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가 생긴 이후로 사치스런 취미중 하나가 가끔 자유로를 드라이빙 하는 것이다. 이동 수단이 자전거가 주가 되면서 차량 건강 관리 차원에서 적어도 2주에 한번은 운행을 해 줘야 하는데, 이럴때. 언제 부턴가 나는 새벽 5시에 차를 끌고 나오는 것이다. 새벽의 낮게 깔린 공기속에서 그르렁대는 엔진의 공회전 소리는 내면에 잠자고 있던 질주본능을 예고 한다. 새벽의 도시 소리는 맑고 청명하게 들린다. 쓰레기를 치우는 소리, 봉고차를 타고 어디론가 일하러 가는 노동자들의 낮게 깔린 잡담소리등이 내 짧은 한 숨 소리와 섞여서 새벽을 이룬다.

 신도림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을 산다. 왜냐면 뻔한 클리쉐처럼 새벽의 운전과 커피는 한 몸이다. 새벽에 갈 때마다 맥도날드에는 항상 한 테이블 정도는 손님이 있다. 밤 새 데이트한 연인들, 실연한 남자, 혹은 집나온 가장인지도 모를 그들을 나는 유령처럼 스쳐간다. 엔진은 이제 데펴졌고 내 머리는 뜨거운 커피로 눈과 귀, 코와 피부를 깨운다. 단지 입만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서부간선도로를 바로 타면 이제 길위엔 신호등은 없다. 순전히 나 와 차가, 바람과 아스팔트를 가르는 공간속으로 돌진하는 일만 남아있다. 성산대교를 넘어 계속 직진해서 내부순환도로를 타고 북한산 언저리에서 새벽산행을 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축축한 겨울 안개가 수북히 꼈을 때에는 자유로가 안성맞춤이다.

 강변북로 일산 방향으로 들어서면 RHCP의 음반이나 Libertines의 음악을 튼다. 리버틴스 우리말로 하자면 한량? 말 그대로 한량 놀음이다. 자아에 듬뿍 물을 주는 긍정적인.. 리버틴스 음악 특유의 정서인 젊음의 환희와 자조는 특유의 노스탤지어를 자아낸다. 자유로의 감성과 어울린다. 이 길은 끝이 있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땅이 있는 것이다. 이 남한 땅은 대륙에 연결된 땅이면서 섬 아닌 섬이다. 새끼 발가락에 실을 칭칭 감아버려 검붉은 피가 응어러진 땅이다. 썩을 수 밖에 없다. 아플 수 밖에 없다. 임진각의 철조망이 뚫려 개성. 평양을 거쳐 만주 시베리아 모스코바 파리 까지 갈 수 있는 이 길의 자유를 차단 당하고 있는 것이다. 썩은 위정자들 때문에. 불가능한 상상이 아닌데 우린 상상조차 안하고 살아왔다. 나는 먼동이 트는 자유로를 달리며 파리를 상상한다. 이 땅들은 이어져 있다. 군락을 이루며  어디론가 날아가는 철새때 처럼 내 마음은 한결 자유로워 진다.

 예전에 자유로는 왕복 4차선인데 양 방향의 중간에는 넓적한 평지 였다. 확장을 염두해 둔 녹지였다. 마치 미국 고속도로를 달릴때의 느낌과 풍경이 비슷했다. 그 여행의 절대고독도 자유로를 타다보면 간혹 환기된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풍경의 자유로는 십장 대통령의 우라질에 어느 고속도로나와 비슷해졌다. 파주,교하 신도시를 위한 것 이겠지만 옛 모습이 아쉽다.
 한 번은 아는 분의 포르쉐911 터보를 타고 시속 250키로 미터? 아님 더 이상으로 자유로를 달려본 경험이었다. 창 밖의 풍경은 모네의 그림이 되었고 아스팔트와 소리는 지진이 일어나는 듯 했다. 어렸을때 즐겨 보았던 천재소년 앤드류의 한 장면 같았다고 할까. 2억5천이 넘는다는 이 독일산 스포츠카는 어릴때 추억, 환상을 매개하는 끈 이었다. 근데 다 멋진데, 시끄럽고 허리가 아프다. 

 또 지금은 사라졌지만 자동차 드래그 레이스로도 유명했고, 초지에 세워둔 차들의 들썩거림으로도 유명하기도 했다. 철조망 초소 경비병으로 근무 했던 친구의 경험으로는 밤에 야간 투시경으로 전방감시가 아니라 후방주시를 주로 했다고 한다. 지금은 헤이리 아트 밸리나.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교하 출판단지. 영어 마을등 데이트 할 때는 나름 많은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새들이 군락을 이루며 활공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요즘에야 그 멋을 알았다. 눈을 감고 그 새의 기분을 투사해 보는 짧은 순간. 행복하다.

 그야말로 멋진 이름을 가진 자유로를 달리며 진짜 자유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자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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