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도사관에 피서 갔다가. 신간 코너에서,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전에 쓴 북한산 산행기 에서 언급했던. 나의 욕망이 아니던가. 허니문 히말라야 트레킹. 원래는 발터 벤야민 책을 한 권 완독하려고, 가져갔다가, 신간 코너에 있는 책들을 수두룩 뽑아서 자리에 앉았다. 누군가의 말대로. 여기가 내 서재라고 생각하니, 꽤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에어컨도 가장 빵빵하고. 집중이 잘돼, 짧은 시간, 책을 여러권 읽었다.

 속독으로 도서관에서 읽어서 저자들 한테는 미안하다. 공들여 썻을 문장들을 후루룩 읽어버리는 내 입장은. 사실 다른 공부(학술적인)를 해야하는데, 덥다는 핑계로 정신에도 휴가를 주는 심정이었다. 크게 보면 타인의 삶을 들여봄으로써 내 삶을 깨우치기 위한 공부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게 인문학의 목표 아니던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가지고  좀 더 인간의 품위를 가지고 잘 살아보자는..그런..

 저자는 광고회사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서른 살에 그만두고. 유럽과 동남아 여행을 다니고. 2차로. 네팔등 히말라야 일대를 여행하면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광고회사 디자이너 라면, 내 학부 졸업장에 찍힌 데로 사회에 진출했다면..나도 그런 길을 걷다가..내 피와 단물 다 빨아먹히고. 자본주의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도 전에 건강에 이상이 와, 비실거리며 변화의 길에 들어섰지만. 어떤것이던, 광고회사에 다녔더라면, 나의 존재는 후퇴했을 것이다. 그당시. 나의 상태로 봐서는. (패션과 감각에 치중했던 나로써는)  자본주의의 욕망의 늪에 허우적 댔을 것이다.

 그 분야를 잘 알기에. 저자의 선택에 공감이 많이 갔다. 사실 내가 겪어보지 않아도. 학교 동문. 동기 들이 많으니까..사실. 일의 강도나..비젼 문제라기 보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다. 광고란게. 자본주의의 꽃이라 한다. * 광고의 목적은 생산과 사용 사이의 어떤 안내가 아니라 생산과 사용 사이의 모든 현혹이다. 결국. 자본가를 위한..현혹을 위한 삶. _  저자의 선택(변화)에 같은 분야를 공부했던? 내게 큰 공감이 되었다. 책에선 이 부분이 아니라 그 후의 삶과 여행에 괸해서 지만.  이상하게 사설이 길었다.

 여행을 하며, 또 사회단체에 참여를 하며. 만나게 된. 남편은 그녀보다 5살 연하인 목수 였다. 남편은 20대 초반부터 산에서 살다시피 한 멋진 남자 인거 같은데. 그런 둘이 만났으니, 히말라야 트레킹으로 신혼여행을 가는 것은 자연스럽다.
저자가 솔로일때, 신혼여행 커플이 가득 찬 동남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같이 히말라야를 걷고. 시골에서 같이 살 남자를 꿈꿨다고 했나? 아무튼 그녀의 바람대로.  지금은 속리산 근처의 시골에서 마을 도서관을 운영하며 소박하고 행복하게 사시는듯 하다.

 신혼여행 20일 중 반은 네팔 도시의 이야기 이고. 나머지 10일은 진짜 트레킹 이야기 이다. 저자가 처음 혼자 왔을때와..시간이 흘러..변화된 혹은 변화되지 않은 모습을 이야기 한다. 속독했기 때문에 아주 자세히 읽진 않았다. 변명 하자면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이기 때문에, 남의 경험을 내 경험처럼 간접 체험 하기 좀 그랬다.
 트레킹 중. 여행 스타일 이 다른 남편과의 갈등이나. 마음속의 증오.가 아주 재미있다. 사랑해서 결혼했겠지만. 상대의 어떤 사소한 부분이 그 사람을 여행중에 버리고 싶을 정도로 꼴뵈기 싫다가도, 때로는 무거운 배낭을 지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결혼 잘 했다고 흐믓해하는 저자의 모습이, 솔직하며 내심 부럽다. 이런 신혼여행의 목적이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서로 힘들고. 짜증날때. 서로 보듬어주고 .감싸줄수 있는 능력..마음의 확인이. 앞으로 그들의 삶에 동반자로써 큰 힘이 되어주리란. 사실.

 내가 막연히 상상했던 것보다. 많이 알려진 안나푸르나 트레킹도. 매우 힘든 모양이다. 5000미터 베이스 캠프에 가보는게 꿈이었는데, 3000미터 이상으론 고소증의 위험이 있으니..사랑하는 사람이. 괜히 나따라 고생하는 모습은 더 가슴아플거 같다. 이 책보고. 아이러니 하게 마음이 바뀌었는데, 그냥. 내가 너무 외롭게 여행했던. 사랑하는 사람과 꼭 다시 와야지 하고 다짐했던. 스페인풍의 펜시한 도시 산타페 같은데 가야겠단..소심한 생각이 든다..

 책은 참 담백하고. 좋다. 이런 귀농 부부의 효시(대중매체로써)라고 할 수 있는 '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다'의 그 부부가 생각난다. 부인 이름이 장씨 였는데. 참 인상이 인상깊었는데.. 다들 계속 행복하시기를..

 여담이지만. 작년에 등산 모임에 광고회사 다니는 선배가..회사 인턴을 데리고 나왔다. 광고홍보학과를 갓나와, 마케팅 전문가를 꿈꾸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정도 높은 곳에서 술과 음식으로 회포를 풀다가, 자기는 시골에서 소박하게 자기좋아하는 일 하며 사는게 꿈이라고 했었다. 광고회사 인턴과 그 얘기가 너무 매치가 안 되어..더 이상 물어보진 않았지만, 그런게 막연한 동경이나 유행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 < 김규항 B급좌파.'프로'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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