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씨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의 글은 시원하고 솔직해서 마음에 든다. 잰체하지 않는 어른의 글은 삶을 통속적으로 유미하는 여운을 남긴다.

 몇 년전? 이 책이 나왔을때, 서점에서..서서 읽었다. 그 때. 절반 가량 읽고 (윤여정 씨와의 이혼 부분 까지.) 잊고 지내다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띄었다. '어느날 사랑이' 이 말 자체의 흡인력이 얼마나 강한것인가. 어느날 갑자기 사랑이 찾아오듯 어느날 갑자기. 어떤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이 나오기전. 아마 조영남씨의 일본에 관한 책인가..발언으로..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던 걸로 기억한다. 모든 방송 활동을 접고, 출판사의 권유와. 자기 자신의 삶에 대환 회의 내지 향수로 사랑에 관한 자기 삶의 경험과. 성찰 혹은 생각을 펼쳐 보인다. 

 일본에 관한 그의 책은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의 현대미술에 관한 책과. 예수님에 관한 책은 아주 유익하게 읽었었다. 이 체계나 나이에 구속하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에게 호감이 가지만, 단도직입적으로. 사랑에 관해서..한 가장의 남편이자 부모로써..그는 나쁜 남자이다. 그는 젊은 여자에 사족을 못썻고. 욕망에 충실해. 그가 가장 사랑해야할 가족에게 뿌리깊은 상처를 남겼다. 어쩌면 이 책은 상당히 뻔뻔한 자의 이야기 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거나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실수도 인정하고. 장년의 나이에 뒤늦게 깨달은 사랑에 관한 성찰을 심도?있게 펼쳐 놓는다.

 무릎팍 도사에 나온 윤여정 씨 편을 너무나 재밌게 봤었다.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중견 여자 배우 였는데. 역시나 삶의 아픔을 간직하고. 넘어선 그녀의 말과 재치는 나이든 한 여인이 아름다워 보이기 까지 했다. 아마 윤여정 씨가 이 책을 읽었다면. 정말 코웃음 쳤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녀의 얼굴이 이 책 한권의 구구절절한 사랑에 관한 상념보다도 더 의미있고. 함축적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주름  하나하나가 삶과 사랑의 비밀을 간직한듯하다. 아마도. 무릎팍 도사에 조영남씨가 나온다면. 그 프로그램 사상. 최고의 시청률과..엄청난 파문이 일지 않을까. 어쩌면 무료한 세상. 그의 사랑관. 인생관은 흥미있다. 

 그래도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사랑의 행적에 대해 반성한다. 여자 독자 입장에선 여전히 뻔뻔하다고 여길수 있지만 말이다. 내가 다시 읽은 부분은 책의 중간 부분인. 2번째 부인과의 만남과 이혼 부분인데..젊은 여자래서 그런지..윤여정 씨 때와는 다르게 참 쿨하다.. 이혼 하고 나서..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 예를 들자면.. 그녀가 다른 남자와 교제하는데..조영남씨가..친 오빠 처럼.(친 오빠도 안그럴꺼 같지만.) 코치하는 모습들.. 우리나라 정서와는 다른..서구적 자유연애 주의? 가 많이 느껴진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는 사랑에 관한. 의미.철학을 탐구하는데. 그가 공부한 예수의 삶과. 에리히 프롬등의 사상가 이야기로 정리해 나간다. 그리고 친구들과 의 사랑. 삶의 이야기 가 펼쳐진다. 아버지뻘이 되는 분들, (김민기. 송창식. 이장희..윤형주. 김세환. 이윤기.등등등..) 이 나라 처음의 자유주의자.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이야기와 현재의 삶들이 너무 흥미롭게 다가온다. 사랑이 남녀간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은 친구와의 사랑. 우정에 까지 드러나고. 더 나아가. 예수님 말씀처럼. 타인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 라는 진리가 사랑의 궁극이라는 점까지..말한다. 자신은 타인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지는 못할꺼라고 고백하면서. 통속적인 교훈과 계몽의 글로 마무리 하지 않는다. 나름..각자의. 사랑의 의미를 솔직히 생각해 보게 하는 점이 이 책의 백미다. 너무..자신의 일생이 쿨하게 드러나 있어. 이 책의 의도가 곡해될 여지가 많지만 말이다.

 사랑에 관한 테마의. 철학수업을 듣고,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과.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을 읽고 있다가. 좀 더 현실적인 경험의 사랑을 다룬 이 책을 보니, 암튼 생각만 하고 있으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제 주말 드라마 글로리아를 보다가 내가 이쁘다고 생각하는 배우, 소이현 씨에 대해..극중 김용옥 할머니가 한 대사(충고)가 잊혀지지 않는다. 저런 여자는 남자 혼 빼놓게 하고, 절벽에서 뛰어내리게 만들 여자라고..조심하라고..ㅋㅋ 여자들은 조영남 같은 남자를 조심해야 하나..

 조영남 씨는 남들이 자기를 카사노바 형이라고 보는데..자신은 카사노바 형과..베르테르 형의 중간 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두 가지 면이 다 있지만.. 어느 편이 더 강하냐가 자신의 이미지가 규정되는 것일 게다. 나는 카사노바 베르테르 에다. 프루스트를 추가해야 할 듯 싶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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