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위 사진속 새 자전거를 구입했다. 친구가 알려준 정보에 같이 주문을 하고. 이틀 전, 매장에 직접 가서 가져왔는데, 보는 순간. 크기에 한번 놀라고, 무광 블랙의 엄청난 자태에 또 놀라고. 타이어의 굵기에 조금 놀라고. 무게를 들어본 순간 보기보다 그리 무겁지 않다는거에 다시 놀랐다. 아무튼 놀람의 연속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실제로 보면. 누구나 이게 12만원대의 자전거라고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보통 이런 비치 크루저 모델은 40만원대. 더더욱 트렉 이라는 해외 유명한 자전거 브랜드의 제품을 저 가격으로..^^ 

 자전거의 롤스로이스 또는 할리 데이비슨 이라고 불리는 비치 크루저 모델.
 이 자전거는 1950년대 미국의 서부 해안에서 서퍼들이 보드를 싣고 해변가로 가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튼튼한 프레임과. 굵은 타이어, 고장날 일이 없는 싱글 기어와 페달을 뒤로 돌리면 제동이 되는 코스터 브레이크 방식을 가진 이 자전거는 세월의 역사를 품은 클래식함을 보여준다. 산악용 자전거MTB 도 이 비치 쿠루저에서 기반했다고 보면 된다. 

 쇠붙이가 가진 아름다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자전거라고 생각한다. 보디 프레임의 매끈한 선과 바퀴의 살. 체인으로 구동되는 저 단순함. 자전거 마다 고유의 개성과 아름다움이 있지만. 나는 자전거의 클래식한 면에 빠져들었다. 광고 그림속 저 아이들 처럼. 자전거는 유년 시절을 환기 시킨다. 


 클래식한 아름다움에 해외의 연예인들도 다양한 비치 크루저 자전거를 탄다. 예전에 이 블로그에 올렸던 안젤리나 졸리가 타던 것도. 이거와 거의 흡사한 자전거 였다. 

 평소에 타던 사이클 형 자전거에 비해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진 자전거다. 상체를 세우고 허리를 펴서 타기 때문에 속도를 내긴 힘들지만. 반면에 무척 편안하고 바람과 경치를 더욱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어디를 빨리 가야하는 이동 수단의 목적성 보다. 유유자작 자전거 타기의 즐거움을 좀 더 만끽할 수 있는 그런.. 한마디로 동네 마실용 이다. 앞에 쇼핑 바구니나.뒤에 짐 받이를 설치 하면 더욱 완벽한 생활 자전거가 된다. 안장은 또 얼마나 푹신하고 편한지, 전립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집에 까지 오는데 네 시간은 걸려.. 겨우 한밤에 도착했다. 정말 3월의 한파와 맞바람은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색다른 새 자전거를 타는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하계역에서 집까지..40키로가 넘는 거리였다. 다리가 조금 더 굵어졌다.
 


 




 

 

'산 과 자전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짓날 계족산 자전거  (1) 2011.12.24
계룡산 남매탑  (2) 2011.06.09
제주도 여행 3.  (1) 2010.12.30
제주도 여행 2.  (0) 2010.12.27
제주도 여행 1.  (0) 2010.12.26
 집에 돌아오면서 동네 도서관에 들렸다. 학교 도서관에는 없는 롤랑 바르트의 '글쓰기의 영도' 가 있나 확인해 볼 참 이었다. 조그만 동네 도서관에는 있었다..배가도서로 책꼿이에 떡 하니 있었다. 학교 도서관 검색에 이 책이 없어서..나름 충격이었는데.. 동네 도서관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한번 대학교 도서관에 대한..실망이 한가득이었다. 서울의 종합사립대학의 도서관에 이 책이 없다니.. 롤랑 바르트 라는 구조주의와 후기 구조주의를 잇는 대 학자의 첫 저작 이자.. 후기 구조주의 그러니까 포스트 모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써의 책인데도 불구하고..없었다. 예술로 유명한 대학임에도 불구하고..없었다.
 나는 왜 학교 도서관 화장실에 비데가 설치되어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어느 한 여름날. 앉아보게 되었는데.. 온돌방 처럼 뜨거워서..앉아 있는 내내 땀을 뻘뻘 흘렸던 기억이 있다.. 암튼 여러모로 욕 나온다.

 잠깐 책만 빌리고 나올려다..신간 코너에서..새책 몇권을 뽑아 읽었다. 저녁이어서 잠깐 속독하고 나올래다가..빠르게 다 읽고 나왔다. 속독은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다..지금. 그 책에 대해 생각나는게 하나도 없다. 

 자전거 주차장에 세워둔. 내 자전거가 없어졌다. 별로 당황하진 않았다. 왜냐면..워낙 낡은 자전거 여서.. 언제부턴가.. 자물쇠로 채워두는 것을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는 어디로 사라지지 않고..계속 내 옆에 붙어 있었다. 비가오나 눈이 오나 열심히 달려준 자전거는 외관상 노후화 된거 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수명이 다해가고 있었다. 타이어 트레드는 많이 닳아 없어졌고. 오래되어 자주 바람이 빠졌다. 뭐니뭐니 해도. 몇 번 손 봤음에도, 브레이크가 자주 느슨해져서..제깍 잘 서지 못했다.

 내 다리의 연장인 이 자전거에 대해..서서히 마음이 멀어져갔다. 언제부턴가 이 자전거는 왜이리 고장도 안나지.. 하며. 애써 처음 샀었을때의 마음을 걷어 들였다. 그러나 멀쩡하게 굴러다니는 자전거를 놔두고..새 자전거를 살 수 는 없는 노릇이다..사물에 대한 이런 마음 상태가, 결과적으로 도난.(떠남)을 초래했다. 사물의 타자성은 마음을 쏟는 만큼 내게 도래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이 사물 뿐만 이랴. 사람과 사람은 물론이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나는 자유로웠으나, 그 자유는 외로움의 자유였다. 앞으론 그 자유는 타자에게로 향하리라..

막상 없어지니까. 그동안 묵묵히 내 두 다리의 연장이자. 바람의 즐거움을 맛보게 해준 나의 자전거에 대한 감상이..시원 보다는 섭섭에 가까웠다. 집까지 걸어오면서..많은 상념에 빠졌다. 처음 산 날의 기쁨부터. 첫 장거리 라이딩의 추위와 바람과의 싸움..사고날뻔한 아찔함. 눈과 빗속의 라이딩..음주 라이딩. 18만원에 산 베네통 생활 자전거는 자기 몸값의 값어치를 그 이상으로 충분히 남기고 그렇게 추억을 남기며 사라졌다. 
 조만간 새 자전거를 살지도 모르겠다..또 다시 설레이겠지.. 누군가를 만나는 것 만큼은 아니겠지만..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대 여교사 단상  (0) 2010.10.20
추석 향기  (0) 2010.09.26
짧고 이상한, 완벽한 휴가  (2) 2010.09.15
조류 일기  (0) 2010.09.10
금요일밤  (1) 2010.08.0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