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사진작가가 나오는 영화 추천 중에 이 영화를 소개 받았었다. 처음 들어보는 감독 이름이었지만.(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꽤 멋드러진 이름에..제목도 블로우업..- 확대, 부풀리다  란 의미도 흥미가 생겼다. 우리나라 제목은 욕망.. 
 예술 영화 감독 이름과.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애매모호한 기분이 먼저 감지 되었다. 

 최근에 다시 보았는데도. 이 영화는 감독이 말하려는 주제를 딱 꼬집어 얘기 할 수 없는 영화 였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요..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란..초월된 의식 내지..선의 경지에 대해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뭔 말인지 궁금하다면..이 글을 보기 전에 그냥 영화를 찾아서 보세요.)

 영화의 배경이 1960년대 런던 이다. 대부분 흐린 하늘에. 거리의 모습은 전쟁후 의 창백함이 담겨 있다.
 패션 광고 스튜디오의 젊은 사진가가 주인공이다.
초반에 영화는 그의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상당히 당혹스러울 정도로 안하무인이다. 진중함, 내면이란 것은 하나도 찾아보기 힘들고.. 그는 싸가지 없는 껍데기 에 불과해 보인다. 큰 스튜디오와..조수와 모델을 부리는 모습.. 롤스로이스 오픈카를 타고 허영에 찌든 모습.. 패션 사진가에게 픽업 될려고..쫏아 다니는 젊은 모델 지망생들..등등.. 감독이 그려내는 주인공과 배경의 모습은. 혀영과 환영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공허한 초상들이다. 

 60년대의 영국이라면..전후. 대중 소비 사회가 본격적으로 부흥 되면서..다양한 대중 문화들이 넘쳐나고..발현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패션 잡지와 TV광고의 호황속에. 비틀즈와 롤링스톤즈 등등 대중 스타들이 등장하면서. 젊은이들의 가치관은 급격히 자유와 해방(방종?)으로 돌출 되었다.. 결국 68혁명을 전후로 해서..모더니즘의 와해와..포스트 구조주의의 뿌리가 내딛으면서. 포스트모던의 시대가 도래하는. 일련의 과도기 속의 징후들을 감독은 포착하고 있다. 이 영화가 발표된 해는 1966년. 급격히 대중 문화 소비 사회로 진입한, 그 첨단을 달리는 패션 업계의 사진가가 주인공 이란 것은. 감독이 포착한 시대 정신의 예리함 이고..앞으로 펼쳐질 실재 없는 이미지 즉. 시뮬라르크 세상에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

 주인공은 한적한 공원에서 남.녀 커플들을 보고..멀리서 사진을 찍는다. 대상의 표면만 훔치는 사진가는 패션 사진이 아닌 일상의 사진 에서도 몰래 염탐하고 사진으로 채취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주인공이 패션 사진가 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허상으로서의 이미지에 대한 욕망과 표면 만을 겉도는 우리의 삶에 대해 표현한다. 

 그 사진속에 포착된 살인의 정황은 확실치 않아 보인다. 영화 제목 그대로. 사진 부분을 확대해서 주인공은 유추하지만..그것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사진 속 살인 사건이 진짜 인지..주인공의 집착이 불러낸 환영 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 어쨌든 사건을 목도하고도 그는 경찰서로 가지 않고. 시내를 방황한다. 라이브 클럽에서 야드버즈(실제 전설적 밴드의 라이브 모습..젊은 지미 페이지와 제프 벡이 나옴.) 의 연주중 부셔버린 기타의 넥을 사람들을 뿌리치며 가져 나와 의미 없이 내팽겨 친다. 공허한 군상들..

 모든 개개인은 단지 자신의 쾌락 혹은 욕망 안에서 안주할 뿐 타인의 문제 속으로 개입하기는 극도로 어려워하고 있는 것이 점점 개인화되고 있는 현대문명의 병폐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_kenzokkk님 리뷰중.

 영화의 이 극적인 사건은. 전혀 스릴러 스럽지도 않거니와..해결의 단서와 실마리도 없이. 그저 모호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진실은 어디에도 없이. 부유하는 껍데기들만 가득이다. 

 영화의 마지막. 주인공이 마임 퍼포먼스를 하는 젊은이들의 테니스 경기를 보다가..보이지 않는 공이 자기 한테 넘어오자. 그는 줍는 시늉을 내어 그들에게 던져준다. 그 때..소리가 실제 공의 움직임 소리가 나면서. 주인공은 서서히 화면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영화 처음의 화면.. 

 우리가 보았던게 무엇인가..영화라는 2시간의 허상.. 보고자 하는 것만 보는 눈뜬 장님 같은 우리의 모습.. 시각에 대한 욕망의 천착.. 실재의 경험은 보는 것에 달려 있지 않다. ?????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친구 화가는 자신의 창작 비법을 일러준다. " 난 그림 그릴 때 아무 생각 없이 그려. 나중에 뭔가 의지할 것을 발견하지. 마치 탐정소설에서 단서를 찾는 것과 같아." 새로 작업 중인 작품을 두고서도 그는 ' 나도 뭔지 모르니까 묻지 말라' 고 말한다. 어쩌면 감독도 동일한 방법론을 적용한 듯 하다. 영화는 목적 없이 전개되다가 실마리 비슷한 것을 살짝 흘린다. 그 끝엔 사실 아무 것도 없다. 감독은 굳이 이 허무함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으로 하여금 지금껏 목도한 장면들을 되묻게 한다. 우리가 두 시간을 할애한 것의 본질은 무엇이었나. 우리가 소비해 온 영화란 무엇이었나.._ 반골리즘 리뷰중..

 2번째 보니 조금 감독의 의중이 파악이 되나..여전히 생각할 꺼리를 많이 남겨 놓는 애매한 영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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