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는듯 뜨금하면서, 너무 재밌게 봤다. 각각의 인물들에서 나를 발견했다. 이 네명의 인물들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단면을 섞어버리면, 내가 되고 우리들이 되는게 아닌것인지. 예술(영화)학교에 국한된 배경이긴 해도, 주변을 보면 너무나 많은 선희와, 이와같은 남정네들이 수두룩하다. 나도 모르게 그랬을테고,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남자, 여자가 있고, 관계맺음이 우리 삶, 사회의 숙명이라면, 이런 끔과 끌림은 인간사 계속되는 자연 현상일것이다. 


 사람들은 남의 허물은 너무나 잘 보면서, 자신의 결점은 보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조금씩 다른 가면으로 내 실상은 꼭꼭 숨겨둔다. 나중에는 진짜 자신을 바라볼 용기 조차 내지 못하고, 내가 믿고 보고싶은 대로만 보게 된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큰 가면인생은 타인에게 관대함을 베풀지 못한다. 


 홍상수 감독은 이성적 인간이 만들어 내는 관계속의 이미지들을 걷어내어 진짜 말을 하게 한다. 매번 취중 대화가 진행되는 것도 이미지화 시키는 이성적 사고의 가림막을 술의 효능?으로 제거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고매한 인간도 술 취하면 개가 되는 것은 피할수없는 술의 숙명이다. 실제 배우들을 취하게 함으로써, 연기조차도 없애 버린다. 인간의 맨얼굴, 욕망에서 바로 건져낸 진짜 말들은 안도감을 준다. 나 말고도 저런 군상들이 있구나. 있을 수도 있구나..라고. 


 선희 역의 정유미를 보고 있자니, 홍상수 영화. 특히 이 영화에는 너무 딱이란 생각이 든다. 얼굴의 밑바탕은 이쁜 얼굴인데, 세파,남자들의 세속에 시달리며 뭔가 찌든 얼굴. 어쩌면 세상을 수월하게 살아나기기 위한 그러한 본능(남자들에게 정 흘리기, 정 주워담기)은 여성의 아름다움과 맑음을 본의아니게 탁하게 한다. 남자들에 기대어 본연의 자기 자신을 잊은채, 거짓 행복, 거짓 사랑을 믿으려 애써 노력하며 살아가는 그런..  


 이뻣었을 얼굴 말고는 정유미의 본질을 모르겠다. 남자들이 보고 싶은데로 여자는 완성 되간다. 김상중이 쓴 첫번째 추천서와. 두번째 추천서의 차이 만큼, 여자의 흘림이 남자가 여자를 보고 대하는 극명한 차이를 만든다. 이 영화에서 제일 연장자이고. 안정된 직업을 가진 사람이니만큼 '쌀쌀맞게 대하기' 노하우도 있다고 할까. 반면 이선균은 한참 멀었고(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미련한 놈), 정재영은 마지막 굳히기가 그렇고.. 

 

 그러나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이 생기면 어쩌지 못하는게 인간의 굴레 아닐까. 김상중이 설레여 하는 감정을 토로하는거 보면, 그렇고 그런 끝이 유추가 되기도 한다. 위대한 철학자 니체도 좋아하는 여자한테 그렇게 끌려 다닌거 보면.., 이렇게 문화 예술의 발자취는 여자 때문이 거의 다더라.


 마지막 세 남자들의 멋적은 표정들과 새침한 표정으로 빠져나가는 정유미를 보니 남자들의 어쩔수 없는 우매한 본능을 다시 깨닫게 된다. 결국, 우리 선희가 아니라 나의 선희를 찾고 싶다. 


 홍상수 영화에서 제일 선호하는 배우 1위는 김상경이다. 그 밑으로는 이선균, 유준상 정도로 꼽는데, 새로이 정재영을 발견했다. 뭐 다 찌질한 캐릭터 들이지만, 그 와중에 무게감이 장난 아니다. 밤과 낮의 김영호가 그냥 남자라면. 정재영은 거기에 되게 복잡다단한 꼬임이 들어차 있다. 억지스럽지 않은 대단한 리얼. 정말 있음직한 형이다. 


 아직도 나의 투명가면이 보여지길 꺼려하는 마음이 처음 자판을 두드릴때와는 다르게 확연하다. 영화에서처럼 치킨-맥주-소주를 마셔야 하나 보다. 그렇담. 거침없이 과감하게 진실을 보여줄 수 있을까. 영화속 대사처럼.. 다음에.. 다음 기회에..


 이제는 작품을 다 외지도 못하는 홍상수 영화중에, 근래들어 가장 훌륭하고 재밌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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