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면서 인생의 행복이란 무엇일까 란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아마도 나를 믿고, 허물을 감싸주고 위로와 용기를 북돋아 줄 사랑하는 부인과. 친구이자 스승을 곁에 둔 사람이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더더욱. 사랑스런 딸들과 ..왕이라는 권위는 남자의 어떤 근본적 욕망을 자극하는 무엇이 있다. 

 왕의 부인 역활인 헬레나 본행 카터가 참 인상적 이었다. 내게는 오히려 제프리 러쉬의 역활과 연기 보다 부인의 역활에서 더욱 큰 감명을 받았다. 한 사람의 상처를 따뜻히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랑의 힘을 보았다. 진정한 사랑은 한때의 열정이 아니라. 그런거겠지.

 왕의 말더듬 도 역시 어릴적 상처에서 기원한다. 정신분석학적인 트라우마의 관점에서 원인을 이야기 하는데. 부모나 어른들의 무심한 처사들이 한 인간에게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 각성하게 되었다. 일례로 나의 경우도. 음성 메시지에 대한 어떤 상처가. 지금까지도..전반적인 전화 통화에 대한 편하지 않음을 야기하는듯 하다.

 입시의 스트레스와 짝사랑의 예민한 감수성 속에 보냈던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는 여자애의 삐삐에 음성 메시지를 남겼는데. 떨어서 말이 잘 안 나와 2번 실패하고 세번째 전송을 마쳤는데. 나중에 그 아이한테 들어보니..녹음이 안 됬을 줄 알았던 모든 테이크가 전송되었던 것이었다.. 그 때의 심정은 노량진 대로에 뛰어들고 싶었다.
 아마도 그때의 일이 상처로 남아 있었는지. 그 후에도 삐~ 소리와 함께 수화기에 대고 말하는 것이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이거에 대한 또 웃지못할 일화가 있긴 한데..재미난 옛 일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남겨둬야 겠다. 아무튼 그 후로 (좋아하는) 여자와 전화 통화 하는게 쉽지 않다. 또 사귈때..밤에 연인과 장시간 통화하는것도 극도로 싫어하는데 이것도 다 이유가 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다 너무 장황하게 나의 이야기를 쓰게 될 거 같아 이만 여기서 줄인다.
 
 아마 이 영화의 미덕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중 앞에 서서 연설한다는 것에 대한 공포감을 실화를 통해..콜린 퍼스의 그 심약한 연기에 정서적으로 공감과 안쓰러움..위로 등등에 이입됐을 것이다. 상처를 가진 사람이..타인의 사랑을 통해서 일어서게 되는 과정. 참 감동스럽고..따듯하다.

 최근의 나도. 대중앞에서 말문이 막히고. 진땀이 나는 경험을 했는데, 점점 익숙해지긴 하지만. 그 첫 경험의 당혹감은. 이 영화를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생각과 표현의 일치. 그 간극이 커질수록 힘들어진다. 생각의 이상이 현실의 표현의 한계에 부딪힘 으로써 자괴감이 생긴다. 

 진정한 부부란 무엇인가..친구란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에서 언어 치료사인 제프리 러쉬가 왕의 내밀한 개인 감정까지 치고 들어가는 부분에서 섬세한 갈등의 수위조절이 빛을 발한다. 연출이 참 적절해. 대단하진 않은 시나리오로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영국 왕실에 관한 이런 영화도 나왔으니. 이제..다이애나 비의 사망에 대한 진실어린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 

 개개인이 가진 컴플렉스는 그것을 집요하게 파헤쳐 보고 가슴 밑바닥으로 부터 인식했을때. 더 이상 컴플렉스가 아닐 것이다. 지난 1년간 어떤 계기를 통해 불안정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있었지만. 그것은 밑 단 부터 잘못 채워진 단추를 푼것에 불과했다. 이제는 제 자리의 단추를 채우는 것에 달렸다. 앞으로의 인생은.. 혹시 못 풀어헤친 단추가 있지나 몰라..
 그러나 지나친 솔직함은 독 이란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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