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2009.12.08 1
 언제부터인지 티비를 거의 시청하지 않게 되었다. 티비가 바보상자란 말을 몸으로 느꼈던지 혹은 거짓된 세상의 창구에 대한 환멸이던지..그나마 보던 뉴스는 밥먹을때 우연히 겹치는 시간때가 아니고선 보질 않는다. 아마 인터넷의 영향도 클 것이다. 보고 싶은 방송은 다시보기로 편할때 보니.. ( 특히 EBS 스페이스 공감 ) 굳이 티비 앞에서 멍때리며 채널을 돌릴 필요는 없는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은 가족안에서도 개인주의화가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내가 어릴때의 문화는 티비를 중심으로 가족의 여가, 휴식이 이루어지는 세대였다. 온가족이 모여 앉아 주말의 예능 프로그램이나 주말 연속극을 보는 재미는 여전히 좋은 추억의 한 구석을 차지한다. 성우들이 더빙한 주말의 명화를 보는 재미도 솔솔 했었다. 

 주말밤에 하는 보석비빔밥 이란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눈 웃음 짓는 소이현씨의 미소가 아름다워서 챙겨서 보게 되었는데, 연출이 어설퍼서 그만 볼까라고도 생각했지만, 연속극의 미묘한 중독성에 이미 사로잡혔다. 그리고 어머니와 같이 보는  드라마 이기도 해서.. 보통 드라마 광들인  어머니들과 손쉽게 소통하는 방법은 드라마를 통해서 인것 같다. 한때 어머니께 막장 드라마를 본 다고 한마디 하기도 했었는데, 내가 자리를 잡고 드라마를 보니, 상황 설명을 마구 해주신다. 생각해보면 어릴때, 여명의 눈동자 마지막회를 온 가족이 보면서 눈물 짓던 기억이 떠오른다. 같은 감동을 공유하는 시간은 소중했다. 지금은 단지 소이현씨 때문에 보는 거라도 오랫만에 어머니와 함께 보는 드라마란 것이 의미가 있다.

 주말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깨우친 마음이 하나 또 있다. 주말의 티비는 그냥 멍 때리며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들 왜이리 이쁘고 귀여워 보이는지, 평소에 그 많은 걸 그룹들에 관심도 없었는데, ( 오히려 어린애들을 너무도 성 적으로 포장해서 한탄스러웠는데 ) 소녀시대의 제시카 양을 보고 마음이 훈훈해 졌다. 댄스 그룹들에 대한 평소의 나의 비판적 소견은 제시카 양에 의해 일단 슬그머니 기세가 꺽였다. 이쁨에 취해서 멍하니 웃음짓는 주말은 삶의 긴장을 다소나마 풀어준다. 그것이 티비와 연예인의 긍정요소일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원하는 것은 ' 열려있음 '이다.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요일 아침 5 : 19  (1) 2010.01.11
붕어빵  (0) 2010.01.06
안경  (0) 2009.10.29
소비하며 생활하기  (0) 2009.09.12
판단  (0) 2009.09.0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