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94 년 4월 5일에 자택에서 엽총으로 자살한 시대의 아이콘 커트 코베인의 마지막 날들에 영감을 받아, 한 인간의 혼란스러운 내면의 모습을 보여준다. 보통의 연대기적 전기 영화와는 다르게 죽기 바로 직전의 몇 일 간의 모습들이다.
 내 삶에 있어서 커트 코베인의 영향은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10 대 후반과 20 대 중반까지 젊음의 감수성이 활활 타오를 때 이 인물은 내 가슴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의 밴드 너바나의 음악이 내 자신의 억압된 분노와 고뇌의 감성을 어느 정도 해소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그와 그의 음악은 나의 우상이자 꿈 이었다. 싸구려 일렉트릭 기타를 사고, 그처럼 찢어진 청바지와 플란넬 셔츠를 입고 다니는 시절이었다. 그가 죽은지 한 참 이나 지난 지금도 내 마음에 살아있다.

 사후에 그와 관련된 많은 자료들이 나왔다. 그에 관한, 전기책, 평전. 그의 원본 일기. 죽기 전 몇 일간 의 행적들..등등. 나는 보통사람보다 더 그에 관해서 매니아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접하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말하는 몇일의 기록과 이야기를 더 잘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의 삶을 알고 이 영화를 본 것과, 커트 코베인을 모르고 본 것은 관객이 영화의 느낌을 수용하는데 있어서 많은 차이를 느낄 것이다. 이 유명한, 시대의 아이콘의 마지막 모습을 그려서 인지, 아무 정보 없이 봤다면, 매우 불친절한 영화 일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잘 보여주는 단 한 가지는 혼란스럽고 황폐한 한 개인의 내면의 모습을 아주 효과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첫 장면은 블레이크(커트) 가, 초록이 짙푸른 숲속을 내려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자연 속에서 마약과 유명세로 피폐한 한 인간이 유령처럼 중얼거리면서 숲속을 걷는 장면이다. 이 영화에서 사운드가 매우 큰 위치를 차지한다. 생생한 자연의 소리와 그의 중얼거리는 소리. 그의 내면의 혼란스러운 소리인 듯한.. 기괴한 일상의 소리가 중첩되고. 소리로써 내면의 감정을 그리고 있다. 감독의 매우 큰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영화예술에 있어서 사운드의 효과를 극대화 시킨 매우 좋은 반증 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일한 시간의 다른 장면들을 보여주는 방식은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또 다른 작품들 [ 엘리펀트 ],[ 파라노이드 파크 ] 와 일맥상통한다. 이 세 영화가 감독이 실험적인 연출을 보여주는 연작 이다.

 이 영화속 인물과 이야기가 커트 코베인의 마지막 날들의 단서에 의거해 감독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숲속을 거니는 한 남자를 보기 전에 이 인물의 과거 맥락을 알고 보는 것이 이 영화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애틀 외곽의 촌 동네에서 백인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커트는 9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이곳저곳 친척네 집과 다리 밑에서 기거하며, 신경질적이고 사회에 반항심을 가진 청년으로 자라게 된다. 미국 가정의 가장 안 좋은 대표적인 단면들인데.. 부모의 이혼과 마약의 접근, 분노의 해탈구로써. 펑크 음악이 커트를 만들어 갔다. 본조비와 건스앤로지스가 주류음악에 활개치고 있을 때. 1991년. NIRVANA 의 nevermind 가 나왔는데. 이것은 음악 뿐 만 아니라, 시대정신을 바꾸는 큰 혁명이었다. 갑작스런 성공에 커트는 더욱 과도한 마약을 하게 되었고. 94년 초 유럽 공연을 하다가 죽음직전에 까지 가는 과도한 약물 복용에서 헤어나온 후, 그의 부인인 커트니 러브 가 재활센터에 집어넣었는데 몰래 탈출한 후. 혼자 시애틀에 있는 그의 저택으로 숨어 들어와 있던 것이었다. 그의 행방불명에 그의 부인은 사립탐정을 고용했고 멀지 않아, 케이블 티비 직원이 온실 속에서 엽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쏜 커트를 발견하게 된다.

커트, 영화속 블레이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마약 중독은 매우 큰 중요점이다. 영화 속에서는 직접 마약을 하는 장면은 나오진 않지만, 거의 모든 장면들에서 마약에 쩔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당시 커트는 상용 마약 중독자들 조차도 치사량으로 판단되는 양의 헤로인을 투약해 왔다던데, 마약으로 인해 그의 인생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한 마디로 영화속의 그는 제 정신이 아닌 것 이다. 뚜렷이 자아를 사유할 수 없이, 그저 마약에 취해 부유하는 영혼이었을 뿐이다. 마약이 그의 영혼을 파먹고 있다가 자살하기 전 영화 속 모습은 순수한 영혼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준다. 마약중독의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온 그의 단 하나의 선택은 치사량의 마약을 투여하고 엽총으로 머리를 쏜 것이었다. 영화속에서는 다음날 온실에 누워있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경찰이 옆에 서 있는 장면은, 실제 사건 사진과 너무 똑같다.

커트 코베인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이 영화는 매우 지루할 수 있는 영화이다. 마약에 찌든 한 인간의 모습을 전후 맥락없이 보여주고 있으니 꽤 불친절할 것이다. 하지만 내게 있어선 모든 장면장면들이 하나의 시처럼 다가왔다. 자연의 색감들. 밤의 숲속의 소리와 모닥불 소리. 혼란스런 소리의 이미지들. 영확속의 벨벳 언더그라운드 음악과.. 거의 마지막..블레이크가 통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장면은 이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다. 그리고 온실속에서 하늘을 쳐다보는 블레이크의 마지막 모습. 아마도 커트 코베인도 정말로 그렇지 않았을까..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오랜만에 그의 MTV 언플러그드 공연을 다시 봐 본다. 금발머리와 큰 파란눈을 가진 그의 모습에 내 젊은 날의 감성과 안타까움에 대해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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