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음악잡지에서 얼핏 줏어들은 이야기로는 기타의 3대 신이 있는데. 에릭 클랩튼과. 지미 페이지, 그리고 제프 벡 이란 거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말의 근원지는 일본의 어느 록음악 평론가가 했던 말이..절대 진리 처럼 우리나라 대중에게 각인된 것이었다. 그들의 위대성을 폄하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그 외의 좋은 기타리스트를 배제하는 일말의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는데 있어, 그런 구별짓기는 우려가 된다. 
 내가 좋아하는 록 장르 외에 째즈나 퓨전 계열 또는 클래식 기타.등에서의 기라성 같은 기타리스트 들이 즐비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음악 예술이란 건 순위매기기가 아니니까..모든 열린 마음으로 시간속에 흐르는 음의 촉수를 느껴야 한다.

 60년대 하드록 음악의 태동기..에 위에 말한 기타의 3대신들은 차례로 야드버즈란 그룹의 기타리스트를 거쳐갔다. 처음엔 에릭 클랩튼이 가입했고. 중간엔 제프 벡..마지막엔 지미 페이지가..기타를 맡으면서..결국..야드버즈는 레드 제플린 이란 그룹으로 재탄생 하게 된다. 그들이 그 밴드에서 있던 시기, 둘씩 겹치거나..셋이 같이 연주한 음원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기타의 신 세명을 뽑자면. 1. 지미 헨드릭스. 2 에릭 클랩튼. 3. 제프 벡 이다. 28살에 요절한 지미 헨드릭스인 경우는 외계에서 떨어진 신이었다면. 제프 벡은..지구에서 태어나 외계로 뻗어나가는 신이 된 사람이다. 에릭 클랩튼의 경우는 삶 이라는 고통의 바다를 건너, 자기 음악의 뿌리 (블루스) 로 회기하는 연어와도 같다. 

 지미 헨드릭스나 에릭 클랩튼에 비해..제프 벡에 대해선..관심이 많지 않았다. 처음 이 사람의 음악을 들어봐야 겠다고 생각했을때. 이 유명한 음반을 듣고 나서도..별로 감흥이 안 왔다. 일단..앨범 전체가 인스트루멘탈(연주곡) 이었기 때문에..비틀즈를 듣는 것처럼 완벽한 멜로디에 빠지는 감동은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 안 듣고 있다가..언젠가..이 음반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아마도 오늘 같은 평온한 토요일 오후의 나른함을 채우는 배경음악으로 틀어놨다가.. 어느 순간..이 소리들이 내 몸의 감각을 두드렸다. 어떤 장르라고 구별짓기 어려운..록 보다는 째즈에 가까운 이 음반에 귀가 트이는 순간.. 독특한 리듬은 마음을 들썩이게 했고. 제프 벡의 기타 연주는 예리하게 가슴을 파고 들었다. 

 뭔가 규정할 수 없는 음악의 오묘한 맛.이 있다. 아무리 들어도..하루 종일 연속으로 이 음반만을 틀어놔도..지루하지 않다. 집중해서 들을땐..아주 섬세한 터치의 기타 사운드를 즐길 수 있고.. 그냥 분위기용으로 틀어놔도.. 엇박의 흥겨운 리듬에 기분은 고양된다. 아마 연주곡이라서 더욱..감상자의 기분이나..공간의 정서에 따라..팔색조 처럼..음악은 변화무쌍하게 감상자에게 수용된다. 프리한 감성을 주면서도..예리한 비수가 숨겨진 아름다움이 있다.

 제프 벡은 일렉트릭 기타가 가지고 있는 극한의 한계를 추구한다. 기타가 노래의 반주로서만 기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기타만의 예술을 펼쳐 보였으며..그 새로운 한계를 밀어붙이는 것이 그의 음악 인생이었다..이 음반은 기타가 가진 음악 예술의 더 이상 다다를 수 없는 경지를 보여준다. 이 음반에 실린 곡의 크레딧을 보니..스티비 원더의 곡과..존레논과 폴매카트니의 이름도 보인다. 음악 천재들의 밑바탕하에..제프 벡 이라는 미래로 가는 기타의 신은 70년대의 또다른 경이적인 명반을 만들어 냈다.

 P.S> 올해 초에 처음으로 내한공연을 했는데..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뮤지션들이나 음악 좀 듣는 다는 사람은 다, 제프 벡의 공연에 모였을 것이다. 60년대 영국 젊은이들의 대중 음악은 이제 고전 음악의 지위에 오른것 같다. 에릭 클랩튼 이나..제프 벡 등등 급의 뮤지션들은..어떠한 클래식 연주자 들 보다도..위엄이 있어 보인다..지금 우리가 듣는 대중 음악의 원류가 젊었을때 그들이 하던 음악에서 나온 것이니..노년의 그들의 음악 세계는..넓고 깊고..예리하다.. 대중음악의 클래식.. 그만큼 가격또한 높다.. 내년 초에 에릭 클랩튼이 세번째..내한 공연을 한다던데..또 꽤 고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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