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의 현충사를 드디어 방문했다. '칼의 노래'를 인상깊게 읽고 나서,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작은 오해가 있었다. 현충사래서. 스님들이 있는 절에서 충무공을 모신지 알았다. 절들이야 흔하고 대부분 비슷한 배치나 구조니,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래서 언제 한번 가보지 여유부리고 있었는데, 어느 블로그의 탐방기를 보고, 절이 아니라. 그를 추모하는 사당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 나는 좀 일찍 이곳을 찾지 않은걸, 후회하는 심정으로 이날의 영묘한 심정을 되새긴다. 분명 거룩했다. 그분의 삶의 행적과. 이곳에서 느낀 기운은.. 그 어느 위대하단? 왕들의 왕릉에서 절대 못 느꼈던 겸허한 숭고함 이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분 만큼 위대한 인물은 우리 역사에 없으니까. 그가 죽고 나서 예나 지금이나. 그의 행적은 추호의 의문도 없이, 칭송돼왔다. 난중일기는 이제 유네스코 국제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세계의 유산이 되었다. 


 너무나 완벽한 유적지였다. 넓게 단정되어 조성된. 현충사는 그분을 기리는 애틋한 심정이 절로 나왔다. 늦여름의 비가 내려 더욱, 운치가 있었다. 



 안에서 나갈때 바라본 정문.



 난중일기 초본. 진짜 보물중 보물. 


 정문을 들어서면. 본당터에 들어가기 전에 기념관을 둘러보게 되있다. 기념관은 딱 적당한 전시 규모였다. 본전에 가기전 너무 진을 뺴지 않도록..다만 11분 짜리 3D 입체 영화, 마지막 타임을 운좋게 시간이 맞아 보게 되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내용을 너무 압축시켜놓아서, 재미가 반감됐고, 쓰리디 영화이면서. 좌석이 진동과 함께 움직이고, 바람도 막 나오는, 이런 극장을 뭐라고 하지?  암튼 그런건데, 영상의 내용과는 너무 동떨어졌다. 너무 형식적이고 인위적인 진동, 영상의 싱크에 맞게 그럴듯한 체험이 아니라. 난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 유적지의 격에 안맞게 이상한 쪽으로 상상이.. 성인 전용 극장을 이런식으로 만들면 꽤 장사가 잘 되겠구나란..ㅜㅜ






넓직하고 너무나 잘 정돈된 잔디. 오래되고 기풍있는 소나무 들을 감상하며 걷다보면, 본전에 들어서게 된다. 웅장하고 기풍있다. 그는 죽어서 이렇게 좋은 땅에 자신을 기리는 후세들에게 어떤 기분이 들까. 또 나는 작게나마 이 세상의 공간을 점유하는 몸뚱아리로 무엇을 해야하나. 유익한 삶을 살 수 있을까나.. 그가 없었더라면, 우리중의 많은 일부는 이 세상에 태어나질 못했을 것이다. 




본전에서 바라본 전경. 


 본전을 감싸고 있는 대나무 숲은 바람이 불면 참 좋은 소리가 나겠구나.

 

 오랜 우물을 한 모금 떠 마셨다. 장군의 기운이..




 너무나 아름다운 집이었다. 여기서 문무를 닦던 그의 정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되게 총명했다는 이면 공.의 무덤은 소나무 숲이 둘러쌓여 있었다. 

색이 고운 아름다운 꽃. 


이렇게 넓고 한적하니, 고즈넉하다. 



 

 거룩한 기분으로 주차장으로 나오니 너무 배가 고파서, 번데기를 사먹었다. 어릴적 맛 그대로 였다. 덤으로 오뎅 국물과 같이 한컵 먹으니, 한끼 식사가 되었다. 좀 징그러울순 있어도, 단백질 덩어리..ㅎㅎ


 여기는 한번 와본걸로 끝이 아니라, 두고두고 다시 찾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다들 꼭 가보시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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