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타임이란 말은 보통 부정적 의미로 쓰이게 마련이다. 티비를 바보상자라고 하듯이. 멍때리며 광탈하는 시간에 자포자기 하는 것. 추석 전날. 점심 먹고, 티비 채널을 돌리다 라디오스타 추석 특집 편집본을 보며 넋나가 낄낄거리며 봤다. 평소에 티비를 거의 안 보다가. 이렇게 추석 특집으로 재밌는 부분만 편집했으니 얼마나 재밌는지.. 그러다 이어서 유재석, 박명수가 진행하는 쉽게 만들수 있는 요리 만드는 프로그램도 너무 재밌었다. 또 연달아서 뭔가를 계속 봤는데 그냥 바보 같이 웃다보니 너무 행복하였다. 


 이 영화도 딱 킬링 타임용으로 보게된 영화인데, 의외로 상당히 재미있고, 영리한 영화였다. 너무 재밌게 봐서 봉만대 감독이 너무 좋아졌다. 그의 연기는 과연 감독보다도 배우에 더욱 딱인것 같다. 에로 영화 전문 감독이래서 싼마이 양아치가 아니라. 의외로 되게 전문적이며, 감독으로써 카리스마와 리더쉽, 그리고 영화에 대한 열정을 확실히 엿볼수 있었다. 에로 전문 감독인 자기 자신을 프로모션하는 엄청 영리한 작품이다. 이름부터가..흥미를 끌지 않나. 봉만대.. 입에 착 달라붙고 잊을 수 없는 이름..낯선 사람들에게 이름만 들어도 경계심이 사라져 쉽게 마음을 열게 만드는..그런. 나도 예명 하나 만들까 보다. 


 영화의 형식은 페이크 다큐 라고 하나.. 영화 제작 현장의 메이킹 필름 촬영 같이 진행되는데. 중간중간에 인터뷰도 들어가고, 일단 영화 촬영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고충들이 그려진다. 좌충우돌하는 상황속에서 봉만대의 탁월한 감각과. 열정으로 난관을 헤쳐나가고 영화는 완성이 되지만, 뒷통수 맞는 에로 전문 아티스트의 씁쓸한 비애를 코믹하게 보여준다. 


 임필성 감독의 영화 촬영 현장에.. 에로씬의 수위가 높지 앉자 제작자는 성질을 내고 긴급으로 에로 전문 감독인 봉만대 감독을 수혈해 현장에 투입된다. 처음 등장부터 생김새나 말투..표정들이 내게는 얼마나 재밌는지..친한 형님처럼 따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진지하고 전문적으로 체위를 설명하고 지도하는 그의 아티스트 정신. 미묘한 손의 표정 까지도 코치하는 섬세함에 감명받았다.^^



 이 영화의 색기 충만한 재미의 백미는 그 자세를 섬세히 지도하는 봉만대 감독과 여배우의 미묘한 심리에 감독이 휩쓸리지 않고. 반응하는 멋적음? 이라 할까. 이 씬 말고도 자잘하게 재밌는 부분이 많다. 여현수와 곽현화가 막말하며 싸우는 장면도..실감난다. 번지점프를 타다 이외로 별볼일 없던 여현수 에게 곽현화의 너무 리얼한 독설. 여배우들의 노출씬의 수위 보다 더, 에로씬 촬영의 어떤 상황들이 더 흥미로웠다. 


 여기 나온 배우중에서 가장 연기가 어색한 사람은 임필성 감독인데. 이사람은 자신의 연출작들도 그저 그렇고 배우로도 별로고, 생긴것 답게 성격만 좋은 사람인것 같다. 영화를 보다보면 실력없는 메이저 감독에게 보내는 조롱같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더 뭣한 감독이 떠올랐는데, 청연을 만든. 윤종찬 이란 사람.. 영화 정말 못 만들더라.. 


 봉만대 감독을 중심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좋았다. 어쨌든 과감한 노출도 좋았고. 나름 킬링 타임용 보다는 인상깊은 영화였다. 여기에 나오는 카메라 조차. 너무 반가운.. 내가 처음 접한 영화 카메라 였던 아리플렉스 16BL 이란 필름 카메라. 400피트 필름 캔 과. 그것을 로딩하기 위해 암백..과 매거진. 카메라가 돌아갈때. 미세한 소리까지 잘 잡아내었다. (후시로 소리를 넣었겠지만) 나중에 필름을 다 날려먹고 핸드폰으로 다시 찍게 되는 과정을 보다보면..어떤 상징적 요소도 있는거 같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시스템 차이에 대한..생각들이..

 오리털 파카 여배우 정말 골 때림..ㅋㅋ

 아무튼 이 영화는 킬링 타임용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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