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이 되면 바흐를 들으려고 했다. 그 의미는 단지 클래식 음악을 들으려는 목표가 아니라, 그것에 수반된. 내적 성숙과. 최소한의 물질적 안정을 욕망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클래식 음악은 적어도. 청음공간이 필요하고. 진공관 앰프와. 해상도 높은 스피커 정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 팝,록 음악이야. 적당한 기기로 어디서곤 감상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클래식은 경건한 대상으로 다가온다. 내적 성숙과. 외적 성공이 조화롭게 이뤘을때. 클래식을 들으려고 했고. 목표가 40이었다.

 그러나. 90년대 부터 팝,록 음악씬을 이끌었던 이 40대 중반의 아저씨들의 재결성 공연을 보고서. 나의 목표는 수정되었다. 40이 넘어도. 펑크로커를 해야겠다고. 클래식 감상 공간이 아니라. 합주실을 만들목표로 수정해야겠다. 배가 좀 나와도 턱살이 쪄도. 무슨 상관이랴. 저렇게 기타 치며 구르고. 방방 뛰며. Song 2 를 부르는 멋진 꽃중년의 모습이..소름돋는 감동을 자아냈다.


 아마도 이 공연은 대중 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공연이었다. 90년대 초 부터 활동한 밴드는 94년 그들의 3집 앨범인 parklife 가 대대적으로 뜨면서. 브릿팝 이란 장르,사조를 만들었으며, 90년대의 브릿팝./모던락 을 이끌었다. 98년의 앨범에선. 브릿팝은 죽었다 라고 선언하며. 미국의 인디록의 영향을 받아들이며. 새롭게 변모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 후 라디오헤드의 Kid A 에 필적하는 변화로..그들은 팝송과. 노이즈 사운드 아트의 진보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또 하나의 명반. Think Tank 로. 그들은 브릿팝을 예전에 벗어나. 선구적인 음악 세계에 한 발 더 나아간다. 이 음반 제작 과정에서 이 밴드의 주축인 보컬 데이먼 알반 과 기타리스트 그래함 콕슨의 의견 차이로.. (내가 유독 편애하는,내가 닮았단 소리를 들어서?ㅋ) 그래함 콕슨이 밴드에서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밴드들 처럼 인간적 불화.충돌이 아니라. 음악적 차이에서 만이었다. 그들의 우정과 존경은 여전하다. 유투브에 누가 그 둘의 사진만으로 편집한 영상은 감동을 자아낸다.

 그래함 콕슨은 자신의 레이블(음반사)를 차리고 꾸준히 솔로 앨범을 발표해 왔고. 솔로 5집에서..대중과 평단의 반응이 절정에 오른다. 브릿어워드 도 수상했었다. 그는 펑크, 개러지. 인디적 감성으로 스트레이트한 록 스피릿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면.(그의 매력은 전혀 록 밴드 기타리스트 스럽지 않은 학구적 외모에 있다.) 보컬인 데이먼 알반은. 록 음악의 범위를 넘어선. 힙합. 제 3세계음악 의 수용등. 좀 더 유니버설 하다. 그의 프로젝트 밴드 인 고릴라즈 (세계 최초의 3D 가상밴드.) 는 벌써 3번째 음반을 냈으며.이제 블러란 이름의 활동 보다는 고릴라즈의 리더로써 그의 입지는 더 확고해졌었다. 그렇게 각자 음악적 성공을 구가하던 그들이 다시 블러 란 이름으로 뭉쳤다. 그리고. 2009년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 열린 연3일 공연은 10만명씩 관중을 동원하며. 나처럼 90년대의 젊음을 블러의 음악과 함께 보낸 세대들의 갇동을 자아냈다. X세대의 화려한 귀한 같은 향수어린 성대한 축제 였다. 

 런던에서 제일 크다는 공원 하이드 파크에서 이런 공연을 할 수 있는 뮤지션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에릭 클랩튼과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하이드 파크 공연이 유명하고. 블러의 라이벌 이었던. 오아시스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 만큼 영국 음악산업에서 블러의 위치는 브릿팝을 이끈 밴드로써, 영국의 음악적 역량을 여실히 보여준 밴드로써. 출중하다. 비록 오아시스에 비해 미국 진출에 대대적인 성공을 이룬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비틀즈를 그대로 계승한 오아시스에 비해. 영국만의, 지극히 영국적인 전통을 가지고. 영국 음악의 미래를 개척해 나갔다고 평가한다.

 위 잡지 표지의 데이먼의 말(빨간블록) 처럼. 이 공연을 보면서. 나의 찌질한 90년대가 이제는 추억이란 포장지를 뒤집어쓰고 다시 당도했다. 아마도 20살 쯤. 여름의 오후를 만끽하던중. 라디오.(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아주 감미로운 노래가 흘러나왔다. 프랑스 샹송 느낌이 나는 팝송 이었는데. 라디오를 대충 흘려듣다가..그 노래가 나오자..나도 모르게 자세를 바로잡고..집중해서 듣게 되었다. 여름의 길고 나른한 햇살과 함께. 그 노래의 몽환적이고 감상적인 분위기는 하나의 사진 처럼 너무 선명했다. 그 짧은 순간. 나는 막연한. 허니문 생각이 들었고. 그 후 꽤 오랬동안 신혼여행 가면. 하루종일 호텔방에 그 노래를 틀어놔야겠단 망상에 사로잡혔었다. 노래가 끝나고. 바로. 배철수 아저씨가.." 블러의 투 디 엔드 였습니다." 라고 한 마디 남기고..광고가 나갔다. 블러란 밴드는 알았지만. CD는 한 장도 없었다. 나는 바로..영등포의 음반 가게를 찾아. 블러의 음반을 골랐다. 그 노래가 든 음반이 뭔지 몰라. 그냥 하나를 골랐는데. 그들의 그당시 최신작인 4집 Great Escape 였다.To the End 는 그들의 성공을 알린.3집 parklife 에 있었고. 대신 4집의 히트곡. Country House 와 Charmless Man 같은 주옥같은 곡들을 통해 그당시 블러 사운드의 핵심인 브라스가 많이 가미된 뿜빠 뿜빠 사운드에 중독되었다.

 이 공연에서 그들의 주옥같은 히트곡들을 부를때. 오아시스의 대표적 떼창곡 Don't Look back in anger 나 Wonderwall 보다도 더 자주. 더 크게 떼창을 부를때마다. 감격이 몰려왔다. 비록. 현장에 없고. DVD 도 아니고 다운받아 보는 주제에..이렇게 수시로..감동에 소름끼치다니..2번의 앵콜을 받고..마지막곡. 유니버살을 전 관객이 부를때는..정말..탄식이 흘러나왔다. 하나의 노래. 한 밴드가 만들어낸 노래들은 관객과 함께 거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4명의 밴드 멤버나..10만의 관객 모두..그리고 주구창창 비오는 날. 방구석에서 이렇게 혼자 감상하는 내게 모두. 마음에 어떤 점을 찍어 놓았다. 그 방점은. 음악은 영원하다. 록 음악은(록 정신은) 늙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Blur Live in Hyde Park Traile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