌리다 일본bs2 채널에서 에릭 클랩튼 콘서트를 방영해 주고 있었다. 눈과 귀와 가슴을 움직였다. 공허했던 마음이 에릭의 기타에 의해 촉촉해졌다. 나이들어서 저렇게 내 마음을 쥐어짜듯 기타를 연주하고 싶다고.. 그렇게 해서 기타에 대한 애정이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음악연주보단, 음악감상 자체에 푹 빠졌고, 기타실력은 요지부동이었다. 내 자신이 음악에 전혀 재능이 없음을 서서히 느끼고 있었다. 뭐 사실 큰 노력도 안했고 20대때 이것저것 기웃거려 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F코드를 잡았을때..그 희열은 생생히 다가온다. 손가락이 아무리 해도 안될꺼 같아도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순간 척 하고 잡히는 그 순간. 신이 내게 답을 주시는것 같았다.

 책을 읽다 잠시 의자에 기대어, 스탠드에 놓인 기타를 바라본다. 6줄의 쇠줄을 팽팽히 지탱하고 있는 기다란 넥이, 고통의 울림을 기약하듯 은은한 빛을 발한다. 마음의 회한을 긁어내리듯이 한번의 스트록크로 기타 온 몸을 울린다. 북미의 앨더 나무는 내 배의 따스함을 간직한채 여운을 울린다. 쇠줄과 손가락 끝의 살들은 같이 고통으로 몸부림 친다. 그 고통이 무덤덤해지는 사이 내 손가락 끝에서 잠시나마 마법이 일어난다.

기타 헤드의 저 펜더 로고 얼마나 가슴 떨리는 문양인가. 지미 헨드릭스, 에릭 클랩튼, 스티비 레이 본, 존 프루시안테, 커트 코베인.. 등등. 무수히 많은 전설같은 뮤지션들 그 들과 같은 펜더 기타를 소유했다는 그 자체의 희열, 그것이 전통과 역사의 힘이다. 아무리 품질 좋고 소리 뛰어난 다른 브랜드의 기타가 나와도 펜더와 깁슨 기타만이 가진 개성과 대중 음악역사와의 교차점은 몇백년 이 흘러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명품은 그냥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소리의 품질뿐만이 아니라 시대의 역사와 천재적인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저 일렉트릭 기타의 대명사 스트라토캐스터가  처음 세상을 나온지가 1954 년 레오 펜더란 사람에 의해서이다. 정말 혁신이란 저런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일렉트릭 기타를 일렉트릭 답게 사용한 지미 헨드릭스 또한  천재적 혁신가 이다. 앰프에서 일그러진 기타 소리를 음악답게 사용한 선구자 이다. 그 이전에는 기타의 클린 소리를 앰프가 단순히 큰 음량으로 증폭시키는 수준이었다면, 지미 헨드릭스는 앰프의 볼륨을 최고로 높여서 나오는 찌그러진 노이즈 소리로 연주했다. 그것이 지금 현재 우리가 듣고있는 무수히 많은 록. 대중음악의 원류다.

 와인에서의 빈티지 개념과 비슷하게 펜더 기타도 빈티지 에 대한 큰 애착이 있다. 그 중 57년과 62년 스트라토캐스터가 가장 유명하다. 오리지날 57. 62 는 현재 물건도 거의 없거니와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에서는 봄.여름.가을.겨울의 . 김종진 씨의 펜더가 가장 비싼걸로 알려진다. 경매로 나오면 1억을 호가한다는.. 스트라토캐스터가 가장 좋았다는 해 57.62년의 사양을 그대로 현재에 다시 만든 리이슈 시리즈를 사고 싶었는데. 워낙 저 위 사진의 2008년 스탠다드 모델을 싸게 구해서. 만족한다. 아마 50년 후에 08년산 스탠다드 스트라토캐스터가 지금 62년 스트라토 처럼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마도 내 아들 혹은 딸 까지도 물려주면서 말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까지고 색이 바래고 녹이 슬고, 멋진 레릭 기타가 될 것이다. 레릭 이란 말은 오래 사용한 듯한 기타를 말하는데. 펜더 에서는 일부러 기타를, 한마디로 완전 중고틱하게 만들어서 새 상품으로 파는 것을 말한다. 
 아래 사진은 펜더 커스텀 샵에서 나오는 고가의 레릭 기타이다. 저것이 신상품으로 몇백씩에 팔린다. 나중에 와이프한테 10만원 주고 중고로 샀다고 하면 믿어줄까.ㅎㅎ


스트라토캐스터의 가장 유명한 기타는 에릭 클랩튼의 블랙키 이다. 아마 기타역사에서도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름이 있는 기타라니..
http://www.fender.com/blackie/blackie_home.html  플래쉬로 만들어진 멋진 페이지이다. 한번 구경하시길.. 저 기타의 복각판이 최근 엄청난 가격으로 순식간에 팔려버려서 뉴스에서도 많이 언급되었었다. 하지만 저렇게 낡은 기타 자체도 멋지지만.. 정말 멋진건 자기와 함께 나이먹어가는 모습의 기타이다. 그리고 외관 뿐만 아니라.. 나무도 자연스레 건조가 되면서 소리도 더욱 빈티지하게 변하는 그 맛을 알아가면서 말이다. 기쁠때나 슬플때나 언제나 내 손에 쥐어져 울리는 소리 그것을 사랑하면서 말이다.

 에릭 클랩튼의 음악이 감동을 주는건 그의 인생 자체가 고스란히 음악에 뭍어 나오기 때문이다. 인생자체가 블루스 였다. 에릭에 관한 글은 다음 시간에..

 사물을 단지 사물로서만 보지 말고 애정을 가지고 본다면 그 어느것도 아름답다. 내 살들이 비비고 부비고, 내 온기를 품은,  저 나무로 만든 아름다운 사물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펜더 기타를 계기로 내 안의 열망을 더욱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