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빼고는 그리 이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머리 스타일 또한 촌스럽고  패션도 미국 중부 출신 여자같은, 보수적인, 신선한 느낌이 전혀 아니었다. 영화 500일의 썸머 초반부를 볼 때까지 이런 무덤덤한 감정으로 영화의 내용에 몰두하려 했다. 나는 남자 주인공 톰 핸슨 같이 우울한 영국 음악에 빠져지냈고 영화 졸업을 잘못 이해한게 아니라 제대로 끝까지 보지 못했던, 한마디로 내 평생의 여인이 어딘가에 있을거란 믿음으로 오랜 시간 지내왔던 남자 였다. 톰 핸슨에 감정이 팍팍 이입됐다. 그가 입은 티셔츠의 그림이나 노래방에서 부르는 픽시스의 곡(Here comes your man), 특히 스미쓰의 노래들에서 지나간 삶의 향수 냄새가 났다.

내가 톰 핸슨 처럼 여 주인공 썸머 핀(Zooey Deschanel) 에 반하게 된 건 그녀의 외모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의 목소리, 말투, 발음 이었다. 정확히 영화의 초반부 엘리베이터 씬 에서 그녀가 Smiths 를 말할때 th번데기 발음이었고 비음섞인 음색에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조금 뒤에 또 다시 엘리베이터 에서 톰이 하우 워즈 위켄드 ? 하니까 그녀가 잇 워즈 구우~웃 할때 난 이미 그녀의 소리에 빠져버렸다. 음악과 소리 자체에 관심이 많았던 내겐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목소리, 노래 때문에 이성에게 끌린적이 몇 번 있었다. 어쩔땐 가느다란 팔뚝을, 또 다른땐 굵은 종아리를, 간혹 틀어올린 머리 밑의 얇은 머리카락 만 보고도 마음이 동하지만 소리만은 절대적 이었다. 제시카가 박경림 같은 소리를 낸다면 음.. 생각만 해도 싫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여자들의 소리는 좋다고 생각한다.


역시나 이 멋진 목소리를 가진 주이 디샤넬은 뮤지션 이었다. 노래 부를때의 음색은 더욱 매력적이다. 500일의 썸머를 인상깊게 본 이후 짐 캐리와 주연한 예스맨을 찿아 보았는데 그 영화 에서 인디 가수로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 '가수 이겠다' 라는 생각에, 사실은 그녀의 묘한 색깔의 눈동자에 빠져 인터넷으로 그녀의 사진을 검색 하던중 이미 그녀가 She & Him 이름으로 밴드를 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듀엣으로 활동하는데 최근에 2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처음 그들의 볼륨 1 음반을 들었을때, 나릇하고 몽글몽글한 그녀의 음색에 봄 까지 겹쳐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들었다. 너무나도 봄이랑 어울리는 음악이었다. (앨범 재킷 그림도 아름다운데 씨디를 사고 싶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그녀가 떠버려 있지 않을까.)

이제는 그녀의 모든게 이뻐 보였다. 검은 앞머리를 길게 내려 이마를 가린 그녀의 머리 스타일은 크고 깊은 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딱 안성맞춤 이었다.

생각해보면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해프닝 에서도 이 배우의 눈을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또 올모스트 페이머스 에서도 짧지만 인상깊었었고.. 그리고 그녀가 출연했으나 내가 보지 못한 작품들을 조금씩 찾아 보았다. 그 중에 윈터 패싱과 거대한 Gigantic 이 좋았다. 영화속에 흐르는 음악에서도 그녀의 노래를 들을수 있는데 거의 그녀가 작곡한 노래였다. 그녀의 밴드 에서도 그렇고 단지 노래만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내가 선망하는 싱어 송라이터 였던 것이다. 또 그녀는 괜찮은 인디밴드 Death Cab For Cutie 의 멤버와 최근에 결혼했다고 한다.
내 생각엔 키이라 나이틀리(키이라도 매력적인 억양과 소리를 가졌고 턱이 매력적이다.)

보다 더 많이 뜰 거 같다. 아님 이미 그렇던가. 연기 면에서도 얼마나 완벽한가. 500일의 썸머에서 그녀의 얼굴 근육이 좀 더 움직였거나. 덜 움직였다면, 영화의 감상이 달라졌을 것이다. 광고 카피 처럼 '누구나 썸머와 사귄적이 있다.' 라는 문구는 그녀의 연기가 완벽했기에 공감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연예인으로써 헐리우드 리포터 같은 가쉽으로 알려지는 것 보다 진지한 뮤지션으로, 작품성 있는 영화로 계속 나아가길 바란다. 그나저나 She & Him 의 두번째 음반을 들을 생각하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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