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서가를 재빠르게 훝는 나의 눈에 이 책의 제목이 안 들어올리가 없다. 조선 최고의 문장가라 불리는 연암 박지원. 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라니..따지지도 묻지도 말고, 그냥 읽어봐야 하는 책이 아닌가. 사실.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보긴 보았지만. 내가 제대로 본 것 인지 잘 모르겠다. 어느 지식인 처럼. 그의 글을 보고 삶의 혁명적 변화를 겪었다거나. 글쓰기의 도약이 일어나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아마도 그런 류의 책을 별로 접해보지 않았거니와. 한문에 관한 나의 무지와, 청나라 문물에 대한 나의 관심밖이 내게 큰 감흥을 주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열하일기는 여러 학자들이 다양하게 번역. 원문, 해석, 변주 된 책들이 많아 보인다. 다행히도. 내가 열하일기. 아니 연암 박지원의 글에 감동받을 기회는 아직 무궁무진 하다.

 이 책은 다른 여타 글쓰기 실용서와는 차원이 다르다. 소설과. 실용(가르침)을 동시에, 연암 이라는 대 문장가를 불러내어 아우른다. 참신한 시도인것 같다. 역사 소설 형식에 연암의 글쓰기 가르침을 담았다. 소설적 재미와.(상상) 과 실제적 각성 ( 가르침 ) 이 공존한다. 저자는 이 책을 연암의 오마주 로써, '인문실용소설' 이라고 부른다.
 연암에게 가르침을 받는 소설속 주인공이 각각의 독자들에게 이입되어, 마지막 책 장을 덮을 때는, 다른 실용서와는 다른 감흥을 가져온다. 주인공이 연암에게 과제를 받아 쓰는 글들은, 쉽게 쓰여지는 글이 아니라, 몇 일, 몇 달을 사유하고 쓰는 깨달음의 글 들이다. 그것은 전혀 길지도 사변적이지도 않은, 핵심을 꿰뚫는 비수와 같은 글 들이다. 현재의 우리네 처럼 글을 그저 감정의 배설로. 쉽게 쓰이지 않는다. 라는 선조의 풍류적(자연의 통찰) 글쓰기의 가르침은 나의 글쓰기를 뒤돌아 보게 한다.

 연암 박지원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책은 왠지 저자의 소품같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신한 시도는 좋은나. 진중한 깊이는 부족한듯 보인다. 이런 비슷한 형식의 역사 소설인 토정비결이나, 길없는 길의 몰입도에 미치치 못한다. 그래도 어느 글쓰기 실용서 보다는 여운이 많이 남는듯 하다. 좀 더 깊게 읽고 . 깊이 생각해서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이 가슴에 자리잡았으니..그리고 글의 무서움 또한 다시한번 자각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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