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EBS 로비 카페에서 마신 아메리카노 한 잔에 지금까지도 내 몸은 커피의 숙취에 휘둘린다. 밤에 들어와서 보통때이면 책 보며 잘 준비 할 시간에, 지하실에서 앰프 키고 기타를 치고 운동장을 10바퀴 이상 돌았는데도 잠 이 도저히 안와 새벽 네시 까지 이런 저런 공연 영상 보다가 겨우 잤다. 짧은 취침 이후 정오에 가까운 지금, 여전히 카페인에 의한 흥분과 속쓰림은 여전하다. 평소에 커피를 안 마시는 사람이 아닌데도 오후에 마신 커피 한 잔이 이렇게 불면과 후유증에 시달리게 했다. 아마도 카페인 마약의 액기스를 넣은 듯 하다.

 아주 가끔 찾아오는 불면의 밤은 그리 건설적이지 못하다. 잠을 자야하는 욕망에서 벗어난 밤의 시간은 집중이 되지 않는다. 배회자 처럼 서성거리게만 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 새벽의 청아함 과는 극과 극이다. 하루가 마무리 되지 않는 이 커피의 위력.. 다시는 오후 다섯시 이후로 커피를 마시지 않겠노라고 몸과 마음은 다짐한다. 정말 커피와 담배는 연한 마약이라는 말이 맞는것 같다.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 Y와 스페이스 공감 라이브를 봤다. 잘 모르는 남성3인조 모던락 밴드M*트 라는 밴드인데, 밴드명을 정확히 기입하지 않는 것은 좀 씹어줄 생각이기 때문이다. 

 겨우 1.5집을 낸 신인 밴드였는데, 지명도가 없어서 인지 녹화도 하지 않았다. 물론 공감 라이브 래서 박자가 안 맞거나 삑사리가 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 무대에 선다는 건 연주력은 검증 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모던락 밴드로써의 스타일, 개성 문제이다. 모던락 이란게 테크닉 위주가 아니라, 감성 위주이기 때문에 보컬의 음색과 기타의 톤 멜로디의 진행이 매우 중요하다. 가사의 전달력은 물론이고,, 초반에 소녀 취향의 칭얼대는 사랑노래 에서 부터 조짐이 보였다. 

 어떤 악기 파트이던 존재감 없이(톤의 평이함) 서로 보통의 사운드로 비슷비슷한 모던락 송을 들려줄뿐이었다. 곡에 대한 실망이 무대위 멤버들의 외양에 눈길이 갔는데 노래와 건반을 맡은 사람이 아주 눈에 거슬렸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지지배 처럼 구는 패션계 똘마니 같은 옷차림 이었다. 검정 스키니 진에 커다랗고 헐랭한 스웨터에 목은 늘어져서 한쪽 어깨엔 나시 끈이 보이고, 큰 뿔테 안경에 검은 생머리의 헤어 스타일은 딱 여성형 게이들의 전형 같이 보였다. ( 커피 숙취 때문에 까칠하게 쓰는것 이해해 주길 바란다. ㅋㅋ )

 문제는 그 보컬의 음색. 특히 마이크의 잘못된 사용에 있었다. 노래 내내 마이크에 입을 바짝 붙히고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방 초보도 그러진 않을 것이다. 마이크와 입과의 밀착으로 인해 저음의 증가와 텁텁한 보이스로 인해 곡의 매력이, 힘을 잃었다. 물론 가사의 메시지에 집중될일은 턱도 없고, 단지 그 밴드의 드러머가 정말 잘 생겼다. 일본 순정 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인물이었다. 처음엔 백인과 혼혈이라고 생각했었다.  곡 중간에 멘트에선 분명 native Korean 이었는데, 마지막 인사할때 무대앞에 섰을때 보니까 오리지날 코케이션( Caucasian (백인 ) 인 것 같았다. 마치 젊은 날의 톰 크루즈와 버나드 버틀러 ( Suede의 초기 기타리스트 ) 를 합친듯한 외모였다.

 그 드러머가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면 우리나라 밴드 음악의 판도가 완전 뒤바뀔 것 같다. 댄스 그룹 아이돌을 좋아하는 10대 소녀 팬들이 밴드 음악을 하는 그들에게 몰릴 것이 뻔하니까.. 가증스러운 짝퉁 씨*블루 같은 것들은 내팽겨질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밴드 음악이 인디 라는 딱지 말고 주류에서 한 30퍼센트 정도 대중들의 호응과 인지도를 누렸으면 좋겠다. 너무 소박한 바램이다.

 깁슨 레스폴 커스텀을 멘 기타리스트를 보기보다 드러머의 외모에 감탄을 연발했다. 기타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아주 드문 일이었다. 왠지 남자 제시카(소녀시대)를 보는듯한 감탄.ㅋ

 그래도 개성없는 록 밴드의 공연이라도, 최상의 라이브 공간인 스페이스 공감에서 느끼는 맛이 있었다. 좌석도 정면이었고, 신인인 그들도 많이 준비 한 것 같았다.  친구와의 대화도 즐거웠다. 다시한번 말하자면 나의 이 혹평은 커피의 위력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부디 상처받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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