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래된 컴퓨터가 수명이 다 되어가는가 보다. 날씨가 추워지니 쿨링팬은 더욱 겔겔거리는 소음이 난다. CRT 모니터가 오래되어서 그런지. 부팅하고 화면이 안나와서 여러차례 강제로 파워 오프 하고 나서야 화면이 뜬다. 정확한 원인이야 모르겠지만. 전원 키고. CMOS 셋업 화면에서 일부로 모니터 예열했다 부팅하니 정상적으로 화면이 나왔다.

 내 첫 컴퓨터는 중학교 1학년때로 기억하는데, 삼보 트라이젬.XT 컴퓨터 였다. 당시 CPU 가 인텔 8088 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너무나 좋아서. 밤마다 잠자기전, 컴퓨터 친구에게 인사하고 잤다. 아마 그때부터. 나는 컴퓨터에도 영혼의 숨결이 있다고 믿어 왔다. 전기적 소자와 접합체로 이루어진 다양한 구성의 컴퓨터는 사물들의 기관이지만. 에너지의 사용과 흐름면에서. 단순한 사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기와 0 과 1의 세계에도. 감응할수 있는 영혼이 있다고 여전히 믿는다.

 요즘 스마트폰 열풍이 거센데. 그런면에서 나는 디지털 세상의 노인이다. 단지 장난감, 유희 도구로써의 디지털 기기들을 멀리하는 마음이 강하다. 디지털 기기를 작업의 효용성 면에서 다룰 뿐이지. 생활에 과도하게 침범하는 것을 경계한다. 지금 쓰는 2G 핸드폰이 맛이 가면. 스마트 폰으로 갈아 타겠지만, 있어도. 그다지. 활용을 안 할께 뻔하다. 차라리. 다른 기능 다 없어도. 화질 좋은 카메라 기능과.녹음기 기능. 전화 만 잘 터지면. 딱 좋겠다.

 인터넷의 사용조차도. 항상. 후회한다. 처음 컴퓨터를 키고. 여러 포탈을 전전하다. 별 쓰잘데 없는 뉴스들을 보다보면..시간은 어느새 훌쩍. 머릿속엔 가상의 자극만 남는다. 링크를 전전하는 그 시간을 줄이면.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할텐데..휘발되는 세상의 소식에 귀 기울이다 보면. 내 영혼도 휑 해진다. 인터넷 상의 아무리 좋은 글 이래도. 책을 읽는 것 만큼. 마음가짐이 다르다. 

 컴퓨터.  통칭해서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개인의 습관과. 성찰이 중요하다. 우리는 정신의 감각만이 아니라. 더 중요한 몸의 감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니까..그리고 정보의 가치는 양이 아니라. 수용하는 방법과 질의 문제이다. 인터넷서 이곳저곳 기웃거려 보지만, 그 시간에 남는건 그리 많지 않다. 조금 남아 있던 정신의 목표와 신념마저. 인터넷 바다에서 휘청거린다. 인터넷은 세계가 아니라 도구일 뿐이다.

 몇일 전, 자주 들락거리는 디지털 관련 포탈 사이트에 엉뚱한? 사진이 올라왔다. 갓 태어나서 울퉁불퉁한. 자신의? 애기 사진이었는데. 그 사진의 제목이. '신상입니다..축하해 주세요..'뭐 이런, 참 기가막힐 노릇이다. 물신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보니까. 자신의 애기 까지..신상이라고 표현하는, 그 닭짓에 디지털화된 물질 만능시대가. 저렇게 병신을 만드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는 상품화된 인간의 삶을 얼리 어댑터 입장에서 보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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