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랬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새 영화. 
 2차 대전 배경, 브래드 피트 주연, 그런 특징은 고사하고 딱. 전형적인 타란티노 표 영화였다. 말 많고. 폭력적이고, 재치넘치며, 음악 센스가 탁월한 그런 영화였다. 중간중간에 수다가 길어지면 잠깐잠깐 졸기도 하고, 엽기적인 폭력씬에선 귓속의 모든 솜털이 바짝 슬 정도로 긴장을 하며, 간만에 극장에서의 영화관람을 다채로운 오감을 느끼며 왔다. 폭력의 수위가. 너무 사실적이다. 킬빌에서처럼 만화적인 귀여운 끔찍함이 아니라, 너무나 진짜같다. 머리가죽을 칼로 벗겨내는 장면에서 그 서걱서걱 칼질하는 소리에 아주 오금이 저렸다. 마지막 장면은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했고.. 생긴지 얼마안된 영등포 타임스퀘어 안의 CGV 여서 소리가 장난 아니었다. 총소리의 음압감이 너무 강렬해서 총소리조차 긴장되었다.  

 대학교 1학년때 타란티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을 보던 기억이 난다. 첫번째 씬에서 갱들이 원형 테이블에 모여서 꽤 긴 대화를 하는데.. 무슨 심오한 의미,메타포를 파악하려고 엄청 집중해서 봤는데..결국 느낀건 정말 쓰잘데 없는 대화였다. 그냥 수다에 지나지 않는다..타란티노의 영화는 그런식이다. 미학적 접근으로 볼 필요가 전혀 없다. 그냥 싸구려 정신으로 보면 딱 좋다. 그 싼티 속에 재미와 위트가 있다. 그리고 영화적 통쾌함이랄까..현실에서 그런 폭력의 카타르시스를 느낄수 있나? 영화관람 잠시나마 상식을 넘어서는, 인간 내면의 폭력성을 대리만족 시켜준다. 살짝 맛이 간듯한 감독의 또라이 기질이 맘에 든다. 예술 매체는 도덕적 잣대에서 어느정도 벗어날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식의 전환과. 확장. 혹은 파괴. 그것이 좋은 예술의 가치이다. 타란티노의 영화는 아무 생각없이 즐겨라..인간은 원래 그리 고상하지 못하다.

 타임스퀘어의 건물은 정말 거대하고 세련됐다. 모든 명품브랜드들이 으리으리하게 입점해있다. 바로옆, 앑으막한 담벼락 넘어론 원래 이지역의 원주민인 사창가 거리가 쭉 뻗어있다. 참 포스트모던한 풍경이다. 앏은 유리막 너머의 여인들이 거대자본의 마지막 마지노선인양 위태롭게 성형가슴을 매만진다. 어쨋거나 돈이 지배하는 욕망사회. 구경할만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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