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만나기 전, 이 책의 저자인 강신주 님의 근작인 ' 상처받지 않을 권리 '(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 라는 부제가 붙은) 를 우연히 읽었었다. 우연한 책의 인연이 이렇게 강렬할  줄이야 그 땐 몰랐었다. 그 책을 빌려놓고도 다른 책을 읽느라, 반납을 얼마 남기지 않고 펼쳐 들었는데, 오호라~ 노다지를 캐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서 강신주 님의 다른 저작물을 검색해서 두번째로 읽은 책이 이 책이었다. 

 이 책 역시 좋은 책의 모든 요소는 다 갖추고 있었다.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책의 구성 요소들도 완벽했다.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본문의 내용을 친절하게 꿰뚫고 있으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각 장마다 더 읽을 책들을 소개하는데,책의 핵심을 간략히 찔러준다. 공부의 의욕을 내심 불러 일으킨다. 또 본문의 주석 또한 이렇게 쉽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내가 보기엔 완벽히 좋은 책 이어서, 앞으로 이런 책을 쓰고 싶단 욕망과 함께, 강신주 님의 글쓰기는 나의 롤 모델 이 되었다. 공부의 내공이 매우 높아야 하는 당위성이 따라야 하겠지만, 마음속에 목표가 생긴다는 것은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철학이 없는 삶과, 삶이 없는 철학은 말 자체만으로도 뭔가 불안하다. 저자는 한쪽이 부재한 현대사회의 병듬에 대해서 아쉬워하고, 절름발이 와 같은 마음의 불안은 삶과 철학이 만나지 않음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이 책의 목적은 철학과 삶의 만남을 주선하는, 그럼으로써 우리의 삶을 더욱더 풍성하고 윤택하게 만드는것에 있다. 철학이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으려면, 한때 그랬던 것처럼 그것은 삶에 대한 성찰이자 기록이어야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삶의 낯설게 보기를 통하여, 맹목적인 삶을 반성하고, 철학적 사유(거리두기)를 통해서 삶을 제대로 음미하자고 말한다.

 철학적 사유로 우리는 미리 삶에 낯설어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철학은 우리에게 ' 내가 나중에 알게 될 것을 지금 알 수 있게' 해주는 힘을 갖고 있다고 한다. 철학적 사유가 불편함과 당혹감을 준다고 해도, 삶의 현실에서 직면하게 될 그것에 비한다면 적다고 할 수 있다. * 그런 점에서 철학적 사유란, 다시 반복되지 않을 소중한 삶을 후회 없이 살겠다는 우리의 의지와 결단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주옥 같은 본문의 글들은 빌려온 책의 한번 보기 로는 미흡하다. 이런 책 이야 말로 책장에 꼿아두고 두고두고 음미하고 사유해야 할 책이다. 좀 더 낳은 공부의 길에 친절한 Hub 로써 역할을 톡톡히 한다.
 많은 사유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 사랑에 관한 바디우의 철학이 인상 깊었다. 사랑은 하나가 아니라 둘을 지향해야 한다는. 논리에 나도 쉽게 수긍되었다. 개별성의 존재를 존중하고 인정할때에 진정한 사랑은 가능하다는 말이었던 듯 싶다.

 산을 좋아하는 내게 p75의 글은 주옥같았다. _ 우리가 산에 오르는 이유도, 산에서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아주 보잘것없는 정도로 작게 조망할 수 있는 고도감을 얻으려는 것입니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그래서 우리 자신이 사는 곳과 우리가 살 수 없는 곳 사이의 차이를 즐기는 것이기도 합니다._ 이런 예시로 참된 철학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지금 여기'와, '어디도 아닌곳' 사이에 있으려고 하는 의지를 통해 존재할수 있다고 한다. '어디도 아닌곳'이 의미 있는 이유는 그것이 '지금 여기' 를 반성하고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감, 혹은 낯섦을 우리에게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라고..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저자의 책을 통해서, 철학과 삶이 부재한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편견과 생활만이 가득찬 이 사회에서 자살을 예방하는 길은 각자 삶의 철학을 이뤄, 철학이 있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여야 합니다. 하루에 자살하는 사람의 숫자가 절 깜짝 놀라게 해서 이렇게 마무리 합니다. '나','고통' 을 한 발 물러서 낯설게 보자고..

앞으로 글을 독백체에서 마지막 문단 처럼 대화체로 바꿔볼까 생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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