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사진 거장. 토마스 스트루스 첫 한국 전시를 보고 왔다. 우리는 사진 전공자로써. 책에서만 보던 이 현대의 사진 거장의 작품 감상에 앞서..좀 흥분했다. 실망과. 감동 그 사이에서..우리의 입담은 실날하게 씹을지. 혹은 감탄사가 나올지..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들어서자 마자. 와~ 하고..탄식이 흘러 나왔다. 일단 사진 내용 자체가 아니라. 사진의 크기와. 프린트의 품질. 과 색감등등. 사진의 표면적인 보여짐 자체가.. 압도적이었다.  그래서 갤러리에서 감상하는 것이 현대 예술이겠지.. 요즘의 주 출력 방식인. 잉크젯 프린트가 아니라. 화학염료로 프린트 하는, 예전의 칼라 사진 방식인 C프린트 였다. 거기다. 디아섹으로. 액자 처리를 했다. 개인적으로 칼라사진은 C프린트 인화를 좋아했었다. 잉크젯 보다 촉촉하고 투명한 느낌이 있고. 발색도 좀 더 좋은거 같다. 아날로그적 향취가 다분한 방식이. C프린트 였다. 근데 저만한 크기의 C프린트를 뽑을수 있는 장비가 없다. 듣기론. 독일 현지에서. 따로 설비를 제작해 뽑은 것을, 가져온 작품이란다. 디아섹도.독일 기술이니..완전 오리지널 독일산이다. 토마스 스투루스야. 베허 학파의. 일원으로써. 독일 즉물주의 사진의 전통적 계보이다.

 전시 작품중. 가장 큰 사진 앞에서..작가.  사진출처. 구글.

  나는 평소에. 예술 사진에서 이렇게 크게 출력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용이 없는데. 사진이 별로 안좋은데. 억지로..크게 뽑는걸 보며..허풍장이 예술가라며 폄하했다. 현대 예술 특유의 가오 잡기 같은..허장성세를 혐오했다. 그리고 내가 예술 사진 처음 공부할때. 우리나라 사진계에선 한창. 독일 유형학적 사진이..유행을 이루고 있었고. 나는 그 단순. 나열식의 수집 채취 방식의 사진을..사진가의 재능없음으로 받아들였다. 독일 사진의 영향을 벗어나는 것이..최우선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토마스 스투루스의 사진을 실제로 보니.. 이러한 생각들이 긍정으로 바뀌었다. 최소한 토마스 스트루스 작품 앞에선. 매우 타당한. 방식이자. 결과 였고. 감탄했다. 현재에 가장 유명한 사진가. 같은 베허 학파 제자인.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또한. (리움에서) 실제 작품앞에선. 탄복했었다. 그들 사진처럼. 완전 크게 보아야 제대로 느낄수 있는 사진이 있는 반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처럼. 작은 사이즈로 감상해야..제맛을 느끼는 사진도 있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대형 카메라를 안 쓰기 때문에 이렇게 크게 출력할 일은 없겠지만. 오랬만에 느껴보는. 이런 대형 사진 작품앞의..사진의 정밀한 재현 능력앞에서..탄식이 흘러나왔다. 사진이 예술로써 기능하는 일련의 요소중. 크기와 디테일을 무시 할 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5점의 작품중. 평양. 사진이 1개 뿐이어서 아쉬웠지만. 위 사진이 가장 좋았다. 물론. 익숙한 건물 풍경이 아니어서. 좀 더. 색달라서 그런면도 있겠지만. 콘크리트 시멘트 덩어리들이. 질좋은 색감으로 다가왔다. 아래 사진의 흔하게 볼수 있는 고층 아파트 모습도. 실제 작품 앞에선. 새롭게 다가온다.. 사진이 무엇을 담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여지는 방식과. 색의 표현이. 관람자에게 많은 자극을 준다. 극도로 통제된 모습과. 욕망이 무분별하게..발현되는 모습의 대비.

 그는 "산업화와 기술의 집약.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가는지" 가 관심사 이기 때문에 그것을 잘 보여주는 한국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참. 표현할 께 많은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우리가 흔하게 보는 풍경이지만. 외국 사진가의 눈과 표현엔. 또다른 이질감도 담겨..다가온다. 사진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 하지만, 그 재현의 의미에는 많은 것이 숨겨져 있다. 표면적인 보여지는 것 조차. 대상과 똑같진 않다. 많은 것을 가미 할 수 있다. 재현의 과정에 기운이 서려있다.

 우리나라의 아무츄어 하이엔드 디카 매니아들에겐. 이 전시가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하다. 어쩜. 다 저거 나도 찍을 수 있겠다. 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럴수도 있지만. 한 작품. 한 예술가를 파악하기에는. 좀 세심한 감성과..꼼꼼함이 필요하다. 서양에 대한 사대주의를 벗어나. 그들의 이성과. 과학적 사고의 시선을 이해해봐야 한다. 어쩌면 그들의 시선을 통해서 우리를 더 잘 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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