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풍스런 영화를 보는 내내 복통에 시달렸다. 작은 악마가 내 뱃속에 들어와. 창자로 줄넘기 하는듯 했다. 이런 망할 육체의 긴장 속에서. 눈과 귀는. 필사적으로 영화에 몰두했다. 영화에 몰입되다가..주기적으로 우르르쿵쾅..하필 이런 잔잔한 영화를 볼 때. 뱃속의 쿠데타는 진행되었다.

 평소에 보던 영화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어서 좋았다. 이태리어가 나오는 이탈리아 영화. 현대판 귀족인 재벌가의 묘사는. 예전 귀족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게 없다. 차분하고 건조한 듯한 연출 속에. 인물들의 내면의 자유는 철저히 응축되 어떤 긴장을 유발한다. 수려한 영상과. 배우들의 매혹적인 자태와 옷. 요리. 자연속의 빛 등.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준다. 다만. 디지털이 아닌. 필름으로 촬영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밀라노와 산레모의 풍경과..집안의 가구와 벽에 걸린 그림..그리고 주인공. 틸다 스윈튼의 외모와 패션이..저절로 어떤 예술품을 감상하는듯 하다. 연출의 정서 혹은 호홉등이..주인공의 심리와 매치가 되어. 설명적인 내면 묘사가(대화 혹은 독백) 아닌. 절제되고 차분한 화면 속에서 진행된다. 그러다 주인공이 새우 요리를 먹을때나..풀밭에서 사랑을 나눌때..등에선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내면의 자유로운 감성이..점프컷등..환상적으로 편집되어 보여진다.

 초반부터 음악 또한. 이 영화의 품격에 한 몫을 한다. 모던 클래식 이랄까..내용을 떠나서..이 영화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형식이..색다르게 다가왔다. 그 중심엔 주인공 틸다 스윈튼의 뛰어난 외모와 연기에 있다. 

 러시아 에서 이태리 재벌가로 시집온 그녀는 자신의 이름 조차도 버리고..자아 정체성은 철처히 명문가의 며느리로써..귀속된 삶을 산다. 겉으로는 고상하고 품위있어 보이나. 내면은. 공허와 일상성의 고루함으로 점철된 듯 하다. 그녀는 아들의 친구 요리사로 부터. 요리에 의한. 정신의 자유와 본능적 감각을 깨우고. 그와 함께. 자연속에서 인간의 자유를 느낀다. 꽉 막힌. 일상에서의 일탈은. 그녀에게 변화의 바람을 불러 온다. 그녀가 요리사 안토니오와 관계하고 흥분된 감정으로 집에 들어오자 마자. 화장실에서 홍조띤 얼굴로 소변 보는 장면은..그 리얼한 소리와 함께. 해방감의 희열을 가져다 준다. 주인공의 내면의 감정과 함께, 그 동안 격식차린 화면의 영화를 보던 관객에게..어떤 일종의 자유로운 감정을..가져온다. (새우 요리 먹는 장면과 함께..이 소변씬은 최고의 장면 같음.)

 그녀는 산레모 산속의 작은 집에서. 안토니오의 손에 의해 머리를 자르고. 자신의 본명인 키티쉬? 를 떠올리고. 러시아 음식을 해보이며. 평화와 안정을 찾는다. 자연과 요리 속에서 치유되는거 같은데. 그걸 알아챈 아들과 언쟁중에 아들이 우발적으로 죽는다. 그녀는 다시 슬픔과 상류층의 억압에 갇히고, 본연의 자신을 찾아. 떠나기를 결심한다. 감정의 폭발 속에서..하녀 이다의 보조적 행동(의중을 알고 짐을 재빠르게 챙겨주는) 은..더욱 강한 울림을 자아낸다. 그녀가 입은 추리닝은, 패션을 통한 혁명..으로써의 상징성이 있다. 
 

 그녀의 딸이 회화에서 사진으로 전공을 바꾸고. 동성애자임을 확인하고. 머리를 짧게 자르는 의미는 변화와 해방의 의미를 함축한다. 그녀 또한 딸에게 심정적으로 동질감을 느끼고..연대한다. 초반 할아버지 생일 만찬에. 그녀가 선물한 작품이 사진으로 드러나자..실망하는 할아버지의 모습과..사진의 초라함은..많은 느낌이 왔다.
 그녀에게 변화의 바람은. 그 겨울날 할아버지 생일 만찬에 케익을 들고 찾아온. 안토니오의 이질적 모습이었다. 다듬지 않은 수북한 수염, 자연과 요리와 함께. 소박한 꿈을 지닌 청년에게..그녀는 새 생명을 얻었다. 그러나 과연 그녀가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충분히 주인공에 감정이입하며. 영화에 몰입했지만. 어쩌면. 배부른 자의 푸념의 정서가 아닐까 의심해 본다. 먹고 사는데 걱정없고, 시간은 많지만. 자신이 평생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지 못한 사람이..겪게 되는 자아의 혼란..? 절박하지 않은 삶에서 오는 일상성의 암적인 공허. 부자든 가난하든 현재의 삶에 어떤 의미 부여로.. 임하는 자세가..중요한게 아니겠나..영화 제목 처럼. 나 자신이 사랑인..그런 삶을 살 수 있는 용기와 결단. 이 순간.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던지..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한 순간순간 살아가면 될것이다. 꽃과 벌들이 노니는 햇살속에서..마음을 열고. 만끽해보자.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고 하지 않나. 내가 상류층으로 안 살아봐서 모르겠지만..영화속 그녀 또한..자신의 마음에 갇힌게 아닐까..평화와 안정속에선 삶은 기만당하는 것일까..자기 하기 나름이지만..내면의 발전이던 사화의 발전이던..발전과 진보는. 불안정하고. 불확신성과. 충돌에서 온다...고통속에서 변화의 조짐은 싹이 튼다.

 영화가 끝나자 마자..뱃속의 고통을 끝마치려..성급히 일어났다. 그제서야. 뱃속의 줄넘기 놀이는..진정되었다. 설날때 열심이 일한 장들의 반란인가..

p.s. 영화에 나오는 레키 가는. 섬유사업을 하는것으로 나오는데.. 나는 계속..등산과 스키용 스틱을 만드는 그 유명한 브랜드.LEKI 스틱이 계속 떠올랐다. 레키 스틱을 집고 산레모의 산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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