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팝 Britpop 이라는 장르(음악사조) 를 촉발했던 블러 Blur 의 세번째 앨범 Parklife(1994) 이후, 90년대 중반의 팝 시장은 영국산, 소위 브릿팝 이라 불리우는 기타 연주중심의 록 밴드 들이 휘몰아 쳤다. 대표적으로 블러와 오아시스, 스웨이드와 펄프, 등등이 견고한 성좌 위에서, 그에 비견되는 출중한 밴드들이 수두룩히 쏟아져 나왔다. 블러의 보컬 데이먼 알반은 1997년 그들의 5집 앨범을 발표하면서 ' 브릿팝은 죽었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고만고만한 기타팝 밴드의 춘추전국 시대에서 변화를 모색했고 그 진보적 발걸음은 성공이었다. 같은 해 브릿팝의 완성. 최후의 승자라고 불리어지는 버브의 대망의 세번째 앨범은 발표된다.

 앨범 제목 도시의 송가들은 데이먼의 발언이 무색할 정도로 감성을 자극하는 정통 브릿팝으로써 다음해 까지 영국 전역을 쉽쓸고, 첫번째 트랙 Bittersweet Symphony 는 미국 나이키의 CM송으로써 등을 업고 전세계에 울려퍼지게 된다.
그리하여 98년은 버브의 세상이었다.
 같은 해에 발표된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1997)도 버브와 함께 브릿팝의 대미를 장식했다. 브릿팝이 죽은것은 블러에 한해서 였다. 99년 버브의 해체 이후, 라디오헤드는 다음 앨범 KID A 를 통해 블러와 같이 브릿팝을 벗어나 새로운 음악으로 진보했어도. 트래비스, 스테레오포닉스, 콜드플레이 등등 기타팝을 추구하는 걸출한  밴드들은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결국 브릿팝이란 용어는 60년대 비틀즈와 롤링스톤즈를 앞세운 미국 공략, 브리티쉬 인베이젼 (영국의 침략) 이라 불리던 것과 같이 영국 대중음악의 전면적인 미국 시장 진출에 앞서 꼬리표를 달아준 셈에 불과한 것이었다.

 맨체스터 옆 작은 위성도시 위건에서 결성된 버브는 보컬 Richard Ashcroft(이하 리챠드) 중심으로 동네 친구들이 모여서 만든 4인조 밴드이다. 1992년에 처음 발매된 EP (미니앨범) 은 완벽한 싸이키델릭 록 이었다. 정식 앨범을 발표하기 전에 5곡을 담은 이 앨범은 이미 그들의 음악적 비범함을 여실이 보여준다. 지금도 간혹 이 초기 음반을 듣다보면 정식 데뷔도 하지 않은 일개 인디 밴드의 음악이 이렇게 완벽한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영국의 탄탄한 음악 저변에 탄복하게 된다.
 이 EP 이후 정규 1, 2 집 까지 버브는 대중 지향적이기 보다 아트록 지향이었다. 대중적 성공은 못 했지만 음악계에서 그들의 음악성은 인정되었고 비평은 항상 최고였다. 그들이 심오한 아트록을 하는 동안 옆동네 친구들인 오아시스는 데뷔앨범으로 어마어마한 성공 가도 를 달리기 시작한다. 버브의 보컬이자 리더. 리챠드는 이전 부터 ' 3장의 앨범 이후 우린 역사에 위치할 것이다.' ' 이제 왕관을 쓸 시간이다.' 란 자신만만한 발언으로 Mad 리챠드 란 별명도 얻게 되지만 그것은 곧 현실로 완벽히 이루어진다. 도시의 송가들 앨범을 통해서.. 그들은 정말로 역사를 만들었다.

 리챠드는 누가 뭐라고 해도 확실이 자신의 재능을 믿고 의심하지 않고 밀어 붙였던 것이다. 그의 작곡 재능은 처음부터 록 스타를 갈구했었다. 밴드의 기타리스트 닉 맥케이브와의 갈등은 팝적인 성공을 꿈꾸는 리챠드와 항상 예견된 상황이었다. 2집을 만들고 리챠드에 의해 닉 맥케이브는 밴드에서 쫒겨난다. 본격적으로 대중적 음반을 만들려고 하는 리챠드는 동향의 사이먼 통 이라는 기타리스트를 영입 하지만 닉 맥케이브의 기타 실력을 메꾸기엔 역부족 이었다. 리챠드는 체면을 구기고 닉 맥케이브를 다시 불렀고, 닉 은 구차하게 다시 밴드로 돌아오게 된다. 5인조 밴드로써 우여곡절 끝에 이 역사적인 그들의 세번째 앨범은 완성했고, 20 세기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 앨범의 크레딧은 밴드 지향적인 기존 앨범들과는 다르게 2곡을 빼고 전부Song written by 리챠드 애쉬크로프트 였다. 그가 쓴 고농도의 감미로운 멜로디는 이 앨범의 대중적 성공에 큰 기여를 한다. 세번째와 마지막 트랙의 밴드 지향적인 이전 스타일 곡들은 다른 곡에 비해 시끄럽고 활기차게 앨범의 조화에 일조한다. 전체적으로 록 음악을 안 들어왔던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어필 할 수 있는 감성적인 노래들로 충만하다. 라디오헤드나 포티쉬헤드 처럼 대책없이 우울과 절망에 밀어놓지 않고, 적당히 지적인 우수에 젖어 도시를 고독하게 관조하는 느낌이다. Bittersweet Symphony 의 가사를 음미해보면 ( Lyric 카테고리에 라이브와 함께 올렸음 )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블루스 로써 쓰고 달콤하게 위로를 건넨다. 이 노래는 롤링스톤스의 더 라스트 타임 이란 노래의 몇 구절을 허락없이 차용한것이 소송에 휘말려 결국 패소한다.

외모에서 풍기는 강한 카리스마의 리챠드는 밴드 내에서 독선적 행동으로 밴드를 위태롭게 하더니 결국 앨범 투어 공연 도중 닉 맥케이브와의 불화가 커져 99년에 밴드는 해체된다. 자의식 강하고 재능있는 두 뮤지션이 한 밴드에서 공생하기에는 절대 민주적 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리챠드의 작곡의 힘이 이 명반을 만들어 냈지만 동시에 밴드의 운명을 단명 시켰다. 그들은 9년의 시간이 흐른뒤 다시 결합해서 네번째 앨범을 만들고 큰 록 페스티발을 통해 90년대의 영광을 재현했다.

 다시 도시의 송가들 앨범으로 돌아가서, 이 앨범은 수많은 나의 음반 콜렉션 중에서도 넘버 원 이고, 가장 힘들고 비싸게 구입한 음반이자, 내 젊은날, 감성의 8할 이상을 채운 소중한 음반이다. 90년대 나온 여럿 명반들 중에서도 하나만 선택하라면 이 것을 선택할 것이고, 60년 로큰롤 역사에서 나의 탑 쓰리 안에 항상 드는 음반이기도 하다. 내말 믿고 구입하셔도 후회 안 하실거다. 엠피삼 이라도 꼭 들어보시길 바란다.
 내가 이 음반을 거금 3만원을 들여서 여기저기 힘들게 발품팔아 남은 단 한장을 발견했을때, 꼭 큼지막한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왜냐하면 영국 차트 1위를 한 명곡 4번 트랙 The Drugs don't work (마약도 듣지 않아요.) 가 드럭이란 말 때문에 심의에 걸려서 국내 라이센스가 안 되었고, 그 당시 우리나라가 IMF 여서 수입 자체가 거의 안돼 희기 음반 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하기 힘든 음반을 공들여 구입한 경험 때문에 현재의 엠피삼 시대에서도 음반에 대한 향수는 여전하다.

 The Drugs don't work 는 어릴때 리챠드의 아빠가 돌아가시고 그 슬픔이 너무 커 마약도 듣지 않는다고 강한 슬픔을 비유하는 아름다운 발라드 곡인데, 그 당시 심의위원은 숲은 보지 못하고 단지 드럭 이란 낙엽만 본 듯하다. 이 노래는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 떠나보낸 ) 모든 이에게 강력한 위로를 건넨다. 다시는 절망하지 않겠노라고.. 앨범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마치 베스트 음반으로 편집한 듯이 듣기 좋은 부드러운 곡들로 달려나간다. 씁쓸하게 비음섞인 리챠드의 목소리에 꼭 그 순간 가사를 음미 하지 않더라도 감성이 전달된다.

 이 앨범은 하드코어와 테크노 음악이 판을 치던 데카당스한 세기말적 분위기에서 한 줄기 단비 처럼 도시인의 고독과 우울을 아름답게 그려낸 절대 감성의 산물이다.

 도시를 비추는 송가들은 그렇게 고독하게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었다.

P.S. 1993년 리챠드의 예언?

" 나는 당신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밴드들을 당장 50개를 댈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2년 후에는 잊혀지게 될 것이다. 그들은 단지 올 여름의 티셔츠 같은 존재이다. 역사는 그들을 잊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우리들이 3개의 앨범을 냈을 때 우리는 역사 안에 있을 것이다. " 4년후 이 Urban Hymns 냈을때, 그의 말은 정확이 맞아 떨어졌다. 

인생은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the drugs don't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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