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집에서 해먹는 음식중에 오랜 전통을 자랑하던 떡복이가 최근에 들어서 스파게티로 바뀌었다. 인기 드라마 파스타가 방영하기 이전에 우연찮게 방송에서   파스타 레시피를 소개하는걸 귀담아 보았었다. 쉽고 간단하고, 재료값도 그다지 많이 들지 않으면서, 떡복이 처럼 별식이라기 보다 영양가 풍부한 한 끼 식사로써 충분한 것이었다.
 처음 내가 만든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는 엄마에게 감동을 드렸다. 나중에 좀 더 나은 실력으로 스파게티를 만들었을때 엄마는 처음 내가 시도했던 스파게티가 제일 맛있었다고 했다. 내가 만들어주기 전까지 스파게티를 드셔 보지 못하셨던것이다. 아마 나이드신 어른들은 뷔페식 잔칫집 에 올려진 면 따로 소스 따로인 음식을 선택하질 않으실 게다. 가뜩이나 엄마는 소화기관이 안좋아 면 음식을 좋아하시면서 못 드셨으니.. 내가 처음 만든 완전 자연산 홈 스파게티는 첫 느낌이 남 달랐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첫 스파게티는 소스가 미완성인 채 시식을 한 셈인데 오히려 강한 맛의 소스가 아니라 밋밋한 소스에서 면의 고소함 이 살아나서 일지도 모르겠다. 아님 삶는 면의 시간이 초심자의 행운이 작용해 완벽했을런지도..

 신기하게도 집에서 만든 스파게티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속이 불편하지 않고 소화가 잘 된다. 고질적 소화불량인 엄마도 마찬가지다. 떡복이나 라면, 국수와는 그  배부름의 질이 다르다. 이태리산 면의 차이 인지, 올리브 오일의 효능인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 행복의 음식이다.
 면 한 봉지, 혹은 한 박스를 삶으면 성인기준으로 4~5인분 나온다. 한 번에 다 삶고 남는 면은 물기를 빼 냉장고에 넣었다가 나중에 다양한 방법의 파스타 요리를 해 먹으면 된다.

 어제는 오징어 먹물 먹인 스파게티면으로 삶았는데 맛 차이는 모르겠지만 왠지 몸보신한 느낌이었다. 엄마와 내가 먼저 먹고 예고 없이 큰누나와 조카들이 들이닥쳤느데, 4살과 8살 조카들은 내가 만든 먹물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를 맛있다고 회를 치며 먹었다.ㅎ 분명 어린아이들은 음식의 맛에 대해 거짓말 할 줄 모른다. 조카들은 남김없이 싹싹 비웠고, 나는 흐뭇하게 그들의 입을 닦아 주었다.

 내가 수선떨며 벌인 요리를 완벽히 깔끔히 맛있게 먹어 치웠을때, 시원한 희열이 있다. 어렸을때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윽박질러 다 먹이던 엄마가 조금은 이해된다. 그때는 정말 무서웠었는데 이제는 내가 다양한 스파게티를 만들어 권한다. 맛없는데 억지로 권하진 못할테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모두 맛있게 먹는다.

새로운 요리는 삶의 기쁨이자 마음의 소통이다. 

 다음번엔 핫케익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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